이 기사는 2021년 12월 14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집에서도 식용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전자제품이 나오면 어떨까. 최근 가전업계 신사업 실무진 사이에서 식물재배기가 화두다. 처음 들었을 땐 '필요없는 제품'이란 생각이었지만 차근히 돌이켜보니 신선한 식재료를 취하려는 행위는 인간 본연의 욕구다. 2000년대초부터 도심속 텃밭 주말농장이 인기를 끈 것도 그렇다. tvN 개국공신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성공도 비슷한 맥락이다.국내에서 첫 도전장을 낸 건 교원이다. 가전렌털 비즈니스를 확장하면서 2018년 웰스팜이란 이름을 지닌 식물재배기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타사가 시도하지 않은 유니크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시장을 주도하진 못했다. 비싼 무농약 채소의 대안으로 가성비와 제품력만큼은 자신이 있었지만 생각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교원 한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파급력이 큰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식물재배기 시장에 진입해주길 바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교원의 바람대로 3년뒤 LG전자가 시장을 두드렸다. 올해 10월 'LG틔운'이란 이름으로 B2C판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교원과 달리 '프리미엄' 라인으로 출시했다. 출고가격 149만원, 렌털가격도 월 5만원대다. 교원 웰스팜의 출고가가 60만원, 렌털료는 2만원대란 점에 비하면 서민이 타깃은 아니다.
LG전자는 주방가전으로 활용도를 한정시키지 않았다. 거실에 비치해 식물 생장 과정을 관상하며 안식을 얻으려는 현대인들도 겨냥했다. 인테리어 목적에 맞춰 프리미엄 라인으로 출시한 이유다.
내년엔 세 번째 주자가 준비 중이다. SK매직은 식물재배기의 주요 타깃을 주부로 잡았다. 주방 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게 보완점을 찾고 있다. 종자를 캡슐방식으로 만들어 구독 형식으로 판매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SK매직 한 임원은 "3~5년 뒤엔 김치냉장고 만큼이나 주부들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옷장 옆에 스타일러를 배치하는게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싱크대 옆에 식물재배기를 세워두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 LG전자, SK매직 3사 모두 식물재배기 판매 전략은 제각각이다. 타깃도 주부, MZ세대 등 다양하다. 하지만 지향점만은 같다. 미세먼지 등 환경이슈로 불거진 미래 먹거리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다. 변화가 느린 가전업계에 새 바람을 넣은 선구자다.
가전업계에선 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가 삼신(三新)으로 불린다. 10년전 만해도 필수가전이 될 지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무너뜨리기 보다, 변화가 빠른 회사가 느린 회사를 무너뜨리는 시대다. 가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치열한 고민과 혁신시도들이 5년 뒤 또 다른 나비효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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