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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영이엔씨의 기업가 정신이란 '불씨' [thebell note]

신상윤 기자공개 2021-12-23 07:00:44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1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미제'나 '일제'란 말로 상품의 가치를 판단했던 때가 있었다. 그 시기 묵묵히 자신만의 기술로 국산화에 평생을 바친 이들이 있다. 우리는 훗날 그들의 성공을 기업가 정신이란 수식어와 함께 기업과 동일시한다.

선박 항해 통신장비 국산화에 일생을 바친 삼영이엔씨의 황원 회장도 기업가 정신이 투철했다.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신인 체신부 공무원 출신으로 일본 제품이 장악했던 선박 항해 통신장비 시장의 국산화를 주도했다. 1978년 설립된 삼영이엔씨는 국산화 장비를 내놓겠다는 기업가 정신이 오롯이 녹아있는 분신 같은 존재다. 황 회장은 '독자적 기술력만이 유일한 경쟁력'이란 경영철학으로 국산화에 투신했다.

실제로 삼영이엔씨가 개발한 선박 항해 통신 장비들은 드넓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어민들의 생계유지 수단과 동시에 안전까지 책임졌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 방산 제품 개발을 비롯해 다수의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등 국가 산업발전에도 기여했다. 최근에는 국내 해양디지털 기술과 관련한 국책 연구과제 'e-Navigation' 관련 선박 단말기 개발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황 회장이 경영일선에 섰던 2019년 초까지 삼영이엔씨는 화려하게 튀진 않지만 완만한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를 피할 수 없었다. 그는 건강상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자식 같은 삼영이엔씨를 혈육들에게 맡겼다. 장남인 황재우 대표가 자리를 이었다. 이어 차녀인 황혜경 이사와 사위 이선기 이사 등도 차례로 경영에 참여했다.

문제는 이후 황 회장이 최대주주 지분을 유지한 채 건강 악화로 의사불능 상태에 처한 것이다. 그가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자녀들은 경영권을 두고 남처럼 싸웠다. 서로를 향한 소송과 비방이 이어졌고 일부는 외부 세력과 손을 잡기도 했다. 황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오롯이 녹아있는 삼영이엔씨는 소유해야 할 자산일 뿐이었다.

자녀들은 최근 극적으로 화해를 했다. 2년 넘게 각종 송사를 거쳤던 만큼 모두 지쳤을 법도 하다. 무엇보다 부친이 반평생을 불태워 일군 회사가 신음하고 있었다. 자녀들은 장남인 황재우 대표를 위시한 경영 정상화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 정상화에 전념하기로 합심했다고 한다.

조금 더 빨랐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한마음으로 뭉쳤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황 회장이 기업가 정신을 불태웠던 만큼 후대를 위한 준비도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삼영이엔씨는 지금과 달리 해상 장비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채 가업을 잇는 장수기업으로 조망 받지 않았을까.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 2년 넘게 식었던 황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다시 태우기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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