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입성한 스틱, 투자·매각·펀딩 '두각' 지배구조 완성 후 조직 확대 개편...하이브 9배 수익 '눈길'
조세훈 기자공개 2021-12-28 08:25:47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7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가 올해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PEF 시장이 출범한지 17년 만에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우회 상장하며 지배 구조를 새롭게 했다. 서동규 전 삼일PwC 대표를 총괄 대표로 선임하는 등 조직도 확대개편했다. 국내 대형PEF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본업에서도 선 굵은 행보를 보여줬다.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포트폴리오 기업의 매각을 빠르게 진행했다. 펀딩 시장에서는 아시아 투자전용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마무리하며 투자 실탄도 넉넉히 마련해뒀다. 올 하반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발맞춰 크레딧펀드 시장에도 뛰어들 준비를 했다.
◇ 일진머티리얼즈 1조 투자, 하이브 9배 수익
스틱은 동박 업체 일진머티리얼즈의 재무적투자자(FI)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2019년 2차전지 시장의 성장성을 미리 알아보고 일진머티리얼즈에 6000억원을 투자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투자금을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IMM테크놀로지의 공장 증설 자금으로 사용했다. 선제적 투자로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 배터리용 일렉포일 생산능력을 6만톤으로 확대했다.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자 추가 증설 계획을 마련했다. 스틱은 이번에도 1조원을 조성해 일진머티리얼즈 자회사인 아이엠이(IME)와 아이엠지(IMG)에 각각 6000억원, 4000억원을 보통주로 투자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유럽과 미국 등 해외 공장에서 추가 증설을 진행해 2025년까지 20만톤이 넘는 규모로 생산능력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휴맥스모빌리티와 함께 국내 1위 급속 충전기 제조업체 대영채비 지분 20%를 600억원에 인수했다.
동남아 시장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올해 동남아시아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캐로셀에 1억 달러(약 1186억원)을 투자했다. 동남아의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캐로셀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6개 국가와 대만 및 홍콩에서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최대 온라인 차량 호출 플랫폼 그랩(Grab)에 2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이 지역에 투자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투자금 회수 움직임도 활발하다. 스틱은 하이브의 성공적 엑시트를 통해 탑티어 역량을 다시금 입증했다. 2018년 10월 1040억원을 들여 하이브 구주를 인수했다. 당시 너무 늦은 투자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BTS와 한류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과감히 투자했다. 지난해 하이브 상장 당시 일부 구주매출과 블록딜을 통해 투자 원금을 회수했으며 올 6월에는 블록딜로 투자원금 대비(머니멀티플) 9.3배를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 136%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초대박 성과를 냈다.
스틱은 현재 대경오엔티, 메디안디노스틱 매각을 순조롭게 이어가며 추가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3년 경영권을 인수한 대성엘텍 매각은 수년 째 지지부진하는 등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펀드 만기를 고려하면 내년에 다시금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착수한 스틱글로벌성장혁신펀드의 펀드레이징은 5000억원 규모로 올해 마무리 됐다. 이 펀드를 통해 중국과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지역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 코스피 입성한 스틱, 조직 확대로 전열 정비
스틱은 지난 17일 코스피 상장사 디피씨와 합병하면서 우회 상장을 이뤘다. 디피씨가 100% 자회사인 스틱을 1대 0의 합병비율로 흡수 합병했다. 상호는 스틱으로 변경한다.
이번 상장으로 스틱은 지배구조를 완성하고 투자금 확보가 용이해졌다. 스틱은 디피씨의 100% 자회사로 다른 파트너들이 지분을 갖기 못하는 구조다. 대신 파트너들은 양사 합병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디피씨 보유 지분을 늘렸다. 합병 전 곽동걸 대표(3.56%), 곽대환 대표(0.36%) 등이 총 5.21%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번 상장으로 기존 운영인력의 보상을 한층 강화하면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이슈가 조금씩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차입을 일으키거나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발행으로 손쉽게 투자금을 확보할 길이 열렸다. 자본확충이 이뤄질 경우 외부 펀드레이징 대신 자체 자금의 비중을 높인 PI투자(자기자본투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스틱은 이런 환경을 활용해 펀드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우선 지난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새롭게 열린 크레딧펀드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새롭게 펀드레이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 3호도 조성한다. 1조2200억원 규모였던 SSF 2호보다 2배 가량 판을 더 키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SF는 구조조정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코스피 상장과 함께 조직도 확대개편했다. 내년 1월 1일부로 곽동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관계사 전반의 관리 강화를 위한 승진이다. 투자 자문에서 잔뼈가 굵은 서동규 전 삼일PwC 대표를 총괄 대표로 영입했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와 강한 업무 추진력을 높이 평가해 이뤄진 인사다. 스틱벤처스는 정근호 투자본부 CIO를 대표이사로 내부승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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