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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로 본 플랜트 전략변화]DL이앤씨, 인력 줄이고 달라진 해외 공략 '선택과 집중'⑦중동 적자 후 러시아 시장 사업 강화, 고수익 FEED-EPC 연계수주 노려

이정완 기자공개 2022-01-28 07:53:15

[편집자주]

대형 건설사의 플랜트 사업은 최근 주목도가 떨어진다. 해외 비중이 높아 불확실성이 큰데다 코로나19로 발주가 감소한 탓이다. 다만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키우는 건설사도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부터 수주에 나서거나 ESG 시대 속 친환경 분야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특히 건설사의 플랜트 부문 임직원 변동 추이에서 각기 다른 사별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각양각색' 건설사 플랜트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6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L이앤씨는 2010년대 초반 플랜트 사업에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적이 있는 건설사다. 적자 재발을 막고자 플랜트 사업을 축소한 탓에 인력도 덩달아 감소했다.

이에 따라 플랜트 '고수익 전략'을 전면에 세워 이전과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해외 선진 건설사처럼 기본설계(FEED)부터 수주해 설계·시공·조달(EPC)을 연계하는 전략을 강화했다. 해외 시장도 전통의 중동을 넘어 유럽 건설사가 장악하던 러시아를 공략 중이란 점이 눈에 띈다.


DL이앤씨 플랜트 사업 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256명이다. 2017년만 해도 직원 수가 2000명에 육박했지만 매년 인력을 줄였다. 2017년 옛 대림산업 건설사업부에서 28%를 차지하던 플랜트 직원 비중은 지난해 3분기 20% 초반으로 감소했다.

인력 축소는 2010년대 초반 적자 후 예견된 수순이었다. 2010년대 초반 중동 지역에서 플랜트 수주를 위한 출혈 경쟁에 동참했다가 2014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동 현장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협력업체 부도, 공사기간 지연 등의 문제가 겹친 탓이었다.

적자 발생 한 해 전인 2013년 플랜트 사업 수주잔고는 10조원에 달했다. 당시 연결 기준 플랜트 매출은 5조294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가 1조227억원이었고 매출은 849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전반적으로 외형은 축소됐지만 플랜트 사업은 적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플랜트 사업은 2019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점차 회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대규모 적자 후 실시한 체질 개선이 성과를 냈다는 평이다.


우선 해외 시장에 변화를 줬다. 국내 건설사끼리 출혈경쟁이 치열했던 중동을 넘어 러시아 시장을 공략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보유국이자 글로벌 3대 산유국이다. 풍부한 자원 매장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정유·석유화학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가스 플랜트 기본설계,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발주처와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인지도가 쌓이다 보니 대형 프로젝트도 따낼 수 있었다.

지난해 초 국영 석유기업인 가즈프롬네프트가 발주한 공사비 3200억원 규모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작년 12월에는 공사비 1조5708억원 발틱 화학단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DL이앤씨는 유럽 선진 건설사와 경쟁 끝에 세계 최대 규모 폴리머 공장 건설 사업을 따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초 수주한 가즈프롬네프트 러시아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 현장(제공=DL이앤씨)

해외 시장 다변화와 함께 수주 전략을 바꾼 것 역시 적은 인력으로 높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배경이 됐다. DL이앤씨는 수익성 위주 선별수주라는 핵심 가치 하에서 FEED-EPC 연계 수주 전략을 세웠다. DL이앤씨는 2010년대 중반부터 해외 건설사가 독식하던 FEED 분야로 업무를 본격 확장했다.

FEED-EPC 연계 전략은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사업주의 요구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EPC 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적화된 설계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통상 추후 EPC 수주에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 지난해 말 수주한 발틱 화학단지 프로젝트 또한 DL이앤씨가 2019년부터 FEED 설계를 진행한 사업이었다.

DL이앤씨는 FEED-EPC 연계 전략을 바탕으로 앞으로 플랜트 수주를 늘려갈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지난 3년 동안 플랜트 사업에서 2019년 1조3216억원, 2020년 3258억원, 지난해 3분기 말 7770억원을 신규 수주하며 다른 건설사에 비해 수주 규모가 작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부터는 매년 2건 이상의 신규 FEED에 참여함으로써 매년 2조5000억원이 넘는 플랜트 연계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까지 미국 쉐브론 필립스 케미칼(CPChem)과 러시아 유로켐(EuroChem)·루크오일(LukOil), 호주 LCK 등이 발주한 화공 플랜트 FEED를 수행한 바 있어 EPC 수주 가능성도 높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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