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SG PE]차세대 스몰 자이언트, 박진하 수석팀장30대 중반에 핵심 인력 급부상, 그로쓰 투자 '통큰' 행보
조세훈 기자공개 2022-04-07 09:25:23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몰 자이언트'로 불리는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가 젊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다. 2년간 세대교체를 진행하며 인적 구성, 투자 포트폴리오까지 성공적으로 교체에 성공했다. 유니콘 기업부터 바이오 기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까지 혁신 기업의 투자 파트너로 나서고 있다.그 중심에는 박진하 수석팀장이 자리잡고 있다. 30대 중반에 불과하지만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산업은행, 자문사까지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 1본부의 딜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SG PE의 첫 유니콘 기업 투자인 쏘카는 그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투자심의위원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등 하우스 내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다.
◇성장스토리 : 모든 길은 '투자자'로 통한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을 앞두고 그는 진로를 고민했다. 대기업, 컨설팅, 금융업 등에서 인턴을 하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 실제 현장을 경험하면서 산업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직업이 가장 흥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2011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당시 애널리스트의 '사관학교'로 불리던 곳이다. 증권업계 1세대 퀀트 전문가이자 최장기 리서치센터장 기록을 갖고 있는 조익재 센터장이 젊은 애널리스트를 본격 양성하면서 하우스에 역동성이 넘치던 시기였다. 박 수석 역시 젊은 애널리스트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분위기 속에서 빠르게 산업 분석 역량을 키워 나갔다. 유통과 기업 투자전략을 다루면서 매크로 분석 방법을 터득했다.
다만 애널리스트는 관찰자 역할에 그쳐 기업 전략을 수립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는 작업은 그의 영역이 아니었다. 능동적 영역에 점차 목말라할 때쯤 영입 제안이 왔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이 롱숏 및 스몰캡 업사이드 분야 운용인력으로 그를 원했다. 2012년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하자 교보악사자산운용이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고 우수 인력을 모으고 있던 때였다. 직접 투자를 경험해보고자 2012년 2월 헤지펀드운용팀으로 합류를 결정했다.
헤지펀드 운용은 투자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지만 기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투자 전략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구조적·전략적 사고를 하는 그와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다.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아직 투자를 위한 경험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해 10개월 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그는 곧장 서울대 국제대학원에 진학해 배움을 늘리는 한편 인수합병(M&A) 시장과 관련한 현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듬해 한국산업은행에 입행하며 제2의 출발을 시작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 산은금융지주를 재통합해 '메가뱅크'로 커졌으며 기업 구조조정 업무가 산적했다. 그는 큰 그림 속에 투자 업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입행 첫해에는 기금실에 소속됐다. 그곳에서 수서고속철도(SRT) 자금 지원과 사모펀드(PEF)운영사 PAG의 완구업체 영실업 인수, 삼표그룹의 동양시멘트 인수금융을 맡았다. 투자은행(IB)업무를 맡으면서 자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산업은행에서 일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자 또 한 번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더 늦기 전에 M&A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운용사, 기관투자자(LP)를 거친 만큼 자문업 경력까지 쌓아 종합적인 시각을 얻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로컬 부띠끄 자문사로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던 KR&파트너스에 입사를 희망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진정성이 받아들여졌는지 면접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끝에 2018년 4월 KR&파트너스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딜을 발굴하고 티저레터(TM), 투자설명서(IM), 계약서 작성 등의 실무작업 등을 익히며 M&A시장을 속속 알게 됐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한 그는 2019년 9월 오랫동안 꿈꿔온 투자 업무로 자리를 옮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행선지가 바로 SG PE였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 합리적 예측 통한 반보 빠른 투자
농업 혁명은 천수답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를 짓는 천수답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가뭄을 피하기 어려웠다. 관수시설을 설치하고 일기예보를 어느정도 할 수 있을 때에야 식량을 안정적으로 경작할 수 있었다.
그는 투자에서도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유망 업종이라도 합리적 예측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아질 거야"라는 천수답 투자를 지양하는 대신 과학적 예측을 통한 성장 곡선을 도출하려 노력한다. SG PE의 첫 유니콘 투자처 쏘카의 경우 국내 렌터카 산업 분석을 넘어 유럽 등 피어그룹에 직접 연락해 정보를 모았다. 막대한 서베이 작업을 통해 '성장 방정식'이 나오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선다.
이런 방식은 반보 빠른 투자를 가능케 한다. 유망한 섹터라도 너무 빠른 투자는 수익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모펀드는 통상 5~7년 후 회수를 해야 하기에 투자후 성장이 곧바로 이뤄져야 한다. 이처럼 그로쓰 투자는 합리적 분석으로 투자 시기까지 도출해야 하는 등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그는 어떤 투자 건이 오더라도 성실하게 산업을 학습하고 서베이를 통해 정량·정성적인 부분을 도출하려고 노력한다. 스포츠 중계 전문 OTT 업체 스포티비도 같은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트랙레코드 1: 모빌리티 혁명 쏘카, 유니콘으로 질주
국내 1위 차량 공유 업체 쏘카는 2년 전 핵심사업이 좌초되며 위기를 겪었다. 차량공유서비스 ‘타다’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불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쏘카는 지난 2020년 3월 국회에서 일명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쏘카는 신산업 분야를 접었지만 본업인 카셰어링 시장은 여전히 견고했다. 700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며 1위 사업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박진하 수석은 '위기가 곧 기회'라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 카셰어링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모빌리티 플랫폼 모델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SG PE에 합류한 후 쏘카 측에서 투자 제안을 받았다. 딜 소싱을 한 후 임현성 SG PE 대표에게 딜을 추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쏘카의 히든 밸류가 충분해 프리IPO 투자가 큰 성과를 낼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그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에서 차량 공유 시장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대한 서베이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 주요 기업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카셰어링 분야의 성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애널리스트 출신답게 회사의 성장 스토리와 미래 가치를 통계 등 실증 자료로 제시했다.
SG PE는 하방안정성이 보장된 딜을 추구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 곳에서 쏘카를 유니콘 기업으로 설정, 50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결국 탄탄한 실증 자료를 바탕으로 SG PE의 깐깐한 투심위를 통과했다.
박 수석의 안목은 적중했다. 쏘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상장 후 기업가치가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면서 성공적인 회수가 기대되고 있다.
◇ 트랙레코드 2: 볼트온의 정석...창원에너텍의 비상
2014년 설립된 창원에너텍은 사업장 폐기물을 소각하고 여기서 나오는 폐열 스팀을 판매하는 업체다. 2019년 SG PE는 SKS PE와 함께 4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인수했다. 높은 진입장벽과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으로 환경업이 점차 주목받던 시기였다. 특히 ESG 시대에 적합한 포트폴리오라는 점에서 바이아웃 인수에 나섰다.
박 수석은 SG PE에 합류한 후 창원에너텍 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는 발전·재활용 사업을 위한 SRF(고형폐기물)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 한층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폐기물 가격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자체 공급 밸류체인을 구축하면 사업 안정성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볼트온 전략을 구상한 뒤 전국의 폐기물 업체를 하나씩 검토한 뒤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들을 추렸다. 지난해 창원 인근에 위치한 대부건설을 160억원에 인수했다. 건설폐기물 합성수지 등을 수집운반하는 비용을 최적으로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후 전국 단위 폐기물 확보가 용이한 기업을 추가 볼트온 대상으로 낙점했다. 경북 영천에 위치한 한남환경은 위치상 호남, 충청, 수도권, 경북 지역의 폐기물을 확보할 수 있어 취급역량이 높다. 여기에 추가 증설을 위한 인허가를 받아둬 생산설비 확장도 가능하다. 전국 단위 폐기물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창원에너텍의 SRF 확보는 한층 안정화됐다.
M&A로 창원에너텍의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다. 창원에너텍의 2020년 매출액은 174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대부건설, 한남환경 인수로 폐기물 처리 증가와 SRF 원가 절감 등의 효과가 나타나면 영업이익도 높아지게 된다. 몸집을 키운 창원에너텍은 M&A 시장에서 벌써부터 인기 있는 잠재매물로 분류되고 있다.
◇업계 평가: 빠른 분석력을 지닌 올라운드 플레이어
박 이사는 뛰어난 분석력과 빠른 실무 역량을 지닌 젊은 운용인력으로 알려져있다. 애널리스트, 헤지펀드, 국책은행, 자문사 등을 거치며 쌓은 다각적 경험과 진취적인 추진력이 결합된 산물이라는 평가다.
이성진 SG PE 이사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데이터적 분석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산업 변화를 포착하고 내부에서 설득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SG PE에서 함께 일했던 박현수 H&Q 부장 역시 "딜의 맥을 빠르게 짚어 핵심 사항을 판단하는 역량은 천부적"이라며 "산업의 정성적인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설득하는 부분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창원에너텍 관리를 함께 하고 있는 이동영 SKS PE 본부장은 "업계 경력이 길지 않지만 산업을 보는 시각이 날카롭고 일을 매우 잘하는 후배"라며 "창원에너텍 관리를 함께 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 "기본, 원칙에 충실한 운영인력이 목표"
세대교체를 끝낸 SG PE는 젊은 운영인력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그로쓰캐피탈을 책임지고 투자·관리·회수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30대 중반의 박 수석은 올해 비교적 이른 나이에 블라인드펀드의 투심위원으로 발탁됐다. 실무 작업뿐 아니라 최종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막중한 권한이 부여됐다.
그는 "업계 경력이 길지 않음에도 투심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면서도 어깨가 무겁다"며 "투자와 회수를 잘하는 기본에 충실한 운영인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신규 블라인드펀드 조성과 내부 팀워크를 강화하는데 조력할 계획이다. SG PE는 올해 최대 8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한다. 실무적 조력을 통해 3년 전 라이징스타의 위상을 다시금 증명하겠다는 포부다. 또 각자 본부 체계로 구성된 투자 본부의 협력도 늘려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실무자로 솔선수범해서 협력적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구성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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