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중견그룹]화천그룹 '오너 3세', 경영 시험대 올랐다④주요 계열사 경영진으로 포진, 수익성 악화 해결 시급
황선중 기자공개 2022-02-08 09:05:06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8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화천그룹은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오너 2세 삼형제의 뒤를 이어 3세들이 속속 그룹 계열사 경영에 나선 모양새다. 지분 승계 작업도 이미 진행 중이다. 경영권을 잡은 3세들이 전방산업 악화에 따른 매출 부진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화천그룹은 지금까지 오너 2세 삼형제의 공동경영으로 움직였다. 고(故) 권승관 명예회장의 장남인 권영열 회장은 화천기공 및 화천기계 각자대표를, 차남 권영두 부회장은 화천기공 각자대표를, 삼남 권영호 부회장은 서암기계공업 각자대표를 맡았다. 화천기공과 화천기계, 서암기계공업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오너 3세들이 서서히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권영열 회장의 아들인 권형석 이사는 2015년부터 화천기계 각자대표로서 경영을 이끌고 있다. 권영호 부회장의 아들 권형록 이사는 올해 서암기계공업 각자대표로 신규 선임됐다. 권영두 부회장의 아들 권형도 이사는 화천기공 및 화천기계에서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지분 증여도 이뤄지고 있다. 권영열 회장은 지난 2019~2020년 두 차례에 걸쳐 권형석 이사에게 지분 7.63%(16만8000주) 규모의 화천기공 주식을 물려줬다. 권영두 부회장 역시 지난 2018년~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아들인 권형도·권형운 이사에게 총 8.23%(18만1171주) 규의모 화천기공 주식을 증여했다.
화천그룹이 장자 승계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3세 경영체제는 권 회장의 아들인 권형석 이사를 중심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권형석 이사가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화천기공의 2대주주(10.0%)라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만약 최대주주인 부친의 지분(23.39%)을 모두 물려받으면 30%가 넘는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선 오너 3세들이 주요 계열사 3곳을 나눠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권형석 이사가 화천기계, 권형록 이사가 서암기계공업을 각각 경영하고 있는 만큼 추후 각자의 영역에서 독자경영을 펼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오너 3세간 관계 역시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경영권 다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지분 정리 작업도 비교적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열 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권 회장은 화천기계 최대주주(23.39%), 화천기공 2대주주(2.31%), 서암기계공업 2대주주(14.21%) 자리에 있다. 만약 3세들이 권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으면 단숨에 계열사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다만 당장은 오너일가가 승계보다는 경영능력 입증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우하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중추인 화천기공의 경우 2017년 매출 2085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으로 준수했지만 2020년 매출 1617억원, 영업이익 14억원대 줄었다.
화천기계는 권형석 대표 취임 이후 5년(2016~2020년) 중에서 4년에 걸쳐 적자가 발생했다. 취임 당해인 2015년까지는 5년 넘게 흑자기조가 이어졌던 모습과 대비된다. 매출은 2017년 2084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했다. 2020년에는 매출 1368억원, 영업손실 48억원으로 악화했다.
서암기계공업도 마찬가지로 매출과 수익성 모두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매출은 2018년까지 400억원대에서 머물렀지만 2020년에는 300억원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2020년에는 영업손실 4억원까지 발생하며 20년 넘게 이어진 흑자기조마저 끊겼다. 권형록 대표 입장에서는 취임하자마자 경영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화천그룹 관계자는 "자세한 승계 구도는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면서도 "3세끼리의 관계가 원만해 화천기계 대표를 맡다가도 언제든지 화천기공 대표로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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