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포스코케미칼에 득될까 실될까 최정우 회장 직접 챙길듯....계열사 자율경영 침해 우려도
조은아 기자공개 2022-02-09 07:32:43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7일 16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홀딩스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포스코케미칼은 지주사 체제 포스코그룹에서 가장 탄력을 받을 계열사로 꼽힌다. 성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지원이 더해지면 성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그동안도 포스코가 포스코케미칼 지분 59.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만큼 포스코케미칼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기존 포스코가 주력했던 철강 사업은 사업회사 포스코로 따로 떨어져나가고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해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포스코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철강,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2차전지 소재가 철강 바로 다음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그룹 안팎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양극재 41만5000톤, 음극재 25만80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과거 짧지만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를 지낸 경험도 있다. 최 회장은 회장으로 선임되기 직전 5~6개월 정도 포스코케미칼을 이끌었다.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사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은 편으로 전해진다.
포스코케미칼의 기타비상무이사가 한층 무게감 있는 인물로 선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스코케미칼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는 항상 포스코 몫이었다. 현재는 정석모 포스코 2차전지소재사업실장이 맡고 있다. 포스코가 대외적으로 직급제를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상무급으로 전해진다. 정석모 이사는 올 3월 열리는 임기가 만료되는데 포스코홀딩스 소속 임원 가운데 중량감 있는 인물이 새로 선임될 수도 있다.
다만 지주사 체제 전환이 포스코케미칼에 무조건 득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의사결정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이 포스코케미칼 내부에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이 과정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포스코홀딩스 인력은 200명 안팎으로 이뤄진다. 다른 순수 지주회사와 비교할 때 규모가 상당한 편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회사 관리에 투입된다는 점에서 자회사 관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는 국내 계열사만 30개가 넘는 거대 기업집단이지만 다른 그룹과는 달리 계열사의 자율경영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했던 포스코가 철강 사업에만 집중해왔고 구심점 역할을 하는 오너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포스코 가치경영실에 권한이 집중됐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이끄는 역할을 했고 사업적 투자를 비롯한 세부 의사결정은 각 계열사의 몫이었다.
최근 10년의 포스코케미칼 이사회만 살펴봐도 봐도 알 수 있다. 지금의 포스코케미칼을 만든 '포스코ESM 흡수합병 안건'도 포스코가 아닌 포스코케미칼 이사회에서 다뤄졌다. 포스코케미칼은 이 합병을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회사로 발돋움했다.
포스코케미칼은 2010년 이후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경우가 전무했는데, 포스코에서 선임된 기타비상무이사만 3차례 반대표를 던졌다. 증설이나 부지 매입 등 2차전지 소재 투자와 관련된 중요한 안건이다. 이사회 안건을 놓고 포스코 측과 포스코케미칼 측이 사전 조율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만큼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 내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존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물론 3건 모두 통과됐다.
재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신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바꿔말하면 계열사 경영에서 포스코홀딩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자율경영이 어느 정도 침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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