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07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화그룹이 스스로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아들 세 명의 ㈜한화 지분율이 김승연 회장의 지분율을 넘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표현한 듯한데 어쨌든 스스로 종결을 말하다니 이례적이다.다만 여전히 남은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세 아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룹을 이끌지에 대해선 밑그림도 나온 게 없다. 추후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지 오래지만 정작 '어떻게'를 물으면 또 답이 안나오는 문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화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바빴다. 그간 이뤄진 지배구조 재편과 사업구조 재편이 보여주는 건 명확하다. 사업 시너지와 경영 효율성 제고 등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삼형제간 계열사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그룹 내에서도 여러 계열사가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떠올랐는데 그 중심에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있다.
사실 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형제들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다소 미미했다. 이미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김동관 부회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생 김동선 부사장마저 최근 몇 년 현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손꼽히는 로보틱스와 반도체 장비 사업도 그가 이끌고 있는 데다 최근 아워홈 인수도 그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한 게 김동원 사장 탓은 아니다. 김 사장은 조용할 수밖에 없는 곳에 몸담고 있다. 금융 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신사업 진출에 한계가 있고 규제 문제도 얽혀있어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한화생명이 이미 업계 빅3로 시장 지위가 공고한 만큼 이리저리 칼을 대고 손을 봐야 할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김 사장의 이름이 한화생명의 해외 사업 확대와 함께 거론되고 있지만 내로라하는 베테랑이 차고 넘치는 한화생명에서 그가 실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외부에선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보니 김 사장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조용한 그의 행보와 대조적으로 한화그룹에서 금융 사업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조선과 방산, 화학 등 주력 사업이 부침을 겪을 때 그나마 꾸준히 이익을 안겨주고 있으며 비중 역시 크다. 그룹 전체 매출의 30~40%가 금융 사업에서 나온다.
결국 근원적 질문으로 되돌아갔다. 금융 사업이 왜 차남 몫이 됐을까. 사실상 나이순으로 제일 큰 사업을 주겠다는 단순한 구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찌감치 해당 분야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기엔 각자가 입사한 나이가 20대 중후반으로 다소 이르기 때문이다.
어디 한화그룹만일까. 대부분의 그룹에서 승계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장남이 가장 큰 파이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동생들이 알아서 적당히 나눠가는 식이다.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이뤄지는 승계 과정과 비교하면 가장 중요한 첫 단추인 '누가 무엇을 맡을지'에 대한 해법이 단순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오너 있는 기업이라지만 요란한 승계를 보며 씁쓸함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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