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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폭발사고, 합작경영 의사결정구조 탓인가 이사회 3대3 동수, CSO 선임시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환경안전 임원 자리 공석

강용규 기자공개 2022-02-14 07:42:33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1일 1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합작 경영에서 빈틈이 발생한 것일까. 한화그룹과 대림그룹 합작사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졌는데 해당 기업은 대형사임에도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가 없었다. 양측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이사회 운영이 집중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화학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놓고 합작 경영을 우선시하다 빈틈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50대 50으로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한화 측과 DL 측 사이 의사결정구조의 균형을 우선시하다 안전 및 보건과 관련한 대비가 늦거나 부족했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을 앞두고 다수의 기업들이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정유 및 화학업계에서는 여천NCC와 마찬가지로 여수산단에 공장을 둔 GS칼텍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이두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이사 겸 CSO에 선임해 안전 관련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

반면 여천NCC는 CSO를 선임하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CSO의 선임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안전보건과 관련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GS칼텍스의 사례처럼 CSO가 대표이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사회 진입 정도는 해야 하는데 CSO의 선임으로 한화와 DL이 보유한 의사결정력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천NCC는 한화그룹 출신 경영자와 DL그룹 출신 경영자가 함께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2인 공동대표이사체제로 운영된다. 최금암 공동대표이사 사장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김재율 공동대표이사 부사장은 대림산업 사장 출신이다.

최 사장의 직급이 김 부사장보다 높다고 해서 최 사장의 권한이 더 큰 것은 아니다. 여천NCC의 이사회 권한을 살펴보면 투자, 연구개발, 안전환경 등 경영사안의 전반을 놓고 의사결정에 두 대표이사 모두의 승인이 필요하다. 전체 이사회 구성을 살펴봐도 6명의 이사진이 한화 측과 DL 측 3대 3으로 구성됐다. 이사회 의장도 공동대표가 겸임한다. 여천NCC는 이사회 CSO의 선임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라는 말이다.


CSO가 없는 회사라고 해서 CSO를 선임한 회사보다 무조건 안전보건 관리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는 시선도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사업영역별이나 공장별 총괄역, 또는 안전보건과 관련한 직책의 임원에 권한을 부여하고 경영책임자가 안전관리의 책임을 지는 방식도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2명 이상에 주어져 있을 때는 이들 모두가 경영책임자다.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해야 할 의무 역시 공동으로 부여된다. 여천NCC에서는 최 사장과 김 부사장 두 공동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다. 대표이사가 책임을 지는 만큼 CSO를 선임하는 것 못지않은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여천NCC는 2021년 초 환경안전팀장을 맡고 있었던 나광태 상무가 퇴임했는데 이 자리에 새로운 임원을 선임하지 않았다. 경영책임자만 있고 안전보건 전담 임원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여천NCC는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데 소홀한 점이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대영 여천NCC 제조총괄 전무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죄송스럽다”며 “사고 원인에 대해 적극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후 대책, 피해 유가족 대책 등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1일 여수산단에 위치한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앞서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여천NCC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놓고 수사에 착수했다.

여천NCC는 1999년 한화석유화학(현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과 대림산업(현 DL케미칼)이 NCC(나프타 분해설비)사업에 절반씩 지분투자해 설립됐다. 지난 2001년에도 폭발사고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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