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14일 08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화 울렁증'이 있다. 어릴 땐 전화벨이 울리면 도망을 가곤 했다. 수화기 너머 상대방이 어떤 말을 꺼낼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싫었고 혹여 실수할까 두려웠다. 잠깐의 침묵조차 한없이 길고 불편하게 느껴졌다.'타고난 기질'은 업무상 종일 휴대폰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모르는 번호가 뜨면 여전히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다행히 연차가 쌓이며 용건에 앞서 '가벼운 대화'로 어색함을 푸는 습관이 생겼다. 분위기가 편하면 통화가 한결 수월하다. 주로 날씨 얘기를 하거나 식사 여부를 묻고 때론 주변인들 근황을 나눈다.
하지만 일등공신은 따로 있다. 바로 통화연결음(컬러링)이다. 휴대폰에 설정해뒀을 뿐인데 상대방이 먼저 첫 마디를 떼는 것 아닌가. 곡명과 가수에 대한 문의부터 "노래 더 듣고 싶으니 전화 좀 늦게 받으라"는 농담까지. 각양각색의 반응이 반가워 매달 신경써 선곡을 하고 있다. 어느새 콤플렉스 극복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나만의 '영업비밀'이 됐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여객'과 '중단거리'에 초점을 맞춰 성장해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태생적으로 '비용 절감'이 핵심 영업전략이기 때문이다. 사업구조 단순화와 기종 간소화는 운영·관리에 드는 돈을 줄이기 위해 무조건 골라야 하는 선택지였다.
화물기를 들이지 않고 여객 사업에만 주력했다. 화물 운송은 여객기 여유 공간에 실어 나르는 게 전부였다. 중단거리용 소형기로 기종을 통일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다양한 기재를 두면 조종사 훈련과 정비 등에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이같은 전략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다. 하지만 2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극복해야 하는 콤플렉스로 변했다. '여행이 사라진' 시기를 화물로 견디는 대형항공사(FSC)와 달리 나날이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 상대국의 방역 상황이 중요한 위드코로나 시대엔 LCC의 주요 취항지인 중국·동남아 하늘길이 언제 열릴 지 불투명하다.
LCC들은 최근 콤플렉스 극복에 시동을 걸었다. 제주항공은 화물 전용기를 도입해 본격적으로 화물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현재 운용 중인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을 화물기로 개조해 운항에 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앞서 플라이강원도 화물운송사업면허를 취득하고 사업을 개시했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말 중대형기를 들여오기 시작한다. 국제선 재개 움직임에 발맞춰 싱가포르나 호주 등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하겠다는 각오다. 일부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지만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시아나항공 M&A 과정에서 일부 운수권 조정이 이뤄질 경우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모습을 고집하지 않고 적극 변화를 꾀하려 하는 시도가 반갑다. 여객 위주, 중단거리 중심 사업구조는 더 이상 LCC들의 콤플렉스가 아니다. 이미 극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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