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15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다음달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단독으로 주주제안을 했다. 2020년 초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잡고 주주제안을 한 지 정확히 2년 만이다.

관건은 다른 주주들이 KCGI에 힘을 실어줄지 여부다. 2년 전 공동보유계약 체결 당시 지분율이 40% 내외였지만 현재는 20%에 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도건설이나 한국산업은행 등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야 가결이 가능하다.

KCGI는 "한진칼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견제장치와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과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관리회계학회 회장을 지낸 회계전문가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딴 인물이다. 과거 SK와 포스코 등에서 사외이사를 지냈고 포스코에선 감사위원장과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 한진칼 정관에 전자투표 도입과 이사 자격기준 강화 관련 내용을 명시하라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주주총회 효율성 및 주주편의성을 제고하고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실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KCGI는 이번 주주제안을 '단독'으로 진행했다. 앞서 작년 11월 산업은행, 반도그룹과 한진칼의 투명·윤리 경영 확립 및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주주제안 관련 논의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사전 협의 없이 단독으로 우리(KCGI)가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다른 주주들이 동참할 지 여부다. 2대주주인 KCGI가 혼자 밀어붙인다고 해서 가결이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KCGI는 2020년 주총은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과 팀을 이뤄 대응했지만 작년 4월 공동보유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한진칼 주요 주주는 작년 9월 말 기준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자 19.84% △KCGI 17.41% △반도건설 17.02% △델타항공 13.21% △산업은행 10.58% △조현아 전 부사장 2.81% 등이다.


하지만 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둘이 힘을 합치면(34.43%) 조 회장 및 특수관계자와 델타항공의 지분율 합(33.05%)을 상회한다. 만약 산업은행, 조 전 부사장까지 합세하면 가결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물론 이는 9월 말 기준 지분율을 바탕으로 단순 계산한 것으로 12월 말 주주명부 폐쇄 기준 지분율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사전 협의를 거치진 않았지만 반도건설이나 조 전 부사장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해당 내용들이 2년 전 KCGI가 반도건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꺼내들었던 주주제안 중 '일부'기 때문이다. 당시 서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고 전자투표 도입과 이사 자격 기준 강화도 요구했다.

3자가 연합을 이뤄 주주제안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과거엔 해당 내용에 동의했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물론 지금은 입장이 달라졌을 수 있다.

다른 주주들이 지지를 보내주면 KCGI는 2018년 말 지분 매집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주주제안 가결을 기대할 수 있다. 2019년과 2020년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했지만 단 한차례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는 못했다.

KCGI와 MOU를 체결한 산업은행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여부도 중요하다. 항공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한진칼 주주로 들어온 산업은행은 사실상 조 회장의 백기사 성격으로 여겨져 왔지만 KCGI에도 손을 내미는 등 나쁘지 않은 관계를 이어왔다.

강 대표는 '다른 주주 설득에 나설지'에 대해 "그럴 순 있는데 그들이 동참할 지 여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주주제안이 접수되는 대로 안건 상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진칼 관계자는 "정식으로 주주제안이 들어오면 절차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