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코스피 상장사]'흔들린 오너십' 엔케이, 수소 시장 진출 군불때기②박윤소 회장 송사, 작년 상반기 직원 횡령 사실 드러나기도…초대형 용기 부문 매각 '눈길'
신상윤 기자공개 2022-02-28 07:50:34
[편집자주]
한국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맏형 '코스피(KOSPI)'는 명실상부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한다. 그러나 까다로운 상장 절차와 달리 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온실 속 화초와 같다. 대형 악재만 아니라면 만성 적자 기업도 상장사 지위를 유지한 채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적자 기업들이 코스피라는 울창한 숲 안의 늪에 발목이 빠진 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더벨은 4년 이상 적자를 낸 코스피 상장사들의 현재와 미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3일 09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케이가 수소 시장 진출에 군불을 때고 있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수소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압 가스용기 기술력을 활용할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선박용 소화 설비나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BWTS)' 등 기존 조선기자재 사업부문이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하자 새로운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다만 초대형 용기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수소 관련 시장에서 일찌감치 확보할 수 있던 경쟁력을 스스로 놓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박윤소 회장이 각종 송사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앞세운 채 한발 물러나면서 신규 사업 추진을 비롯해 기존 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케이 창업자 박 회장은 현대중공업 출신으로 선박용 소화 설비의 국산화를 주도했다. 선박용 소화 설비는 화재 발생 시 화물과 인명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선주가 직접 지정하는 기자재로 알려졌다. 한때 엔케이가 매출액(연결 기준) 2600억원을 넘보는 수준으로 성장했던 배경도 선박용 소화 설비 덕분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해운시장에 연동된 조선산업은 2010년대 중반 수주절벽에 직면했고 엔케이도 파고를 피할 순 없었다. 2015년을 정점으로 이듬해 매출액은 1500억원대로 줄었고, 최근까지 적자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은 4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27.5%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한 마이너스(-) 4억원으로 집계됐다.
적자 경영은 오너인 박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꾸린 시점과도 궤를 같이한다. 박 회장은 2017년 3월 대표 자리를 전문경영인에게 넘긴 채 이사회에만 참석하고 있다. 현 천남주 대표는 박 회장의 뒤를 이어 현재까지 최고경영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사실 엔케이는 박 회장이 예전과 같이 오너십을 펼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2018년 10월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돼 이듬해 12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송사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전방 조선산업 불황에 박 회장 오너십마저 흔들리면서 내부 통제도 수월하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엔케이는 임직원이 2017~2021년 사이 회사 자금 3억원 상당을 무단으로 인출하는 등 횡령 사실을 적발해 고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소 시장 진출도 사실상 군불을 때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고압 가스용기 국산화를 이끌었던 만큼 기술력을 수소용기, 충전소 사업 등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였다. 다만 엔케이는 2020년 7월 초대형 용기 사업부문을 영위했던 '엔케이에테르'를 사모펀드운용사에 매각했다. 당시 자회사 엔케이텍의 초대형 고압 용기 판매 사업부도 같이 매각했다. 이는 수소 충전소 설립이나 수소 가스 운송 과정에서 필요한 대용량 시장을 포기한 셈이다.
현재 수소 관련 사업은 자회사 '엔케이텍'을 통해 '서부산 엔케이 충전사업소' 운영을 비롯해 EPC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엔케이 관계자는 "수소 시장을 포함해 수익성 관점에서 괜찮은 사업을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엔케이에테르 매각은 당시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케이에테르에 대한 간접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적으로 협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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