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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 태생적 한계의 지배구조, 애매한 이사회 역할 [한화솔루션 중간점검]⑤대표이사만 5명...다른 사업부문 이해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조은아 기자공개 2022-03-22 10:35:00

[편집자주]

한화솔루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솔루션'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한화그룹은 회사의 정체성을 틀에 박아두지 않았다. 한화솔루션의 사업 재편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년 뒤 한화솔루션은 출범 때와는 다른 색깔의 회사가 돼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벨이 3년차를 맞이한 한화솔루션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6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솔루션 지배구조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각기 다른 사업을 하던 회사들이 합병하면서 만들어진 탓이다. 대표이사만 5명에 이르는 대규모 이사회가 탄생했는데 전문성과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사회 역할도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다.

한화솔루션 출범 당시 한화케미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등 기존 회사가 사업부문으로 바뀌었고 기존 대표이사들이 그대로 사업부문 대표이사가 됐다. 하나의 법인으로 묶여있지만 각 사업부문들이 하나의 회사처럼 철저한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각 사업부문을 이끄는 대표이사 5명과 사외이사 6명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케미칼부문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이지만 조만간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남이현 대표가 공식 선임되면 다시 5명 대표이사 체제가 완성된다.

각 사업부문은 대부분의 경영활동은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이사회에서는 매우 굵직굵직한 의사결정만 하는 구조다. 이는 조직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각 사업부문이 단순 경영지원 조직부터 전략을 담당하는 신사업 조직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케미칼부문은 미래전략기획부문을, 첨단소재부문은 미래전략사업부를, 갤러리아부문은 전략기획실을 거느리고 있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케미칼부문과 백화점을 운영하는 갤러리아부문의 미래 전략을 한 곳에서 담당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사회의 역할도 애매할 수밖에 없다. 각 대표이사들은 다른 사업부문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김은수 갤러리아부문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화학이나 태양광 사업과 관련한 관련 논의가 이뤄져도 목소리를 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해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업부문 대표가 한화갤러리아의 유통사업과 관련해 전문성을 발휘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한화솔루션 이사회 안건을 살펴보면 한화글로벌에셋 증자, 프랑스 발전개발 회사 'RES프랑스' 인수, 노르웨이의 태양광 제조회사 'REC실리콘' 지분 17% 취득 등을 찾을 수 있다. 전원 찬성표 역시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해엔 대표이사 중 한 명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발 후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초 출범하면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다. 당시 사업보고서 등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 선출해 운영함으로서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과 책임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게 됐다. 대표이사가 5명이나 되는 만큼 선택지가 없었던 탓이다. 대표이사가 아닌 인물 가운데 이사회 의장을 선임할 경우 사외이사가 이사회 절반 이상이 돼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사회 규모가 13명으로 너무 비대해지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중에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는 방안이 있기는 하지만 사외이사들의 무게감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마땅한 인물이 없어 결국 대표이사 중 한 명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한화솔루션은 사외이사도 다른 기업과 조금 다른 구성을 보인다. 보통 기업들은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회계 전문가, 법조인, 경영 전공 교수 등을 선임한다. 여기까지는 한화솔루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만규 사외이사는 우리은행 출신의 재무·회계 전문가, 서정호 사외이사는 법무법인 위즈의 변호사로 법률 전문가다. 박지형 사외이사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다.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한다.

그러나 다음부터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다른 기업들은 나머지 사외이사들은 자신들이 영위하는 사업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채운다. 화학회사에선 화학을 전공한 교수나 화학회사 전직 임원을 주로 영입한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나머지 3명 사외이사의 이력이 독특하다. 외국인 2명과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다. 태양광, 화학, 유통 등 공통점이 거의 없는 여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사외이사를 영입할 때 어느 한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마 사토시 사외이사는 일본인으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겸 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력을 볼 때 일본 정재계에서 쌓은 네트워크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어맨다 부시 사외이사는 미국인으로 미국 공화당 소속 정치인인 조지 P.부시의 아내이자 미국 41대 대통령을 지낸 조지 HW. 부시의 손자 며느리다. 로펌 '잭슨 워커' 소속이며 텍사스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에너지 컨설팅기업 '세인트어거스틴 캐피탈파트너스'에 재직 중이기도 하다. 에너지 쪽에 몸담고 있긴 하지만 역시 네트워트 쪽에 방점이 찍힌 인물이다.

이한주 대표는 지난해 영입됐다. 그의 이력은 '연쇄창업가'라는 별칭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대부터 지금까지 창업 경험한 무려 4번에 이른다. 4개 기업 모두 해당 분야에서 손에 꼽는 회사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벤처캐피털(VC)이나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사외이사로 선임될 당시 한화솔루션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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