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자체 개발 대신 우량기업 인수 선택 [이종산업 블록체인 콜라보]①보라 개발사 웨이투빗 초기 투자 후 콜옵션 행사, 핵심 계열사 간 합병으로 새 청사진 그려
노윤주 기자공개 2022-03-21 13:58:59
[편집자주]
블록체인을 둘러싸고 이종산업 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독자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 ICT 기업들은 최근 부상하는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공동 사업을 위한 업무 제휴부터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에 이르기까지 콜라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들이 동맹을 구축한 배경을 짚어보고 어떤 협업 모델을 구상해 청사진을 그리는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7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게임 업계 화두는 단연 'Play to Earn(P2E)'이다. 일명 '돈 버는 게임'이라고 불리는 P2E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랫폼 내에서 가상자산,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재화를 얻는 새로운 게임 방식이다.카카오게임즈는 2018년부터 게임과 블록체인의 시너지를 인식하고 물밑작업을 펼쳐 왔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개발사 웨이투빗(현 메타보라)의 잠재력을 내다보고 과감히 투자한 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잘 키운 스타트업' 보라를 핵심 계열사로 편입시킨 카카오게임즈는 그룹의 P2E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웨이투빗 가능성에 투자, 프렌즈게임즈와 합병 결단
카카오게임즈는 2018년 4월 메타보라 전신인 웨이투빗에 29억원을 투자해 지분 13.59%를 획득했다. 당시 웨이투빗은 설립한지 5개월 된 신생 기업으로 최소기능제품(MVP) 조차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카카오게임즈가 투자를 단행한 가장 큰 이유로는 송계한 웨이투빗 창업자 겸 대표의 이력이 꼽힌다. 송 대표는 삼성전자, NHN, 네시삼십삼분(4:33) 등을 거친 게임통이다. 남궁훈 당시 카카오게임즈 대표(현 카카오 대표 내정자)와는 같은 NHN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최초투자 2년 만인 2020년, 카카오게임즈는 웨이투빗에 콜옵션을 행사했다. 주식 28만주를 추가 취득해 45.8%의 지분을 확보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웨이투빗이 보라 플랫폼을 출시하고 파트너사를 넓혀가던 와중에 이뤄진 지분 인수다. 카카오게임즈가 웨이투빗의 블록체인 기술성과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당시에 '비욘드게임' 프로젝트를 통한 신사업을 추진 중이었다"며 "블록체인, NFT 등 새로운 영역에도 관심이 많아 웨이투빗 지분을 인수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최대주주가 된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카카오게임즈는 콜옵션 행사 5개월만에 핵심 계열사인 프렌즈게임즈와 웨이투빗을 합병했다. 종속법인은 프렌즈게임즈로 웨이투빗 법인은 사라졌다. 합병으로 인해 프렌즈게임즈에 대한 카카오게임즈의 지분은 82.4%에서 64.12%로 낮아졌다.
◇새 단장한 '메타보라', 카카오게임즈 신사업 전진기지로
웨이투빗에게 합병은 모험에 가까웠다. 기존에 진행했던 보라 사업을 대부분 중단했다. 당초 보라의 핵심 서비스는 위드보라(With Bora)와 포보라(For Bora)였다. 위드보라는 보라 플랫폼에 온보딩만 하는 게임을, 포보라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모델을 적용한 게임이다. 웨이투빗은 2020년 2월까지만 해도 위드보라와 포보라 게임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합병 후 위드보라 포보라 모델은 사라졌다.
웨이투빗을 품은 프렌즈게임즈는 재정비 기간을 가진 후 지난 2월 '메타보라'로 사명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합병 이후 웨이투빗 색채가 옅어지는 듯 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메타보라는 사명에 '보라'를 넣으면서 블록체인 기업의 이미지를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메타보라는 앞으로 카카오게임즈 메타버스 사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계획이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보라 2.0 파트너스 데이'에 참여해 "웨이투빗과 나부스튜디오 인수를 통해 프렌즈게임즈의 사업 방향이 캐쥬얼게임 개발에서 신사업 전략기지로 바뀌었다"며 사명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자사가 보유한 게임,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보라 생태계에 접목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게임즈의 전사적 보라 활용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5일에는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글로벌 신작 게임 '아키월드'에 보라 블록체인을 접목한다고 공개했다. 카카오게임즈 내 타 계열사와 메타보라의 첫 합작품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내부에서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준비가 되면 하나씩 공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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