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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메모리 경쟁력 점검]'인재 양성' 특명 받은 8인의 리더들⑤시스템 반도체 성장에 사장단 규모 최대...역대급 반도체 인력난 골머리

김혜란 기자공개 2022-03-25 08:00:44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반도체 불모지에 씨앗을 심었다. 그 싹이 자라 '세계 1위 메모리 강국'으로 꽃피우기까진 18년이 걸렸다. 2005년에는 파운드리(위탁 생산)에 도전했다. 반도체에 세트(완성품)까지 다 하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은 2030년 비메모리에서도 1위가 되겠다는 새 비전을 제시하며 반도체 신화 제2막의 장을 열었다. 삼성 반도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를 뛰어넘을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첨단기술 결정체인 반도체 산업은 그 어떤 제조업보다 과학기술인재가 중요한 분야다. 삼성전자가 1992년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전문인력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1989년 국내 최초로 사내대학(SSIT)을 설립하고 해외연수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내부 인재 양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조직의 리더로 크게 키웠다. 현재 DS(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을 이끌고 있는 사장단 대부분은 삼성전자 엔지니어에서 시작해 전문경영인 자리까지 오른 인물들이다.

4차산업의 도래로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크게 확대되자 삼성은 작년 연말 인사를 통해 가장 앞단에서 조직을 이끌고 갈 리더급을 두텁게 했다. 10년 전만 해도 3명이었던 DS 부문 사장급 이상 임원은 8명으로 규모가 확 커졌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 어느 때보다 반도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커졌는데, 이에 대응할 인력은 한참 부족하다. '포스트 윤종용', '포스트 권오현'이 될 후진 양성 풀이 너무 좁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재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기술 우위로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삼성의 초격차 전략은 삐걱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학기술인재 육성은 삼성 혼자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와 국회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기틀을 다시 짠다는 각오로 각각 정책 입안과 입법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확보 문제는 여전히 기업이 각자도생으로 악전고투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DS 사장급 이상 리더는 10년간 3명→8명, 대부분 내부승진

현재 삼성전자 DS 부문 사장급 이상 임원은 총 8명이다. 삼성 반도체의 상징적 인물인 김기남 종합기술원 회장이 중심을 잡고,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 사업부 모두 총괄한다.

그 아래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과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라는 세 기둥이 DS부문을 지탱하고 있다. 미국 팹리스 퀄컴 출신 강인엽 DS미주총괄(DSA·Device Solutions Americas) 사장이 '반도체 종주국' 미국 시장을 공략할 리더로 전진배치돼 있다.

강인엽 사장과 파운드리 동부하이텍(현 DB하이텍) 출신 박용인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은 뒤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정통 '삼성맨'이다.
(왼쪽부터)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 겸 DS부문장, 강인엽 DS부문 미주총괄 사장.

김 회장은 1981년 삼성전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령탑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로 유명하다. 경 사장 역시 김 회장과 걸어온 길이 비슷해 '포스트 김기남'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삼성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린 핵심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경 사장과 과거 디램·낸드 설계팀에서 오랜 시간 같이 일했던 한 인사는 "그는 굉장히 실용적이고 조직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리더"라며 "제어계측공학과 출신이라 소프트웨어에도 능하고 반도체를 보는 시각이 (다른 임원들과는) 다르다. 그가 (비메모리 육성에 나선) 이 시기에 운전대를 잡은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배 사장과 진교영 사장 역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전문가다. 정은승 사장과 최시영 사장은 DS 내 비메모리 쪽에 잔뼈가 굵었다. 삼성전자에서 40년 가까이 일한 정은승 사장은 핵심 기술 리더로 인정받아 최고기술책임자(CTO) 자리에 올랐고, 최시영 사장은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인 파운드리 사업부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삼성이 반도체 불모지에서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일으키고, 이후로도 세계 1위 자리를 한 번도 경쟁사에 뺏기지 않았던 건, 이처럼 삼성이 배출한 반도체 최고 전문가들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박용인 DS부문 System LSI 사업부장 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CTO 사장, 진교영 종합기술원 사장

◇"컨트롤타워도, 사람도 없다" 삼성의 고민

'관리의 삼성'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철저한 인재 관리·양성 시스템은 오늘날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만든 밑바탕이었다. 그러나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선 그동안 삼성이 잘 해왔던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는 또 다른 차원의 기술 인재가 필요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고도의 정밀 설계 역량을 가진 창의적인 인재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

전 세계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각국은 그야말로 반도체 인재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국내 대학과 협력해 반도체 학과 졸업생을 매년 안정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업계에선 연간 1500명 수준의 신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현재 반도체학과 졸업생들은 65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선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에 인력 수급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이 담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수도권 내 반도체 학과 정원 증설안은 '국토균형발전' 주장에 가로막혔고, 기업이 실무교육을 담당해 빠르게 맞춤형 인재를 기르게 하자는 목소리는 교육계의 반대로 관철되지 못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반도체 지원 관련 얘기만 꺼내면 '대기업 특혜 주는 일' 아니냐는 눈초리가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경쟁사인 대만 TSMC의 모리스 창, 미국 인텔의 펫 갤싱어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총수나 스타 경영인이 삼성엔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천문학적인 투자 결정이 필요해 총수 역할론이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정치권은 이재용 리더십을 믿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의 유능한 경영인들도 운신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공한 과학기술인재들에게 열광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그런 분위기 속에 그들의 뒤를 따르고자 하는 후배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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