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23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군마다 1세대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첫걸음은 불모지 위 발자국 하나에 불과하다. 다만 그 첫 자국은 고랑이 된다. 그 위에 가능성이란 씨를 뿌리고 덧뿌려진다. 움이 트고 또 사람과 자본이 모이며 파종을 반복한다. 이렇게 새 산업이 배태되고 또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우리나라에서 각 산업 1세대의 업적을 이야기할 때 손꼽히는 인물로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 회장이 있다. 세계 자동차업체 중 열여섯 번째 독자 모델 포니를 개발했으며 우리나라를 조선산업 세계 1위로 이끈 장본인이다.
다만 세간에서 정 회장의 업적을 평가할 때 첫 국산 자동차 생산과 조선업 성장 등에 국한하지 않는다. 예컨대 그가 처음 국산차를 생산했을 때 함께 태어난 '부차 산업'에 미친 영향력까지 함께 본다.
'스티브 잡스'로 잘 알려진 고 스티븐 폴 잡스에게도 정 회장과 같은 상징성이 부여된다. 21세기 혁신의 대명사인 그의 주도 하에 유비쿼터스 시대가 열렸고 1990년대엔 데스크톱, 2000년대엔 스마트폰의 보급이 시작됐다.
그의 업적도 PC와 스마트폰 출시로 끝나지 않는다. 스마트폰 액정 필름과 보호 케이스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역량을 앞세운 상장사가 있다는 것으로 부연을 갈음한다.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어떠한가. 1990년대 말~2000년 시작된 바이오벤처 창업 붐. 그 구심점에 섰던 인물들이 하나둘 퇴장 수순을 밟는다. 대표격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성영철 제넥신 회장 등은 이미 현업을 떠났거나 이사회에서 내려왔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최근 보유 지분 일부를 현금화했다.
우리나라 바이오 1세대들도 여러 족적을 남겼다.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새 시장과 산업을 열었고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낯선 개념을 업계 전체에 전파했으며 바이오의약품 상용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부차 산업인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이 급성장한 것도 이들과 무관치 않다. 이들의 성공사례를 통해 수 많은 바이오벤처 도전자들이 나타났다. 1년에 1000여개에 육박하는 신생 바이오텍이 생겼고 CDMO 산업도 전례없는 대호황기를 맞았다.
다만 앞서 업계 1세대들을 정 회장, 또는 스티브 잡스 등과 같은 반열에 올릴 수 있을까. 아직까진 무게감에서 차이가 적지 않다. 정 회장 등이 '죽은 기업인의 사회'에 입적하며 상징성이 강화된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들의 업적이 조금 부족하거나, 산업이 만개하지 않았거나. 씨가 움을 틔우기엔 족적의 깊이가 얕았을는지도 모른다. 거대 담론이라 쉬이 알 수 없다. 그러나 최근 극심한 성장통을 겪는 바이오 산업이 반등하려면 이들 1세대에 대한 냉철하고 적확한 분석, 성과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하여 다시금 자문한다. K바이오 생태계를 만든 '아산'과 '스티브'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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