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24일 07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 며칠 가상자산 업계를 달군 화두는 단연 두나무 대기업 지정 여부였다. 두나무는 사명보다 운영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로 더욱 잘 알려진 기업이다.업비트는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부동의 1위 가상자산거래소다. 지난해에는 두 달 가량 쟁쟁한 모바일 게임들을 밀어내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앱 순위 1위 자리를 석권했다. 두나무는 업비트 흥행에 힘입어 단 번에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매출만 3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급성장한 두나무를 대기업으로 지정하기 위해 예의주시 중이다. 총 자산이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나무 자산 중 대다수가 고객이 맡겨 놓은 예수부채라는 점에서 공정위 주장은 업계 반발을 샀다. 금융사가 아닌 모든 기업은 예외 없이 부채를 포함한 총 자산을 기준으로 대기업을 지정하겠다는 게 공정위의 셈법이다.
작년 11월 기준 두나무에 보관된 고객의 원화 예치금은 6조4000억원이다. 이 돈은 두나무 자산이 아니라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 돌려줘야 하는 고객의 것이다. 다른 부채처럼 사업을 위해 사용할 수도 없다. 심지어 47조원에 달하는 코인 예치금까지 자산에 포함할 경우 두나무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된다. 2대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도 대기업 지정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확실히 알아두기 위해 공정위에 코인 예치금도 기업 자산으로 볼 것인지 물었더니 질문과 동떨어진 답변이 돌아왔다. 책임자는 "코인투자를 해본 적이 없어서 코인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되레 거래소에서 코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만 듣고 갔다. 마지막까지도 "코인에 대해 잘 모른다"는 답변은 잊지 않고 강조했다.
두나무는 4월 중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공정위는 사업보고서 검토 후 5월 1일에 대기업 지정 여부를 발표한다. 가상자산의 성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 특징을 공부하기엔 보름이라는 검토 기간이 너무 촉박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 거래소의 자산 기준이 무엇인지 공정위도 모르는데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릴 것인지 의문도 든다.
공정위의 반응이 아주 놀라운 건 아니다. 당국은 늘 가상자산을 모르는 채로 산업을 규제해 왔다. ICO 전면금지, 2년째 시행이 미뤄지는 과세 등이 단적인 예시다. 가상자산 사업 근거를 담은 '업권법' 마련도 더디다. 가상자산업은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명확한 사업 근거가 없는 국내보단 해외에서 커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책이 산업 성장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현실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2017년 비트코인 붐 이후 정책 공백이 이어지는 사이 업계는 한 번 죽었다 다시 부활했다. 이제 막 불씨를 되살린 산업이 허무하게 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정책과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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