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C2E로 '원게임 리스크' 꼬리표 뗄까 [이종산업 블록체인 콜라보]'배그' 메가 IP 활용 극대화, 웹 3.0 생태계 구축 위한 파트너십 확장…주가 회복 미션
이장준 기자공개 2022-04-08 07:54:22
[편집자주]
블록체인을 둘러싸고 이종산업 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독자적으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한 ICT 기업들은 최근 부상하는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공동 사업을 위한 업무 제휴부터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에 이르기까지 콜라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들이 동맹을 구축한 배경을 짚어보고 어떤 협업 모델을 구상해 청사진을 그리는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5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 이후 일약 스타로 부상한 크래프톤에는 배틀그라운드 '원게임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핵·버그 등 고질적인 문제로 홍역을 앓던 가운데 신작도 흥행에 부진하고 시장 환경까지 악화해 주가는 어느덧 최고가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그럼에도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은 건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NFT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메타버스 톱 클래스 사업자 네이버제트, 블록체인 사업자 솔라나(SOLANA)와 동맹을 맺어 쇄신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단순 제휴·협력 선언과 경영진의 주식 매입만으로는 급락한 주가를 띄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창작자 위주의 C2E(Create-to-earn) 생태계를 만들어 실제 사업 성과가 가시화해 과거 위상에 걸맞은 몸값을 인정받을지 주목된다.
◇반 토막 난 게임 '대장주' 주가…투자자 마음 돌릴 사업 다각화 절실
크래프톤은 교육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업, 음악·음반 제작 및 유통업, 경영컨설팅 및 지원 사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신사업 진출 및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업'에도 뛰어들기로 했다.
대대적인 신사업 진출은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회복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8월 코스피 입성과 함께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로 등극했다. 11월에는 주가가 최고가인 58만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그 이후 힘이 빠지며 올 들어서는 연일 신저가를 갱신하며 추락해 4일 종가 기준으로 29만8500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에는 유독 첫 공모가부터 지나치게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따랐다. 히트작 'PUBG: 배틀그라운드'를 제외하면 아직 주가에 걸맞은 경쟁력 있는 신작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선보인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트래픽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기도 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우려 등 외부 요인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크래프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신작 출시를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웹툰, 숏 애니메이션, 그래픽 노블 등 콘텐츠 제작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게임 세계관을 확장해 미디어, 콘텐츠 비즈니스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다.
◇웹 3.0 선점 노력…NFT·메타버스·블록체인 분야 톱티어 기업들과 맞손
나아가 크래프톤은 누적 판매량 7000만건을 넘어선 배틀그라운드의 메가 IP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관련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창한 대표는 주주총회 인사말을 통해 "올해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이라는 핵심 능력을 기반으로 딥러닝, VR, 그리고 웹 3.0, NFT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본격화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확장성을 갖춘 웹 3.0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방향성을 세웠다. 웹 3.0은 중앙집권적인 인터넷에서 벗어나 창작자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이관하는 'C2E(Create-to-Earn)'를 핵심으로 한다.
올 2월 들어 콜라보를 본격화했다. 국내 최대 미술 경매 기업 서울옥션의 관계사인 '서울옥션블루'에 30억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서울옥션블루의 자회사 '엑스바이블루'에도 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은 예술 작품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의 IP를 보유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단순 투자를 넘어 자회사 블루홀스튜디오를 활용해 이들과 협업에 나섰다. 블루홀스튜디오는 아바타와 개인공간 개발을 담당하고, 서울옥션블루와 엑스바이블루는 NFT 상품을 기획하고 프로모션 진행, IP 관리 등 역할을 수행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또 네이버제트와는 신규 웹 3.0 및 NFT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고 이용자 창작 기반 NFT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는 지난달 이용자 수가 3억명을 넘어서면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힐 만큼 경쟁력을 입증했다.
양사는 이를 위한 조인트벤처(JV)도 설립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버추얼 월드(virtual world)를 구현하고 이용자 창작 콘텐츠 제작 툴을 제공한다. 네이버제트는 메타버스 서비스의 운영과 커뮤니티 및 소셜 서비스를 주도한다. 아직 정해진 바는 없으나 추후 이 새로운 플랫폼에 서울옥션블루, 엑스바이블루의 NFT 상품을 얹는 식으로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에는 '이더리움(ETH) 킬러'라는 별명을 지닌 솔라나와도 손잡았다. 솔라나는 거래처리 속도가 빠르고 네트워크 사용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강점을 자랑한다. NFT,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던 차에 온체인(On-Chain) 게임 수요가 커지면서 크래프톤을 파트너로 삼게 됐다.
양사는 솔라나 블록체인에 기반한 블록체인·NFT 게임과 서비스의 개발 및 운영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 공동 투자 기회도 함께 창출할 계획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협업하게 된 솔라나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앞선 기술로 Web 3.0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거나 온체인(On-chain) 게임을 개발하는 잠재력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이 잇따른 제휴 소식을 발표하고 장병규 의장이 한 달 만에 3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주가는 크게 반등하지 않았다. 현재는 주가가 최저가 대비 20%가량 회복한 수준으로 갈 길이 멀다.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하고 경쟁력 있는 신작을 통해 신규 IP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