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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 포스트 오너십 진단]'CFO의 변신' 차남 강호철, 대교홀딩스 과제 산적④그룹 재무통서 경영 지휘봉 잡아, 자금운용·계열사 지원 성장동력 발굴

이효범 기자공개 2022-04-01 08:07:07

[편집자주]

강영중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은 대교그룹을 일군 원천이다. '눈높이' 브랜드를 키워낼 수 있었던 것도 오너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상장 이후 십수년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가 점차 막을 내리고 이제는 2세경영 체제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다만 후계구도는 아직까지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과도기에 있는 대교그룹의 오너십 전환 현주소를 짚어보고 승계 포인트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교그룹의 자산과 매출 측면에서 상장 계열사 '대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대교를 제외하고 보면 대교그룹은 지주사 대교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가족기업이나 마찬가지다.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강영중 회장과 자녀들이 대교홀딩스와 계열사를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대교홀딩스는 그동안 계열사 관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바꿔 말하면 신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근 강 회장의 차남인 강호철 상무의 대교홀딩스 대표이사 선임도 이같은 맥락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대교홀딩스의 역할은 점차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핵심 계열사인 대교의 성장동력이 떨어진 가운데 지주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와 맞물려 대교홀딩스가 교육업 외에 자회사를 통해 영위하는 기존 사업을 재편할지도 주목된다.

◇'대교' 빼면 사실상 가족회사, 차남 강호철 '진두지휘'

강 회장의 차남인 강호철 대교 상무(사진)는 최근 대교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982년생인 그는 경기대학교 경영학과, 보스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대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계열사 임원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대표이사로 선임될 때까지 대략 10년 남짓 걸린 셈이다. 직급은 상무에 그쳤지만 오너일가 일원으로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대표이사 자리를 꿰찼다.

앞서 2010년에는 승계 지렛대로 꼽히던 오너일가 개인회사 크리스탈원(옛 투핸즈미디어)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교의 주주사일 뿐 그룹 내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는 한동안 강영중 회장의 '친인척'으로 분류됐다. 강 대표는 형인 강호준 대교 대표이사와 마찬가지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대교아메리카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교아메리카 법인장까지 맡다가 2016년 11월 대교 재무담당임원이자 대교홀딩스 경영혁신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형과 달리 CFO(최고재무책임자)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강호준 대표가 당시 대교 내에서 해외사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만큼 이때부터 형제간에 역할분담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대교 측도 공식적으로 2세 승계구도는 불투명하지만 형제간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강 회장이 차남에게 대교홀딩스 경영을 맡긴 것은 장남 중심의 후계구도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도 충분하다. 장남인 강 대표는 2021년부터 대교 경영지휘봉을 잡고 디지털 전환과 함께 비수익성 사업 및 법인을 정리하고 있다.

다만 대교의 순손실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연결기준 2020년과 2021년 매년 약 28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특히 지난해 순손실 규모만 400억원을 훌쩍 웃돌았다. 2020년 180억원 규모에서 2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학습지와 교과서 개발에 투입된 개발비 대부분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하고 근로자와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 충당부채 등을 설정한 결과다. 이외에도 지분법 적용 계열사 주식의 평가손실 등도 실적에 반영됐다.

동생인 강 대표는 주로 대교홀딩스를 비롯한 자회사 대교디앤에스, 대교씨앤에스, 대교이앤씨 등의 계열사를 통합해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교홀딩스 지분 83.9%를 보유한 강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이들 계열사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100%에 가까운 지배력을 갖고 있다. 강원심층수에 대한 대교 오너일가 지분율도 70%를 웃돈다.


◇지주사 역할 한계...헤지펀드 투자 '쓴맛'

강 회장이 차남을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대표로 발탁한 것은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그룹 자체의 성장동력이 떨어지자 대교 뿐만 아니라 대교홀딩스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곧 강 대표의 미션인 셈이다.

대교그룹은 20여년 전인 2001년 대교에서 인적분할한 대교홀딩스(당시 대교네트워크)를 설립하면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원래 데이터 시스템과 미디어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형지주사였으나 2005년 사업을 분할해 계열사에 양도하면서 순수지주사로 바뀌었다.

핵심 계열사 대교의 최근 실적부진은 대교홀딩스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대교홀딩스는 올해 3분기 별도기준 누적 영업수익 176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냈다. 2021년 영업적자 146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개선된 수치다. 그러나 2015~2017년 매년 매출액 2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최근 실적은 상당히 부진한 셈이다.


그룹 지주사로서 대교홀딩스의 주요한 역할은 신규 유망사업을 발굴하고, M&A(인수합병)를 통한 지속성장과 투자관리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주사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금 창출 역량이 부족했던 것도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대교홀딩스는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매년 창출하는 영업수익은 지분법 평가 이익, 투자 수익, 임대료 등이다. 영업수익의 대부분은 계열사 지분에 대한 평가손익이다.

2021년 9월말 별도기준 자산총계는 5780억원이다. 부채는 28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자기자본이다. 자기자본의 대부분은 지분법적용투자주식으로 구성돼 있다. 비유동자산으로 분류되는 대교 등 계열사 주식이라는 얘기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440억원 가량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다.

대교홀딩스는 그나마 현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실시했던 헤지펀드 투자에서 쓴맛을 봤다. 투자한 헤지펀드는 '웰브릿지코스닥벤처펀드1호(최초출자금액 50억원)', '한국투자PrivateDebt펀드(20억원)' 등 이다. 웰브릿지코스닥벤처펀드1호는 원래 부실운용으로 라이선스를 박탈당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다. 작년 9월말 기준 펀드의 장부가액은 5억원으로 최초출자금액의 10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헤지펀드와 벤처조합 투자는 CFO(최고재무책임자)였던 강 대표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홀딩스는 2008년부터 금융투자팀을 뒀는데 강 대표가 CFO를 맡은 이후 해당조직은 더욱 힘을 받았다. 강 대표가 금융투자업계 출신들을 모아 투자를 강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교홀딩스는 계열사 대교인베스트먼트의 벤처조합에도 수십억원을 투자했다. 대교인베스트먼트의 주주는 강영중 회장과 크리스탈원이다. 크리스탈원은 강호준·강호철 대교 형제가 지분을 갖고 있는 오너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와 소속 종속회사로 금융사를 두지 못하기 때문에 오너일가가 출자하는 형태로 지난 2011년 7월 설립됐다.


◇'강원심층수·대교디앤에스'에 매년 200억 안팎 대여, 부담 줄일까

부진한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 부담도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대교홀딩스는 지주사 전환 이후 2006년 자회사인 '강원심층수'를 설립하고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했다. 주주는 대교홀딩스(지분율 63.08%), 크리스탈원(7.24%)으로 나머지 지분은 고성군과 강원도가 갖고 있다.

오랜기간 적자로 대교홀딩스는 수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본을 투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수십억원의 대여금을 지급하고 강원심층수가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데 대한 지급보증까지 제공하고 있다.

대교홀딩스가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투자지분 가치는 오히려 큰폭으로 떨어졌다. 강원심층수 지분 63.08%에 대한 지분가치는 2021년 9월말 기준 15억원에 불과하다. 자본금 305억원 규모의 회사로 2020년말 기준 자기자본은 26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처럼 부실한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은 신규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대교홀딩스는 또 계열사 대교디앤에스에도 매년 대여금을 투입하고 있다. 2018년 218억원, 2019년 150억원, 2020년 178억원 등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단기자금을 대여했다가 회수한다. 때때로 금융권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도 제공한다.

대교디앤에스는 부동산개발, 주택건설, 골프장 사업 등을 영위하는 대교홀딩스의 자회사다. 대교홀딩스가 지분 9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지분은 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갖고 있다. 청평, 구미, 이천 등에서 마이다스 골프장과 리조트 등을 운영한다.

대교그룹 관계자는 "대교홀딩스가 자회사에서 대여거래를 하는 부분은 일반적인 회사 운영자금을 대여하는 거래로 지주회사에서 자회사로 자금 필요시 대여를 해주고 있는 사항"이라며 "대여거래가 이루어진 자회사에서 여유 자금이 발생하게 되면 다시 상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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