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체리피커' 옛말…M&A 시장 '큰손' 부상 레저업종 위주, 이종업종 전략 선회…건설업 시너지, 의문부호
신준혁 기자공개 2022-04-04 07:05:56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1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반건설이 M&A 시장에서 '체리피커(실속만 챙기는 사람)' 딱지를 뗐다. 과거 대형 매물에 관심만 보이다가 최종 단계에서 번번이 인수를 포기했던 것과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최근 굵직한 매물을 잇따라 인수한 덕에 모처럼 M&A 시장 큰손으로 대접받는 분위기다. 중소규모 레저업종 딜 위주에서 중대형 이종업종으로 타깃을 삼은 점도 눈에 띈다.
지금까지 대아청과, 삼성금거래소, 리솜리조트, 제주퍼시픽랜드, 대한전선 등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최대주주에 올랐다. 최근 KCGI의 한진칼 지분, 폴라리스쉬핑의 지분투자에 참여하면서 반전 국면을 예고했다.
◇중대형 매물 인수 공격 행보, 건설·해운·항공 섭렵
호반건설은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 KCGI의 한진칼 지분 13.97%를 취득하기로 했다. 매입 금액은 5640억원에 달한다. 인수 목적은 단순투자다. 취득 예정일자는 4일이다.
국내 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의 2대 주주로 올라서는 지분 매입 계약도 체결했다. 호반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TX-APC PE 컨소시엄에 재무적 투자자(FI)로 동참했다. 인수가격은 2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2건의 M&A를 성사시키면 호반건설은 건설업에 해운업과 항공업 등 이종업종으로 영역을 확대하게 된다. 본업인 건설과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포트폴리오 확대에 따른 수익 다변화가 예상된다.
호반건설의 과감한 행보는 수년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대어급 매물에 손을 댄 적은 많았지만 성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옛 금호산업을 비롯해 대우건설 인수전이 대표적인 예다. SK증권, 동부건설, 한국종합기술 등에도 입질을 했지만 막상 인수를 마무리한 건 울트라건설, 퍼시픽랜드 정도였다.
입찰에 참여해 매물을 들여다본 뒤 번번이 인수를 포기해 M&A 시장의 체리피커(실속만 챙기는 사람)라는 이미지가 굳어 있었던 셈이다.
초기 M&A 타깃도 동종업종이나 골프레저 분야에 국한돼 있었다. 수익성 높은 주택사업으로 거둔 현금을 활용해 리솜리조트(현 호반호텔앤리조트)와 서서울CC(호반서서울), SG덕평CC(에이치원클럽) 등 호텔·리조트와 골프장 위주의 딜을 성사시켰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울트라건설(200억원)과 제주 퍼시픽랜드(800억원)을 인수했다.
인수 전략에 변화가 생긴 건 2019년 전후다. 호반건설 계열사인 호반프라퍼티는 각각 564억원과 223억원을 들여 대아청과와 삼성금거래소를 사들였다. 중견 건설사가 채소류 유통 1위 업체와 귀금속류 제조납품업체를 인수하면서 당시로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서울신문과 전자신문, EBN을 인수해 서울미디어홀딩스에 배속시켰다. 서울미디어홀딩스는 호반건설의 100% 자회사인 호반주택이 상호를 바꿔 단 기업이다. 호반건설의 창립자인 김상열 호반장학재단 이사장은 스스로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에 올라 관리에 나서고 있다.
호반건설은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인수전에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최종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딜을 끝까지 완주한 케이스로 꼽힌다.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도 매각 측인 MBK파트너스에 독자적 제안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을 시작으로 KCGI의 한진칼 지분, 폴라리스쉬핑 지분 인수를 통해 호반건설은 이전과는 다른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업종 분야에서 선두업체를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인수하면서 그룹 체력도 변모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보유 현금 두둑, 차기 M&A 행보 주목…일부 인수기업 실적 부진 '과제'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2조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호반건설의 M&A 행보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별도 차입 없이 자체 보유 현금만으로 100% 소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확인 가능한 최근 공시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2020년 별도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3619억원, 연결기준으로 1조7407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은 1540억원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33.7%로 상당히 양호하다.
대아청과나 삼성금거래소를 인수할 당시 호반프라퍼티를 동원한 점을 미뤄보면 동원 가능한 현금은 더욱 늘어난다. 호반그룹의 또다른 축인 호반프라퍼티와 호반산업의 현금성자산은 각각 562억원과 2779억원이다. 다른 계열사를 제외하더라도 세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2조3000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주력인 건설과 연관성이 적은 이종업종이 많다는 점에서 몇년 못가서 인수기업을 재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미디어와 청과물 유통, 귀금속 제조 납품, 항공사와 해운사 지분 등은 본업인 건설업과 직접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접점이 적은 것으로 지적된다.
M&A 후 인수기업의 수익성이 다소 부진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한전선은 국내 전선업계 2위의 기업이지만 영업이익률은 2%를 밑돌고 있다. 구리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원가율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총 차입금도 5800억원으로 썩 좋지 않은 편이다. 호반과 호반산업은 지난해 말 대한전선의 단기운영자금과 금융기관 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각각 1600억원과 400억원의 자금을 대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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