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업체 포스트 코로나 전략]'진단외길' 외도는 없다…'분자진단 대중화' 몰두씨젠, '진단 플랫폼' 사업 전환·글로벌 점유율 확대 추진…인력 확충도
최은진 기자공개 2022-04-06 08:34:59
[편집자주]
진단업종은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돈 안되는' 사업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돈 버는' 업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통 제약사를 뛰어넘는 조단위 실적을 창출하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물론 코로나에 의존한 성장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이들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둘러싸고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5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년간 분자진단 외길을 걸어온 씨젠은 포스트 코로나 전략도 관련 분야 안에서 찾고 있다. '분자진단 대중화'라는 기치 하에 엔데믹(Endemic)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관련 제품을 다양화 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해 인력 및 조직 전열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투자보다는 R&D 주력, 분자진단 포트 확대 목표
씨젠은 감염성 질환 및 유전성 질환 등을 대상으로 분자진단 제품을 생산·판매한다. 주로 성매개 감염 원인균·호흡기 바이러스·독감 등을 진단하는 데 활용되며 연간 9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약 80%는 수출에서 창출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바이러스를 정확하게 진단해 내는 분자진단 역량이 주목받으며 매출이 급성장했다. 2021년 별도기준으로 1조14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SD바이오센서 다음으로 규모가 큰 진단업체로 성장했다. SD바이오센서는 신속항원진단키트, 씨젠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의 분자진단 제품을 앞세웠다.
SD바이오센서가 신약개발 및 에스테틱사업 등 문어발식 확장을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반면 씨젠은 분자진단 안에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전략을 추진한다. 씨젠이 연구개발 투자를 더 늘리는 데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투자활동으로는 전년도 1707억원 보다 낮은 783억원을 순유출했다. 반면 연구개발비로는 전년도 262억원보다 두배 이상 많은 755억원을 썼다.
씨젠은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앞으로 진단의학이 더욱 발달할거란 판단으로 '분자진단 대중화'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인구 고령화 및 현장진단(POC), 홈케어 수요 등 코로나바이러스와 무관하게 진단분야가 성장세를 보일거란 관측이다. 씨젠은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이 2027년 15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이 중 분자진단은 약 40% 비중으로 최대규모의 검사방법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따라 씨젠은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는 걸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씨젠은 글로벌 분자시장 내 PCR 부분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분자진단 기업 가운데서는 대략 4~5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지난달 미국 사업 본격화를 위해 새로운 미국법인장 및 의과학연구 총괄임원을 영입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분자진단 시장으로, 글로벌 시장의 약 절반 정도를 점유한다. 그간 씨젠의 매출 가운데 57%는 유럽에서 창출됐고 국내와 아시아가 그 뒤로 24% 비중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미주지역 실적이 규모 대비 미미한 만큼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중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현지법인 'Seegene Colombia S.A.S.'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분자진단 대중화를 위한 전략으로는 구체적으로 POC 검사 시스템, 모든 병원체를 한번에 검사하는 신드로믹 검사 시스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쉽고 빠르게 모든 감염병을 진단하는 방안을 연구개발한다는 목표다. 이에 대한 선행과제로 아날로그식 진단 프로세스를 자동화 한 'AIOS(에이오스)'라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씨젠은 중장기적으로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다. 전세계 바이오텍들이 진단시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 씨젠의 전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연구개발 및 임상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추상적으로 보이는 포부지만 분자진단 관련 전 밸류체인을 일원화 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질병 뿐 아니라 동물·식물·식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단시약 포트폴리오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자진단 플랫폼' 사업의 첫걸음으로 올해 100개의 진단시약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투자는 신중, 인력 영입 등 전열 정비 추진
씨젠은 분자진단 부문에서 글로벌 선두주자 입지를 다지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내부 역량을 키우기 위한 R&D에 집중하는 건 물론 M&A 및 지분투자 등 외부경쟁력을 끌어오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특히 글로벌, AI, 재무 역량을 보유한 인재영입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KT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김범준 부사장을 경영지원총괄 임원으로, 국내외 IB 및 대기업 투자부서 등에서 활약하던 박성우 부사장을 M&A 총괄 임원으로 영입했다. 이외 김종석 전 차움병원장, 이기선 전 대림산업 최고구매책임자 등을 고위임원으로 채용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22명에 불과했던 임원이 지난해 말 50명으로 늘었다. 직원수는 314명에서 1070명으로 세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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