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4월 18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 옛날 제사장들이 높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던 건 하늘의 뜻을 받들어 살피고 목소리를 전해주는 전달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진찰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했던 것도 한몫했다.예로부터 의술은 언제나 힘이었다. 그래서 의료와 관련된 규제의 문턱을 낮추는 일에는 언제나 큰 반발이 뒤따른다.
비대면 진료 관련 스타트업을 취재하며 만난 취재원들은 공통적으로 투자사의 이름을 노출하길 꺼려 했다. 이유인즉 약사, 의사 단체가 투자사들을 마치 '돈 벌 기회만 찾아다니는 속물'들로 낙인찍고 의료 사고 등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불한당'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벤처캐피탈 이름은 그렇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됐다. 의료계의 말마따나 비대면 진료에 투자한 모험자본 투자자들은 돈 벌 기회만을 쫓는 속물인 걸까.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지만 대기업을 포함한 사업자들이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던 건 '한시성'이라는 위험 때문이다.
정부는 감염병 위험 '심각' 단계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이 말은 언제든 심각 단계가 낮아질 경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가만이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험자본 덕에 비대면 진료 시장에서 사업을 펼치는 업체만 20곳 이상이다. 창업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할 수 있던 건 모험자본 덕이다. 실패하면 투자사도 창업가도 많은 걸 잃는다. 그렇기에 창업가들의 성장을 도운 모험자본은 결실을 나눌 자격을 갖는다. 위험을 함께 감수한 파트너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위험하다며 반대했던 비대면 진료의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다. 허용 이후 진료 건수는 350만건을 넘어 400만건을 바라보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이후 큰 의료사고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2년 넘게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아직도 제 갈 길을 못 찾고 있다. 새로운 당선인의 공약이 비대면 진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 강화를 위해 규제를 낮추겠다곤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같은 생산적 논의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의료 사고라는 근거를 핑계 삼아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속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컨택트'보다 '언택트'가 익숙해졌다. 약을 먹고 관리하면 되는 사소한 통증과 질병 치료를 위해 점심 막간을 이용하거나 퇴근 후 늦은 시간에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건 지나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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