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분석/DB하이텍]맞닥뜨린 지주사 전환 이슈, 어떻게 풀까①이달 중 공정위 신고할 듯…유예기간 2년 안에 거버넌스 정리해야
김혜란 기자공개 2022-04-25 14:47:13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0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그룹은 법적으로 지주회사가 아니지만 지주사의 골격을 갖추고 있다. DB(DB Inc로 상장)가 DB하이텍 등 제조부문을, DB손해보험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로 거버넌스가 단순화돼 있다.지주사 전환 목적은 소유·지배구조를 '총수일가-지주회사-자회사' 체제로 바꿔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있다. DB는 이미 지배구조가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라 굳이 지주사로 전환할 큰 유인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DB도 지주사 전환이슈를 외면하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DB하이텍의 성장으로 DB의 자산, DB하이텍 지분가액 모두 크게 증가했다. DB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하든, 지주사 전환 요건에 미달되게 손을 보든, 내년 말까지는 선택과 액션이 있어야 한다.
◇지주사 전환요건 충족해 공정위 신고의무 생겨
DB그룹은 금융사와 제조계열사가 분리돼 있다. DB손보를 비롯해 DB금융투자, DB생명보험 등 금융계열사들은 제조업 계열사의 지주회사격인 DB나 DB하이텍과 의미있는 지분 관계가 없다. DB생명이 DB하이텍 지분 0.78%를 보유하고 있는 정도다.
DB하이텍을 거느리는 DB의 최대주주는 오너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회장이다. 지분 16.83%를 보유 중이다. 김준기 회장 지분(11.61%)을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43.81%다. 여기에 자사주 5.04%를 합하면 총수일가는 총 49%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소액주주 비중 49%로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별 문제 없이 유지돼 온 거버넌스에 이슈가 생긴 것은 작년 말로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면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은 크게 두 가지다. '재무상태표상 별도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지주비율) 이상'이어야 한다.
DB하이텍은 작년 말 기준으로 이 조건을 충족했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DB의 자산총액은 6104억원이 됐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자산총계가 4843억원으로 5000억원 미만이었으나 지분 12.42%를 보유한 DB하이텍의 공정가액(장부금액)이 크게 뛰면서 자산이 불어난 것이다. DB하이텍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4008억원이다. 자산총액의 약 68%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 성립 요건을 갖추면 강제 지주전환 이슈가 생겼다. 지주사는 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 2년 안에 지분율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DB가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고 싶거든 법적기준에 닿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DB하이텍의 현재 시가총액은 3조원이 넘는다. DB가 지주사로 전환되면 DB하이텍 지분을 지금보다 약 18%를 더 매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최소 54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DB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끌어모아도 250억원에 불과하다. DB 시가총액(2000억원)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부어야 한다. 여기서 DB그룹의 고민이 시작된다.
◇앞으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공정위에 따르면 기업이 작년 말 기준으로 지주사 전환요건을 갖추게 됐다면 4월 말까지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후 공정위는 1~2개월 정도의 검토기간을 거친 뒤 지주사 전환 여부를 기업에 통보한다. 지주사 전환일은 사유 발생일인 작년 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올해 1월 1일이 된다.
예를 들어 공정위가 기업에 6월에 통지했다고 해도 유예기간이 2년이라고 가정하면 2024년 1월 1일까지는 지주사로 전환하고 행위제한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DB도 이달 안에 공정위에 신고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유예기간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보통 1~2년이고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연장이 가능하다"며 "유예기간 동안 지주사 지분을 30%까지 확보하지 못해도 따로 과태료 등 제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예기간 안에 지주사 전환 이슈를 해소해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제재는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DB는 DB하이텍 지분을 30%까지 늘려 유예기간 안에 법적으로 지주사가 되거나, DB하이텍 보유지분 일부 또는 전부를 팔아 지분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아니면 지주사 강제전환 문제를 해소할 다른 방안을 강구해 실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징금을 내고 이 체제로 잠시 버틸 수는 있겠으나 과징금 규모가 매출의 5% 안팎으로 상당히 커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DB그룹은 "유예기간이 2년이나 되기 때문에 충분히 대처해나갈 수 있다"며 "DB하이텍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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