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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크로스보더 M&A, 미코그룹 메자닌 활용술 눈길 [진격의 중견그룹]③10% 할증 CB, 계열사 지분 대상 EB 발행…콜옵션 통해 전선규 회장 지분 희석 방어

신상윤 기자공개 2022-04-25 07:22:05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1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세정·코팅 등 첨단 소재 및 부품 전문 '미코그룹'이 첫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 성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 아일랜드 진단 바이오기업 '트리니티 바이오테크(Trinity Biotech)'가 대상이다. 미코그룹은 인수 재원 조달을 위해 다채로운 방법으로 메자닌(Mezzanine) 증권을 활용해 눈길을 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코그룹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아일랜드 진단부문 바이오기업 '트리니티 바이오테크' 지분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델라웨어에 설립될 특수목적법인(SPC) 'MiCo IVD Holdings, LLC(미코 IVD)'를 활용해 트리니티 바이오테크의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 트리니티 바이오테크는 지난 1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매매계약서(SPA)'를 공시했다. SPA에는 미코 IVD가 트리니티 바이오테크 지분 29.9%와 전환사채(CB) 등 4500만달러 규모를 투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M&A 재원은 미코그룹 지주회사 격인 코스닥 상장사 '미코'가 총대를 멨다. 지난 14일 13회차 CB와 14회 및 15회 교환사채(EB)를 동시에 발행해 550억원 조달을 마쳤다. 미코는 메자닌을 활용하면서 외부 유동성을 끌어오는 한편 계열사 내 가용 자금도 조달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3회차 CB는 25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비케이피엘 에스티엘 사모투자합자회사 등을 통해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활용했다. 외부서 자금을 조달했지만 표면 이자율과 만기 이자율이 각각 0%로 책정돼 이자 부담을 덜었다. 상환 만기는 5년이다.

발행가액은 1만2928원으로 책정됐다. 기준 주가보다 10% 할증된 수준이다. 트리니티 바이오테크 M&A 등으로 기업가치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3회차 CB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함께 20% 규모의 매도청구권(콜옵션)도 포함돼 있다. 콜옵션 비율을 낮춰 지분 희석 비중은 높아졌지만 투자자들에게 수익 실현의 기회를 더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14~15회차 EB는 미코그룹 내부에서 소화했다. 150억원 규모의 14회차 EB는 자회사 코미코가 인수했다. 미코그룹 핵심 캐시카우인 코미코는 반도체 세정·코팅 등 사업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코미코는 지난해(연결 기준) 매출액 2570억원, 영업이익 588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코미코는 미코 14회차 EB를 인수해 계열사 '미코세라믹스' 주식 41만7350주를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셈이다. 표면 이자율은 0%로 책정돼 금융수익을 기대할 순 없다. 다만 만기 이자율이 1%로 책정돼 5년 만기 뒤에는 일부 금융 수익을 챙길 순 있다. 아울러 교환 대상인 미코세라믹스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여지는 남겨뒀다.


15회차 EB도 150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교환 대상은 코스닥 상장사 '코미코' 주식 27만280주(2.7%)다. 인수자로는 미코세라믹스가 나섰다. 미코세라믹스는 2020년 2월 미코에서 물적 분할돼 설립된 비상장법인이다. 삼성전자가 217억원을 투자하면서 2대주주에 올라 주목받았다.

미코세라믹스는 지난해 매출액 971억원, 영업이익 156억원을 기록하는 등 분할 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IPO 절차를 중단했지만 상장 시점을 재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15회차 EB는 미코가 콜옵션 40%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어 향후 지배력 보강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트리니티 바이오테크 M&A는 미코그룹이 바이오사업에서도 글로벌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미코그룹 내 재무전략과 자금 운용에 핵심 역할을 한 최고재무책임자(CFO)에도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미코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미코의 CFO인 박규옥 이사가 이 역할을 맡고 있다. 박 CFO는 아주대 경영학 학사를 졸업하고 LS그룹(LS전선 전략기획실)을 거쳐 미코그룹에 합류했다.

2017년 미코에 입사해 기존 CFO였던 이석윤 대표와 손발을 맞췄다. 2020년 12월 이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박 이사는 사내이사 CFO로 자리를 옮겨 미코그룹 내 재무 및 전략, 기획 등을 총괄했다.

특히 이번 인수 자금 조성에선 이자 부담을 없앤 CB로 비용을 줄이고, 미코가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 비율(20%)을 낮춰 투자자들의 수익 창출 기회를 열어줘 자금을 융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코그룹 내 계열사에선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을 최대한 끌어오면서 향후 가외 수익을 창출할 기회도 열어줬다는 평가다. 여기에 13회차 CB가 전환됐을 때 오너인 전선규 회장의 지배력 희석 우려는 14~15회 EB 콜옵션으로 일정 수준 방어하는 묘수도 발휘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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