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텍 뉴 오너십 리뉴얼]최현식 회장 체제 3년차, 포트폴리오 변화는①사명서 '반도체' 떼고 사업다각화 선포…신사업 기대감, 시총 500억→2000억 증가
박상희 기자공개 2022-05-02 07:48:05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6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아이텍'에게 2019년은 '다시 태어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설립 이후 줄곧 시스템 반도체 한 우물을 파오다 본래 사명(아이텍반도체)에서 반도체를 떼어내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때마침 최대주주도 손바뀜이 생기면서 현재 최현식 회장 체제로 바뀌었다.최 회장은 코스닥 시장에서 오랫동안 재무적투자자(FI)로 활동해 온 은둔 플레이어다. 그런 그가 단순 투자 목적에서 벗어나 직접 경영에 참여해 오너십을 구축한 첫 기업이 아이텍이다. 본격적인 경영활동에 나선 최 회장은 본업(시스템 반도체)의 사업 안정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힘을 쏟았다. 새 오너십을 구축한 지 3년차, 최 회장이 그려온 그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은둔의 재무적 투자자, 첫 오너십 경영 구축
최 회장은 2019년 9월 초 아이텍 경영권을 확보했다. 최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포틀랜드아시아를 앞세워 아이텍을 손에 넣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2019년 9월 포틀랜드아시아가 보유 중이던 아이텍 1회차 전환사채(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말 기준 최 회장이 보유한 아이텍 지분율(포틀랜드아시아 포함)은 11.67% 수준이다.
아이텍 고위 관계자는 "최현식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2000년대부터 재무적 투자자로 활동해왔다"면서 "오너십을 갖고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아이텍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업력을 쌓아온 아이텍의 사업적 안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인수 이후에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는 등 해당 사업을 계속해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동시에 최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신사업 분야를 물색했다. 이는 사명을 기존 '아이텍반도체'에서 아이텍으로 바꾼 것과도 무관치 않다. 사명 변경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한 우물만 파던 기업에서 탈피해 다양한 사업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당시 아이텍은 사명 변경의 목적을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사업다각화라고 밝혔다.
아이텍은 2019년 화장품업체 삼성메디코스, 2020년 백신 공급업체 송정약품, 그리고 지난해 콜드체인 모니터링 시스템 공급업체 네오엔프라와 그래핀 신소재 업체 동우텍 등에 투자했다. 최 회장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구체적인 액션플랜에 들어간 것이다.
최대주주가 최현식 회장 체제로 바뀌기 이전인 2018년 비교하면 아이텍의 종속기업은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증가했다. 2018년 종속기업은 아이텍인베스트먼트 1곳에 불과했고, 현재 이곳은 종속기업에서 제외된 상태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관계기업으로 분류된 동우텍과 네오엔프라가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면 아이텍의 계열 기업 수는 모두 7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아이텍은 동우텍 지분 29.38%를, 네오엔프라 지분 30.23%를 보유하고 있다. 아이텍은 조만간 이들 기업이 실시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가해 지분율을 끌어올려 종속기업으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다.
◇동우텍·네오엔프라·삼성메디코스, 순차적 상장…기업가치 상승 예고
최 회장은 아이텍이 단기,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회사들을 차례로 발굴했다. 아이텍 관계자는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으로 송정약품을 선택했다"면서 "중기적으로는 동우텍, 장기적 관점에서는 네오엔프라가 투자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을 인수한 목적은 무엇일까. 사업 다각화의 최종 목표는 아이텍의 기업가치 상승이다. 지분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면 결과적으로 아이텍의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텍이 투자를 통해 종속기업으로 편입시켰거나 편입할 예정인 기업이 모두 비상장사라는 점이다. 향후 '될성부른 떡잎'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 후 IPO 등을 통해 미래 과실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약 2년 전인 2020년 5월 기준 아이텍의 시가총액은 500억원 안팎 수준이었다. 최근 아이텍 시총 규모는 1700억~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이텍 주가 상승은 시스템 반도체 본업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동우텍과 네오엔프라 등에 투자에 따른 신사업 기대감 때문이었다.
아이텍 관계자는 "현재 아이텍 기업가치에는 자회사들의 미래가치 등이 반영돼 있지 않다"면서 "동우텍이나 네오엔프라 같은 종속기업이 향후 성장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아이텍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텍은 비상장 자회사의 구체적인 IPO 스케줄까지 세워뒀다. 첫 타자는 동우텍이다. 동우텍은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콜드체인 ICT 기술을 보유한 동우텍은 향후 계열사인 송정약품이 영위하는 의약품 콜드체인 플랫폼 사업과 시너지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정약품은 전국보건소 및 600여개의 병·의원, 군부대 등 정부조달을 통한 각종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제 등을 공급하는 업체다.
네오엔프라는 미국 나스닥 시장을 노린다. 한국 증권시장이 아닌 미국을 타깃으로 한 것은 밸류에이션 격차 때문이다. 네오엔프라는 회사 규모를 더 키워 소재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더 높은 미국 시장에 향후 2~3년 내에 입성한다는 계획이다. 네오엔프라가 영위하는 그래핀 사업은 높은 전기적 특성을 갖추고 있어 꿈의 나노 물질로 불린다. 초고속 반도체, 투명전극을 활용한 OLED, 전자종이를 만들 수 있어 미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기 전에 계열사로 편입된 삼성메디코스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메디코스는 OEM, ODM 전문기업으로 바이오원료와 화장품 등의 제조 및 판매를 영위 중인 OBM 비중을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메디코스는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텍은 당분간은 신규 M&A 보다는 인수한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아이텍 관계자는 "M&A는 원론적 차원에서 계속 검토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신규 M&A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 "기존에 인수한 기업의 성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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