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살롱]삼성도 줄서서 투자하는 NFT 유망기업은②'유가랩스' 시드라운드 대박, 삼성넥스트·해시드 참여…국내선 창업환경 못받쳐줘
원충희 기자공개 2022-05-19 11:22:51
[편집자주]
테크놀로지는 자본을 만나 혁신을 이루며 우리의 생활문화를 바꾼다. 이제는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등은 모두 IT와 테크기업, 자본시장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첨단기술 향방은 우리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더벨은 테크기업과 자본시장 종사자들을 만나 그들이 느끼는 주요 이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7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체불가토큰(NFT) '지루한 원숭이 요트클럽(BAYC·Bored Ape Yacht Club)' 시리즈로 유명한 유가랩스(Yuga Labs)는 지난 3월 대규모 투자유치를 단행했다. NFT가 한창 뜨던 시기였던 만큼 전 세계 유명 투자자들이 줄을 섰고 그 중 36개 기관만이 라인업에 들었다.이들 중 국내 투자자는 크립토 전문 벤처캐피탈(VC) 해시드와 삼성전자 사내VC인 삼성넥스트 정도였다. 이들도 끄트머리에 소수지분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 내로라는 투자자들이 모두 나선 탓에 피투자사가 줄을 세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다만 국내에서는 유가랩스 같은 세계적인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보기가 어렵다. 창업 생태계가 정부 자금 위주로 돌아가는데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투자를 꺼리는 풍조가 강한 탓이다.
◇유가랩스 시드 밸류만 5조 육박, 36개 투자자들 선별해 받아
A: 지난 3월 쯤 유가랩스라는 회사가 시드 라운드를 했다. 조달규모는 4억5000만달러(약 5490억원), 전체 밸류는 40억달러(약 4조8800억원)로 평가됐다. 시드를 받는 기업이 5조원에 육박한 가치가 나왔다.
B: 더 재밌는 것은 보통 시드 라운드는 적게는 한 군데, 많아야 두세 군데한테 받는다. 너무 분산되는 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들이 말 그대로 시어머니들이 되기 때문. 시드 라운드는 서로가 또 누가 했다고 하면 같이 안 들어가려고 한다.
그런데 유가랩스는 36개 기업이 들어왔다. 거의 다 전략적 투자자들이다. 그것도 줄을 세워가지고 사업에 필요한 곳만 선별해 투자를 받았다.
C: 한국계 기업은 두 군데, 해시드하고 삼성넥스트가 투자자 리스트에 들어갔다. NFT 커뮤니티를 크게 만들고 파급력을 키운 후 투자를 받겠다고 하니까 전 세계에서 가장 퀄리티가 높은 자금들이 서로 투자하겠다고 줄 서고 경쟁을 했다. 지분 14%에 36개 기관이 들어왔으니 투자자당 0.5%도 안 되는 지분을 나눠가진 셈이다.
목록을 보니 1번부터 순서가 있는데 알파벳 순서는 아니고 투자비중 순서로 생각되는데 아닐 수도 있다. 1번은 실리콘밸리의 유력 VC 중 하나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이고 삼성이랑 해시드는 30번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A: 통상의 스타트업들은 삼성넥스트가 투자해 준다면 감사하며 받을 건데 유망 NFT 업체는 오히려 줄을 세울 만큼 자금이 몰린다. 삼성과 해시드가 유가랩스 투자에 참여하자 거기라도 낀 게 어디냐는 반응이다. 확실히 NFT는 새로운 대세인 듯하다.
◇메타버스 가상토지 판매, 문제는 없나
A: 유가랩스가 최근에 또 자금조달을 한 걸로 들었다. 이번에는 가상세계의 땅을 팔았다던데.
B: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의 디지털 토지를 사전 분양해 2억8500만달러(약 3600억원)를 조달했다. 현금이 아니라 가상자산으로 받았다. BAYC가 인기를 끌자 유가랩스는 '에이프코인(Ape Coin)'이라는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지루한 원숭이를 테마로 하는 메타버스 게임 '아더사이드'도 내놓기로 했다.
그 게임 내 가상토지 소유권을 표시하는 '아더디즈'라는 NFT를 에이프코인을 받고 사전 분양해 전량 판매에 성공한 것이다.
C: 다만 판매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고 하더라. 사전판매에 수요가 몰리면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거래수수료(가스비)가 폭등해서. 높아진 수수료 탓에 일부 거래는 실패하자 손해가 생겼다고 말들이 많았다. 가스비를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에이프코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여전히 불만이 있었다.
A: 그 때문에 BAYC 가격 하락하면서 NFT 거품 빠졌다는 식의 기사를 본 적 있다. 거품론 얘기가 그래서 나온 건가. 메타버스 내 토지를 돈 주고 거래한다는 게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부동산은 재생 불가의 희소성과 지리적 이점이 가치로 이어지지 않나. 현실에서는 토지부족과 주변 상권 등의 희소성이 있으나 메타버스 내 토지도 그런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C: 가상토지 소유권에 콘텐츠를 제작하는 권리를 부여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메타버스 내 토지에 현실세계의 가치 로직을 맞추려면 특정한 권리를 붙여줘야 한다는 것. 다만 일부 토지소유자들만 콘텐츠를 만드는 플랫폼이나 커뮤니티가 성공할 수 있을까. 뭔가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정부 위주 창업 생태계, VC의 가상자산 산업 투자 회피
A: 국내에선 유가랩스 같은 기업이 안 나오는 듯한데 특별한 환경적 이유가 있나.
B: 사업이 의지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다. 동료도 필요하고 자본도 공급돼야 하는데 가상자산이 활황이던 2018년부터 지금까지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업과 관련된 쪽에는 VC 펀딩이 막혀 있다.
A: 무슨 말인지 알겠다. 국내는 창업 생태계가 굉장히 독특한데 공공자금 위주로 형성돼 있다. 모태펀드나 국민연금 등의 출자를 받아 굴린다. 해외는 민간자본이 많은데.
C: 정부 위주로 자금이 형성돼 있고 VC랑 엑셀러레이터가 그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라 정부 스탠스를 거스를 수 없다. 순수 민간자금으로 운영하는 펀드들조차 영향을 받는다. 투자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 나온다. 소셜카지노 같은 사행성 산업이나 부동산 등인데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관련 산업도 포함된다.
B: 사실 투자라는 게 다음 라운드에 또 누가 들어와서 기존 투자자와 바통터치 하는 식으로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다 할지라도 이후에는 자금력 있는 VC들이 들어오면서 엑시트를 시키고 시장이 돌아가야 하는데 국내 환경은 그렇지가 못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원충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슈 & 보드]박막사업 매각 결정한 넥실리스 이사회, SKC와 한 몸
- [피플 & 보드]SKB 매각이익 주주환원 요청한 김우진 태광산업 이사
- [2024 이사회 평가]삼성SDS가 품은 엠로, 지배구조 개선은 아직
- [2024 이사회 평가]코스모화학, 구성 지표 아쉽지만 감사위 설치 등 노력
- [2024 이사회 평가]대주주 입김 강한 한전KPS…준시장형 공기업 한계
- [Board change]LS머트, 이사회에 케이스톤 인사 모두 빠졌다
- [Board change]자산 2조 넘은 제주항공, 이사회 개편 불가피
- [그룹 & 보드]KT, 스카이라이프 사추위 독립성 발목
- KT 문제는 '주주' 아닌 '외풍'
- [이슈 & 보드]KT, 내부 참호 구축 vs 정치적 외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