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6월 30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초의 헤지펀드는 미국 콜롬비아대 교수 앨프리드 윈스롤 존스가 만들었다. 저평가 종목을 사는 동시에 고평가 종목을 파는 롱숏(long/short) 펀드를 최초로 고안했다. 지금 보면 당연한 포지션이지만 당시 칼(long)의 세상에서 다른 손에 방패(short)까지 쥔다는 발상은 획기적이었다.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고전적 전략마저 구사하기가 녹록지 않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도로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비중이 펀드 원금의 20%를 넘으면 고난도 상품으로 분류돼 신규 판매에 제약이 가해진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마련된 강도높은 규제다.
문제는 롱숏 전략을 비롯해 헤지(hedge)의 대표적 숏 포지션이 바로 파생상품인 지수선물의 매도인 점이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는 KOSPI200 지수선물을 파는 방식을 하락장의 방패막이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 고난도 상품으로 묶일까 봐 선물 매도 카드를 마음껏 쓸 수 없다.
고난도 상품으로 분류되면 판매 자체가 어렵다. 판매사(증권사, 은행)에서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족쇄가 있는 탓이다. 가뜩이나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사 수장마다 곤욕을 치른 시기다. 훗날 사태의 여진이 모두 사라진 여건이라도 이사회까지 열어 특정 펀드를 팔겠다는 판매사가 나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운용업계의 불만이 커지는 건 올들어 글로벌 자산시장이 시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례적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자 세계 각국이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채비에 나서고 있다. 연일 급락 쇼크를 맞은 시장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토종 헤지펀드만 방패를 뺏긴 채로 폭락장을 맞이했다. 올해 하락장을 점친 하우스가 적지 않은 터라 규제 탓에 숏 포지션이 제어된 건 뼈아픈 대목이다.
금융당국도 고난도 상품 제도를 설계하면서 파생상품이 숏 포지션으로 활용되는 실정을 의식한 듯하다. 롱숏 펀드의 변동성이 벤치마크 변동성 대비 1.1배 이내일 때는 고난도 상품에서 벗어나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동성은 결국 시장을 추종하는 펀드와 다르지 않다. 절대 수익을 쫓는 헤지펀드는 사실상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수선물의 매도는 개인투자자에게 활짝 열려있다. 적격 투자자 제도에 따라 사전교육과 모의거래를 거친 후 위탁금 2000만원만 마련하면 된다. 헤지펀드는 최소가입금액이 3억원이다. 그럼에도 투자 전문가 집단이 고도의 전략적 판단으로 정할 파생상품 비중을 당국에서 제한하는 게 균형감을 갖춘 처사인지 의문이다.
헤지펀드의 시초인 롱숏 펀드가 탄생한 게 1949년이다. 한 세대가 바뀔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국내 자본시장의 제도와 규제에 대한 감각은 세월을 거스르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게 쪽팔린다"는 운용사 대표의 일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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