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7월 05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를 경험할수록 시장의 리스크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며 투자를 결정할 때 항상 겸손해야 한다." 박승구 SK스퀘어 사외이사가 며칠 전 임직원 토크 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앞서 5월 자회사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상장을 잇달아 철회하며 시련을 겪은 투자전문회사에 필요한 위로이자 조언이었다.이들의 상장을 앞두고 피어그룹이 부적절하고 밸류에이션이 높게 책정됐다거나 구주매출 이슈가 있다는 둥 지적은 많았다. 하지만 작년까지 같은 꼬리표가 붙은 기업들이 원하는 몸값을 받아 증시에 입성했으니 SK스퀘어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막판에 눈높이를 낮춰 공모를 강행하려고도 했으나 결국 거시경제 불확실성 확대라는 파고를 넘지 못했다.
시장에 훈풍이 불며 수월하게 투자를 유치하던 호시절은 지나갔다. 그러면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NAV)를 75조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 달성도 요원해진 걸까. 물론 계획을 일부 수정할 순 있겠으나 기업공개(IPO)가 SK스퀘어의 유일한 성장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축소되면 반대급부로 인수·합병(M&A)의 기회가 열린다. 성장 가능성은 유망하지만 조달 부담이 커지고 실적이 악화한 기업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 한해 M&A 시장에서는 좋은 기업을 좋은 가격에 투자할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SK스퀘어 경영진이 걸어온 길을 보면 오히려 M&A가 주특기에 가깝다. SK그룹을 재계 2위로 만든 동력인 하이닉스의 인수 작업 역시 이들이 주도했다. SK C&C와 홀딩스 합병, ADT캡스와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사업 인수 등 화려한 딜 포트폴리오가 곧 내공이다.
연장선에서 최근 조직도 개편했다. 기존 최고투자책임자(CIO) 조직을 ICT플랫폼 CIO와 반도체/신성장 CIO 체제로 이분화했다. 이들 조직은 각각 자회사 IPO와 투자 유치, 글로벌 및 반도체 신규 투자 임무를 나눠 맡는다. 하반기부터는 반도체·ICT 투자와 더불어 해외 자본 유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물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최태원 SK 회장은 '2022 확대경영회의'에서 현재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가치와 연계가 부족하다며 이를 재구성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투자전문회사 타이틀을 달고 있는 SK스퀘어에는 더 큰 무게감이 전해졌다.
IPO 철회라는 단면만 보고 SK스퀘어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앞선 경험을 토대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M&A를 통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SK스퀘어가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여러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場, square)을 만들고 한발 앞선 투자로 현재의 가치를 제곱(square)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실현할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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