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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콜옵션 최소' 비트나인, 리픽싱 주기도 6개월 책정②최대주주 지분율 방어 수준, 리픽싱 상향 부담 '주기 확대'로 최소화

정유현 기자공개 2022-07-14 07:40:11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1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프 DB기업 '비트나인'의 2회차 CB는 상대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리픽싱 주기도 6개월로 책정하고 콜옵션(매도청구권) 조건도 최소로 설정했다. 자금 여력에 한계가 있는 기업인 만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비트나인 측은 특별히 불리한 거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트나인은 지난 8일 280억원 규모의 2회차 CB를 발행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관계형 DB시장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를 빠르게 잡기 위한 자금 조달이다. 하지만 발행 규모가 큰 만큼 향후 전환 시기 도래에 따라 주식 가치 희석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전환을 통해 발행하는 주식수는 247만9631주다. 전체 주식 대비 19.32% 규모다. 비트나인의 최근 주가를 살펴보면, 8일 종가 기준으로 1만2000원이다. 시가 총액이 1200억원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20%에 달하는 280억원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비트나인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2.98%를 보유한 강철순 대표다. 임원 등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까지 더하면 최대주주 측 우호 지분율은 23.29%로 소폭 상승한다. 내년 7월 전환청구 기간이 도래해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강 대표의 지분율은 18.54%로 떨어진다. 특수관계인 포함한 지분율도 18.78%로 하락한다.

지분율 희석 부담이 있지만 강 대표는 콜옵션 조건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12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되면서 최대주주는 콜옵션을 보유 지분율을 초과해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은 최대주주 지분율 이상으로 콜옵션을 설정한 후 최대주주 지분율을 뺀 나머지 비율은 회사로 배분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한다. 지배력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비트나인의 2회차 CB의 콜옵션 비율은 강 대표의 지분율 만큼인 22.98%다. 강 대표가 콜옵션을 활용해 취득할 수 있는 규모는 56만9819주(64억3440만원)수준이다. 하향 리픽싱이 한도(70%)까지 될 경우 최대 81만3965주다. 4.44%에서 최대 5.86%까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데 현재 강 대표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친다. 지배력 확대보다는 자금 조달을 통한 신사업 확대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콜옵션 비율을 최소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콜옵션 비율이 최소로 설정된 점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최초 CB투자자들은 발행사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환 및 전략을 짠다. 콜옵션이 다른 투자자들의 권리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비트나인이 콜옵션 비율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2회차 CB 콜옵션 활용법의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투자에 참여한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CB를 발행할 때 통상 콜옵션은 30%를 기준으로 보고 대부분 그 이상(40~50%)을 제시하는데 비트나인은 최대주주 지분율만큼만 걸었다"며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이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 괜찮은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비트나인은 리픽싱 '상·하향' 조건 삽입과 더불어 주기도 6개월로 설정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전환가액 조정 상향 조건이 의무화되면서 최근 리픽싱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발행되는 CB가 다수 있었다. 하향 조건을 넣으면 상향 조건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둘 다 넣지 않고 불확실성을 차단한다는 이유다.

비트나인은 리픽싱 조항을 삽입하면서 투자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픽싱 주기를 3개월이 아닌 6개월로 제시한 것이다. 과거 하향 조항만 있을 때는 주가가 하락할수록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CB 물량이 많아진다. 투자자들은 이를 주식으로 보유하면서 주가가 상승할 때 차익실현에 나선다.

상향 조정이 생기면서 투자자들의 이익 실현의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리픽싱 주기를 6개월로 하면 투자자들은 대응 시간을 벌 수 있다. 전환가액 조정일이 도래했을 때 새로운 전환가액은 조정일 이전 일정 기간 동안 가중산술평균주가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CB를 보유하면서 전환 타이밍을 찾아서 엑시트에 나설 수 있다.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된 이후 시가가 재상승하면 적정 수준까지 오를 때까지 다음 상향 조정일 직전에 전환 후 매도하는 방식이다.

발행 조건이 상대적으로 비트나인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었지만 양 측 모두 '누구에게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비트나인이 영위하는 사업이 기술집약적이고 유망한 사업이지만 재무 상태나 신용도가 높지 않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사실상 사업 성장성에만 베팅한 것으로 불확실성은 존재한다는 평가다.

비트나인 관계자는 "유동성을 확보해 사업 확장의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불리한 입장에서 발행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양 측 모두 적정한 수준의 조건에서 거래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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