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8월 04일 08:11 thebell 유료서비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 철회를 발표하고 2주가 지났다. 철회가 공식화하자 시장의 반응은 '또' 였다.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철회만 세 번째라는 점이 집중 조명받았다. 일각에서는 현대오일뱅크를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며 '대어'라고 해서 시장을 우습게 봐도 되냐는 식의 푸념을 내놓는다. IPO 삼수 실패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론도 심심찮게 들려온다.우선 있지도 않은 늑대가 나타났다며 심심풀이로 거짓말을 내뱉은 양치기 소년에 현대오일뱅크를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 지는 잘 모르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1년 3월 수소사업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한 미래 사업 청사진을 발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에 발맞춰 수소 생산과 바이오 사업에 조원대 투자를 예고했다.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는 IPO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의도와 목적이 분명했다는 것이다.
2018년에 이어 어떻게 두 번이나 시장을 물 먹일 수 있냐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점은 현대오일뱅크의 2018년 IPO와 올해 IPO는 주어만 현대오일뱅크로 같을 뿐 서로 독립적인 이벤트라는 것이다. 회계 감리 이슈로 2018년 IPO를 철회했다는 사실이 올해 그 어떤 일이 있어도 IPO를 완수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IPO 준비 과정에 성의가 없었다는 말도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6월 IPO 추진 확정 이후 TF 구성, 정관 변경 작업, 주관사단 선정, NDR 등 통상적인 IPO 과정을 밟는 기업들의 절차를 다 밟아왔다. 증권신고서 제출 등 제반작업도 하지 않고 간만 봤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거꾸로 생각하면 이해관계자들의 비용과 시장 혼란을 최소화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애초에 큰 틀에서 IPO라는 작업에는 발행사(기업)와 발행사를 서포트하고 세일즈맨 역할을 하는 주관사, 상장을 허가하는 한국거래소 등 이해관계자들이 세 곳이나 된다. IPO 철회를 '실패'라고 규정한다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기업에만 돌릴 수 있을까.
애초에 현대오일뱅크의 이번 철회를 '실패'로 규정하고 싶지도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스피·동종사 주가 하락 등 정유사에 불리한 점이 속출한 험악한 시장 상황 속에서 시장 평가를 섣불리 받지 않겠다는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회사와 시장 모두 지금만 아니면 더 받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럼에도 현대오일뱅크가 무리하게 IPO를 추진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다. 참패가 뻔한 딜을 강행해서 발생하는 각종 잠재적 손해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론 IPO 철회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적인 시선을 보낼 필요도 없다. IPO 과정에 참여한 시장 관계자는 "훗날 시장 상황이 좋아져서 현대오일뱅크가 다시 한번 IPO 도전장을 던질 때 이전의 철회 역사를 떠올리며 주관 작업을 망설이는 곳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시장의 본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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