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롭스앤그레이의 10년, PE·기업 신뢰가 근간"이재우 신임 한국 대표 "국내 로펌과 협업 중요, 바이오산업 기여 목표"
김경태 기자공개 2022-09-14 07:42:47
이 기사는 2022년 09월 13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된 뒤 다수의 글로벌 로펌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토종 로펌들의 활약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쓸쓸히 철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반면 도도하게 살아남아 존재감을 각인시킨 로펌도 있다. '대한민국 1호 외국법자문 법률사무소' 타이틀을 가진 롭스앤그레이(Ropes&Gray)가 대표적이다.롭스앤그레이는 2012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뒤 다수의 인수합병(M&A)에서 자문을 제공하며 이름을 떨쳤다. 10년이 지난 지금, 롭스앤그레이는 새로운 변화를 시작했다. M&A 시장의 키맨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재우 변호사가 한국사무소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그는 롭스앤그레이가 가진 경쟁력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국내외 투자사는 물론 한국기업의 신성장동력 마련에도 일조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경영학 전공한 M&A 자문 베테랑, 글로벌로펌 한국 수장으로
화려한 경력과 달리 처음부터 법조인의 꿈을 꾼 건 아니다. 이 대표는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 후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뉴욕대 로스쿨을 다녔다.
그는 "원래 법조인이 되겠다는 특별한 포부는 없었지만 국제적인 업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유학을 준비했다"며 "로스쿨은 학부 졸업 후 바로 지원해 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로스쿨에서 미국의 법 제도와 국제 비즈니스의 디테일한 법률 지식을 쌓으면 글로벌에서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진학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미국 수위권 로펌인 클리어리가틀립(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 등에서 실무를 경험했다. 현지에서 여러 기업법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M&A 법률자문의 매력을 한껏 느꼈다. 단순히 법률적인 자문을 넘어 딜 메이킹(Deal Making) 등 확장된 업무를 수행하는 고참 M&A 변호사들의 활약을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해 기업 경영에 관해 기본기를 갖춘 점도 도움이 됐다.
클리어르가틀립에서 전문가로 명성을 얻으면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에서 한때 함께 일했던 김용균 롭스앤그레이 파트너 변호사(현 수석 고문)가 이직을 제안했다. 롭스앤그레이는 2012년 한국사무소를 연 뒤 M&A 분야 확장을 위해 이 대표 영입에 추진했다.
이 대표는 "클리어리가틀립과 관계가 좋았지만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며 "롭스앤그레이라는 훌륭한 플랫폼에서 M&A 분야 비즈니스를 개척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합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롭스앤그레이에 합류한 뒤 다수의 빅딜에 자문을 제공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했다.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추진하는 거래는 물론 국내 대기업들의 아웃바운드 M&A에도 조력하면서 존재감을 시나브로 넓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1일 한국사무소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롭스앤그레이가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에 수장으로 올라서면서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PE 분야 강점, 대기업 고객사 신뢰 확보…한국사무소 딜 주도 '경쟁력'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된 뒤 유수의 해외 로펌이 국내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물러났다. 롭스앤그레이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 로펌 중 가장 독보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롭스앤그레이가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크게 2가지를 지목했다. 우선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롭스앤그레이는 사모투자(Private Equity) 분야에 특히 강한 경쟁력이 있었는데 국내 M&A 시장에서 PEF 운용사의 역할이 커지면서 동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롭스앤그레이는 베인캐피탈,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유수의 해외투자사가 국내에 진출하던 시기부터 관계를 형성하면서 투자 과정에 조력했다. 글로벌 최상위 투자사들이 국내에서 성공적인 확장을 하는데 일조하면서 덩달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또 국내 최상위 PEF 운용사들의 거래도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도왔다.
국내 대기업 고객들의 신뢰를 얻은 점도 있다. 롭스앤그레이는 네이버, 이마트, LS그룹 등 다수의 대기업에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한 번 일을 맡기고 나면 서비스에 만족한 대기업에서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신뢰를 보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두 번째는 한국사무소에 주어진 재량권이다. 이 대표는 "롭스앤그레이는 국내 딜과 관련해 한국사무소에 주도권을 부여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 관행(Market Practice)이나 민감한 부분에 밝은 전문가들이 의사결정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롭스앤그레이는 M&A 자문에서 해외 기업·투자사의 인바운드(Out-In) 투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투자사의 아웃바운드(In-out) 투자도 조력하고 있다. 최근 국내 PEF 운용사들의 역량이 크게 성장했고,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국경 간 거래(크로스보더 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롭스앤그레이가 크로스보더 딜에서도 다수의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만큼 앞으로도 두각을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한국 로펌과 파트너 관계 중요"…바이오산업 성장 기여 목표
이 대표는 한국 로펌과의 협력 관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로펌들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고 긴밀한 파트너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서로 역할과 강점이 있기 때문에 딜에서 역할 분담을 통해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한국 로펌과 함께 일한 사례들이 많고 서로 중복되는 부분을 최소화해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며 "업무에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같이 일하는 한국 로펌에 허심탄회 하게 상의하는게 롭스앤그레이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는 산업 분야 중에서는 향후 바이오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성장하고 글로벌 수준에 올라서는 과정에서 롭스앤그레이가 자문을 통해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롭스앤그레이는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지역에서 바이오, 생명과학 분야 자문에 큰 강점을 갖고 있다"며 "법률적인 부분을 넘어 롭스앤그레이에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에 K바이오산업의 성장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롭스앤그레이 한국사무소가 '작지만 강한' 조직이라며 앞으로도 경쟁력 제고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롭스앤그레이의 12개 글로벌 사무소 중 한국 사무소가 가장 작지만 일당백의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더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우 롭스앤그레이 한국사무소 대표 프로필
△1993~1997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1998~2001년 뉴욕대(NYU) 로스쿨 JD
△2001~2002년 쿨리 갓워드(Cooley Godward)
△2002~2005년 앨스턴&버드(Alston & Bird)
△2005~2013년 클리어리 가틀립(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
△2013년~현재 롭스앤그레이 파트너
△2022년 8월~현재 롭스앤그레이 한국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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