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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분양률 100% '뒤집어보기' [thebell note]

이정완 기자공개 2022-09-22 08:08:13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1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부동산업계를 취재하기 전까지 아파트를 보면 그 브랜드의 주인이 개발 주체로 나선 줄 알았다. '래미안'은 삼성물산, 'e편한세상'은 DL이앤씨가 개발 전 과정을 책임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사는 아파트 공사만 맡는 게 일반적이다.

개발 주체는 따로 있다. 시행사라고 불리는 디벨로퍼다. 토지 매입부터 자금 조달, 분양 등 개발 전반을 책임진다. 사업이 끝난 후 분양이나 매각을 통해 이익이 발생하면 디벨로퍼 몫이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세가 이어지면서 공급만 하면 완판에 성공하는 디벨로퍼가 속출했다.

분양률 100%만 달성하면 큰 이익이 보장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업계의 시선은 달랐다. 얼마 전 만난 디벨로퍼 업계 관계자는 "조기 완판을 달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디벨로퍼에 돌아가는 돈은 청약 단계에서 일찌감치 상한선이 정해진 셈"이라고 평했다.

사실 디벨로퍼는 그간 청약시장 활황으로 인한 완판 행렬에도 고민이 많았다. 분양을 마쳤다고 해서 사업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디벨로퍼는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이자와 건설사에 공사비를 모두 지급하고 남는 돈을 가져갈 수 있다. 건설사에서 일하다 디벨로퍼 업계로 옮긴 한 임원은 "건설사에선 주택 완판만 하면 박수를 쳤는데 이제는 사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면서 분양률 100% 달성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더욱 깊게 와닿는다. 올 초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금융권에 지급해야 할 이자도 늘었고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도 급증했다. 개발 시장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불안이 커진 탓인지 이제는 금융권에 보수적인 PF 대출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수요자 역시 부동산 투자 부담이 커져 청약 시장 열기가 덩달아 식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미분양 우려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시장에 선보이기만 하면 빠르게 분양되던 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디벨로퍼의 핵심 역량인 입지와 공간에 집중해야 한다. 개발 사업은 분양 후 건물이 다 지어지기까지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 상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잠재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찾아 차별화된 콘텐츠를 담아낸다면 개발 초기 만족할 만한 분양률을 얻지 못하더라도 준공 시점에 결국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때보다 장기적 관점이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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