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매각' 한화·KAI·수출입은행 동상이몽 '한화 방위산업·수은 자본건전성' 접점, KAI '민영화 당근' 시점 불만 기류
조은아 기자공개 2022-10-12 07:33:28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7일 15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인수한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불거졌다. 그간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KAI 매각설과 한화그룹의 KAI 인수설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번엔 대우조선해양까지 얽히면서 무게감이 달랐다.수은, KAI, 한화그룹이 모두 부인하면서 인수설은 일단 가라앉은 모양새다. 다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금 복잡하다. 팔고 싶은 수은과 사고 싶은 한화그룹의 이해관계는 맞아떨어지지만 당사자인 KAI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다.
◇이왕이면 가격 오르기 전에...한화그룹의 진짜 속내는?
한화그룹은 KAI 매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오르내렸다. 이유는 양쪽의 사업영역에서 찾을 수 있다. 방위산업은 한화그룹의 모태이자 주력이다.
한화그룹은 한때 내부적으로 KAI를 분석했으나 인수에 직접 뛰어든 적은 없다. 태양광사업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높은 인수가격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항공기 개발과 제작을 아우르는 KAI는 사업 특성상 자금 회수가 늦을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여전히 한화그룹은 인수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화그룹이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에 한층 투자를 늘리면서 인수할 이유는 더욱 많아졌다. 실제 한화그룹은 현실화 가능성을 떠나 KAI 인수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가치가 더 높아지기 전에 인수가 가능하다면 베팅을 하는 게 낫다는 내부 판단 역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꿈꾸는 한화그룹 입장에서 KAI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이어 KAI마저 품으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육상 무기와 해상 무기를 모두 만들게 된 한화그룹의 시선이 KAI로 향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수은, 애물단지 KAI 지분 '건전성제고' 매각 필요성
수은은 어떨까. 수은 역시 KAI 지분 매각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이 KAI의 최대주주에 오른 건 2016~2017년이다. 2016년 수은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자 KDB산업은행이 수은의 자본 확충을 위해 보유 중인 KAI 주식을 현물 출자했다.
당시 회계적으로나 법적으로 제약을 피해 출자할 수 있는 주식이 KAI 주식뿐이었다. 수 개월에 걸친 검토 끝에 결국 출자가 결정됐다. 이후 2017년 추가로 현물 출자가 이뤄지면서 수은이 KAI의 최대주주(26.41%)로 올라섰다.
당시부터 수은은 최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시달렸다. 급하게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시장뿐 아니라 수은 내부에서조차 의문이 따라붙었다. 방산업 경험이 전무하고 대기업 경영을 맡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이 도마에 올랐다.
지금까지도 수은은 KAI의 실적이나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책임론에 휩싸이는 등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감에서 수출입은행장이 질책을 받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실적 문제도 있다. 바젤Ⅲ(국제은행자본규제)의 적용 시기가 2023년으로 다가오고 있어 자본건전성을 위해서도 KAI 지분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

◇ '한화보다 다른 대기업' 타이밍·인수주체 못마땅한 KAI
KAI의 속내만 조금 다르다. 사실 민영화는 KAI 입장에서 거부하기 힘든 당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진이 교체되며 사업의 연속성이 저해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업계 안팎에서도 KAI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KAI는 타이밍과 새 주인으로 거론되는 한화그룹 모두 맘에 차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한참 기업가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지금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떠넘기듯 팔리는 데 대한 불만의 기류가 내부적으로 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기업가치 상승이 이뤄진 뒤 매각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KAI 주가는 올들어 여러 차례 52주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새 정부가 방위산업과 우주산업 육성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데다 해외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AI는 이미 상반기 순이익으로 8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32%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순이익 639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앞서 9월에는 무려 4조원대 수주에 성공했다. 당분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타이밍과 별개로 한화그룹에 인수되는 것 역시 꺼리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삼성·현대·대우의 항공기 제조 계열사가 통폐합돼 출범한 기업이다.
재계 관계자는 "KAI 입장에선 앞으로 기업가치가 오를 일만 남았는데 굳이 지금 타이밍에 떠넘겨지듯 팔리는 건 아니라고 보고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화그룹보다 컸던 그룹의 계열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만큼 더 큰 곳이 인수하길 원하는 분위기 역시 있다"고 말했다.
미묘한 입장 차이는 인수설 이후 각자가 내놓은 입장에서도 엿볼 수 있다. 수은이 무난한 수준의 입장문을 낸 반면 KAI의 입장문은 강경하다. KAI는 "대외적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허위 기사가 보도돼 매우 유감"이라며 한화그룹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수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KAI는 "항공우주 분야의 선도업체로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임직원도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끼고 각자 맡은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화그룹은 별다른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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