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사장 후보군 분석]'금융위vs기재부' 싸움에…삼성 출신 전문가 가세①최종 후보 4인 '금융위 유재훈, 기재부 유형철·박성동, 삼성증권 전봉진'
고설봉 기자공개 2022-10-28 07:36:48
[편집자주]
금융 당국의 한 축을 차지하는 예금보험공사 사장 선임을 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예보는 관 출신 인사가 사장 자리에 오르는 게 전통이었다. 정치권 인사를 비롯해 기재부와 금융위 출신 인사가 번갈아 자리에 올랐다. 올해도 금융위 출신 인사와 기재부 출신 인사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불안한 시장 상황에 맞춰 민간 출신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벨은 예보 사장 후보로 오른 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차기 예보 사장 적합도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 차기 사장을 선임하는 과정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최종 4인의 후보에 대한 면접까지 마쳤지만 유력 후보에 대한 노동조합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사회가 마지막 결정을 머뭇거리고 있다.이런 가운데 최종 4인의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최종 4인 후보에 오른 인사들은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과 유형철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박성동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전봉진 전 삼성그룹 비서실 금융전략담당 등이다. 모두 뛰어난 이력을 갖고 있으며 금융당국 및 금융기관의 가교 역할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관 출신 선임 관례…'금융위vs 기재부' 경쟁 가열
예보 사장은 그동안 관 출신 인사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금융위원회 출신과 기획재정부 출신이 주로 예보 사장을 맡아 왔다. 예금자보호법에 의거해 1996년 6월 1일 금융위원회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설립된 영향을 아직까지 받고 있다.
매번 신임 사장 선임 때 마다 기재부와 금융위 등 출신 인사들이 주요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 예보 사장은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부총재와 함께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이 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주로 국장급 인사들이 사장에 선임된 일이 잦았다.
특히 2008년 금융위원회가 출범한 뒤 예보 사장은 금융위와 기재부 출신 인사들의 독무대였다. 2008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약 7년여 동안은 금융위 출신들이 연속으로 사장에 선임됐다. 이후 2015년 5월부터 2021년 9월까지 6년여 동안은 기재부 출신들이 사장으로 내려왔다.
본격적으로 금융위와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사장으로 선임됐던 2008년 6대 사장에 취임한 인사는 금융위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박대동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다. 그러나 그는 취임한지 1년 만인 2009년 재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이후 2009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던 이승우 7대 사장이 후임으로 선임돼 예보를 이끌었다. 2012년엔 금융위 사무처장 출신인 김주현 8대 사장에 취임했다.
9대 사장부턴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예보를 이끌기 시작했다. 곽범국 9대 사장과 위성백 10대 사장은 모두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출신이다. 국고국은 정부의 살림살이를 관리하는 핵심 조직이다. 더불어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거시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국고국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김태현 전 사장의 경우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출신이다. 그가 선임된 지난해 기재부에서 다시 금융위 출신으로 예보 사장 자리가 넘어왔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이번에도 예보 사장 최종 4명의 후보 중 3명이 관 출신이다. 유재훈 전 한국예탁결제원 사장과 유형철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박성동 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등이다.
유재훈 후보는 금융위 출신으로 금융위의 지지를 받고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금융위 몫으로 유 후보가 추천됐다는 말도 있다. 유 후보는 금융위 입사 후 은행 감독과장, 증권 감독과장,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유형철 후보와 박성동 후보는 모두 기재부 국고국장 출신이다. 박 후보자는 2017년 1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국고국장을 지냈다. 유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국고국장에 오른 뒤 아직 직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와 기재부 출신 인사들간 경쟁이 펼쳐 지는 가운데 금융위 출신 인사에 대한 금융위의 화력 지원이 하나로 뭉치는데 비해 기재부에선 내부에서 일부 노선정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vs 민간 전문가' 구도…최초 민간 출신 사장 시대 열까
이번 사장 선임의 다크호스는 전봉진 전 삼성그룹 비서실 금융전략담당(사진)이다. 그는 삼성증권 영업본부장과 삼성그룹 비서실 등을 거친 인물이다. 과거 삼성그룹의 금융파트 내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금융시장 전문가다.
역대 예보 사장 가운데 민간 출신은 없었다. 전 후보가 이번에 사장에 선출된다면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그만큼 예보 안팎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최근 미국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국내외 경기침체 및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위기를 겪고 있다. 여러 리스크가 혼재한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예보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높아져야 하는 시기라는 공감대가 있다.
예보는 금융사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예금의 지급을 보장하는 정책기관이다.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마지막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 예보는 정부는 물론, 금융사 등을 통해 예금보험기금을 조달한다.
더불어 예보는 금융사의 파산을 사전에 인지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한다. 금융사 경영분석과 부실 조기 확인 및 대응 등을 기금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시장 환경 등으로 부실 금융사가 발생했을 겨우 이를 정리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사들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임 예보 사장에 거는 시장의 기대는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전 후보가 최종 후보에 오른 것도 이 같은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그가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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