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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워치/대한유화]돌파구 없지만...버티기 가능한 이유는임중규 CFO, 차입 최소화로 재무구조 안정화…시장 '혹한기' 버틸 체력 준비

김위수 기자공개 2022-11-08 09:21:01

이 기사는 2022년 11월 03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유화는 '석유화학 외길'을 걷고 있는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화학 사업 외에도 산업용 가스 사업을 펼치고는 있지만 90% 이상의 매출이 기초유분과 모노머·폴리머 등에서 발생한다. 불황과 호황이 번갈아 찾아오는 석유화학 시장상황에 따라 대한유화의 실적도 크게 갈릴 수 밖에 없는 사업구조를 갖췄다.

불황기인 올해 대한유화의 사업도 부침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적자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들어 1~3분기까지 누적 10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4분기에도 적자가 예정돼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별다른 돌파구가 없다보니 대한유화로서는 시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나마 위안이되는 점은 안정된 재무상태를 유지하며 혹한을 버틸 체력을 비축해놨다는 사실이다.

◇차입경영 배제, 금융비용 최소화

1970년대 창립 당시부터 대한유화는 차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의 재무전략을 펼쳐왔다. 이런 기조는 50여년이 지난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대한유화의 부채비율은 19.9%, 차입금의존도는 3.6%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 기업(금융사 제외) 평균 부채비율이 120%, 차입금 의존도가 30.2%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레버리지 지표가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은 거시경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타격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먼저 차입금이 많지 않다보니 금리인상으로 인한 금융비용 상승폭이 제한적이다.

차입금 자체가 많지 않은 수준이라 채무 상환 혹은 차환을 위한 추가적인 차입이 필요하지 않다. 최근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들의 회사채가 미매각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자본시장의 경색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유화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2188억원이다. 순차입금은 총 차입금에서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을 뺀 금액이다. 마이너스 순차입금을 기록했다는 것은 회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갚고도 남는다는 뜻이다.

이처럼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대한유화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견디고 5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건전한 재무지표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임중규 전무, 보수적 재무전략 실행 최전선

대한유화에서 재무전략 수립하고 실행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는 경영지원본부장인 임중규 전무가 지목된다. 대한유화가 줄곧 사풍으로 삼아온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 있다.

임 전무는 2010년 말 경영지원담당 이사로 대한유화 임원명단에 오른 후 2014년 상무로, 2021년 전무로 승진했다. 재무업무를 맡은 조직의 가장 끝단에 있는 것이 임 전무다. 실제 임 전무가 임원으로 승진한 이래 대한유화의 재무지표는 점점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임원이 된 첫 해인 2010년 대한유화의 부채비율은 66.7%, 차입금의존도는 18.4%로 나타났다. 당시에도 여전히 레버리지 비율이 낮은 편이었는데 10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더 줄어들었다.
레버리지 지표가 급격하게 개선된 시점은 2015년이다. 2014년까지만해도 대한유화의 부채비율 71%, 차입금의존도 12.2% 수준이었는데, 이듬해인 2015년 부채비율 47.7%, 차입금의존도 10.6%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점점 숫자가 줄어들며 올 상반기 재무상태에 이르렀다.

석유화학 산업이 2015년부터 '업사이클' 구간에 진입하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호실적을 냈는데 이를 쌓으며 재무지표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온산공장 NCC 증설(4950억원), 2016년 PP/HDPE 설비 증설(1066억원), 2019년 SM 생산시설 신설(3000억원) 등 재무지표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투자를 집행한 점도 눈에 띈다.

◇변화하는 화학산업, 재무전략 변화할까

당분간 대한유화의 주력 사업은 나프타분해시설(NCC) 기반 석유화학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고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대한유화 내부적으로도 신사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2019년 스티렌모노머(SM) 생산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점에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전까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대한유화가 SM 제조를 통해 사업영역을 다운스트림까지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했다. 이후 수익성이 높은 LiBS(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용 폴리에틸렌(PE)과 같은 스페셜티 제품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도 대한유화는 신사업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유화의 보수적 자금운용 기조가 변화할지에도 주목된다. 상반기 연결 기준 대한유화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각각 1368억원, 1573억원으로 총 2941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19.9%, 3.6%에 불과해 시장 침체기를 견딜 수는 있겠지만 업황 악화가 장기화로 적자가 누적될 경우 재무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시장상황이 부진한 가운데 신사업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외부차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신사업 투자나 재무전략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자체적인 자금이 부족해진다면 향후 외부차입을 늘릴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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