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악사운용은 지금]4연임 고인물 조옥래 대표, 현상유지 생존법의 아이러니②7년째 재임 장수 CEO…혁신없이도 교보생명 ‘신임’
이민호 기자공개 2022-12-19 08:35:00
[편집자주]
교보악사자산운용은 국내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종합자산운용사지만 경쟁력에는 늘 물음표가 붙는다. 대주주인 교보생명의 자금운용처 역할에 충실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으나 모기업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높아지고 상품 다양성도 사라지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더벨은 3편에 걸쳐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15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옥래 대표가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이끈 7년간 눈에 띄는 전략이나 상품 다변화 등 혁신은 사실상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대표는 4연임에 성공하면서 교보생명그룹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보장받고 있다. 대주주 교보생명 자금운용에 충실한 현상유지 경영 방침이 오히려 연임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4연임 성공 배경은 실적…안정적 성과에 '주목'
조옥래 대표가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이끈 것은 올해로 7년째다. 운용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힌다. 조 대표는 전임 CEO였던 안효준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의 후임으로 2016년 1월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키를 처음 잡았다.

조 대표는 교보생명그룹 터줏대감이다. 1996년 교보생명에 입사해 이후 투자사업팀장과 미국 자산운용현지법인장 등 주로 투자와 운용 파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8년 전신인 교보투자신탁운용이 프랑스 보험금융그룹 악사(AXA)의 지분참여로 교보악사자산운용으로 재출범하면서 조 대표가 관리담당 임원(CFO)으로 합류했다. 2011년에는 교보증권으로 옮겨 교보악사자산운용 CEO 임명 직전까지 경영지원실장(CFO)으로 재직했다. 사실상 신창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충신이었던 셈이다.
2018년과 2020년 각각 연임이 결정된 조 대표는 올해 3월 다시 한번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임기를 모두 채운다면 교보악사자산운용에서 최고경영자로만 8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조 대표가 1962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4연임은 교보생명그룹으로서도 변화나 혁신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택한 결정으로 읽힌다.
조 대표 4연임의 핵심 동력은 안정적인 실적에 있다. 조 대표가 교보악사자산운용 CEO로 최초 선임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다 매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늘리는 데도 성공했다. 이 기간 연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은 18.6%였다. 영업수익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수수료수익(일임수수료+펀드운용보수)의 경우에도 연평균 증가율이 10.7%를 나타냈다.
운용규모(AUM)도 안정적으로 늘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펀드순자산은 매년(연말 기준) 전년 대비 늘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15.8%였다. 일임평가액의 경우에는 2016년, 2017년, 2020년 등 3개년에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6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6.0%로 양(+)의 수치를 나타냈다.

◇변화보다 현상유지…교보생명 자금운용 총력
하지만 올해를 포함해 조 대표가 키를 잡은 7년간 교보악사자산운용이 유의미한 변화를 시도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실적은 안정적으로 우상향했고 조 대표는 4연임에 성공했다. 혁신보다는 대주주에 의존한 현상유지 경영 방침이 오히려 그룹 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셈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실적 개선은 새로운 상품 출시나 운용 성과라기 보다는 교보생명으로부터의 꾸준한 자금유입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된다. 교보악사자산운용 수익에서 교보생명이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교보생명은 매년 2조원 안팎의 교보악사자산운용 펀드(수익증권)를 매수하고 있다. 기존 펀드 매도로 수익을 실현하기는 하지만 매수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완만한 AUM 확대를 이끌었다.
일임의 경우 교보생명이 정하고 있는 교보악사자산운용에 대한 위탁금액 한도는 합산 20조원에 육박한다. 일임수수료를 보더라도 지난해 교보악사자산운용이 벌어들인 175억원 중 절반 수준인 80억원을 교보생명이 책임졌다.
교보생명 자금운용에 전념하면서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핵심상품도 조 대표 최초 선임 때인 6년 전과 비교해 동일하게 유지됐다. 보험사 자금운용에 선호되는 MMF와 채권형 사모펀드가 중심이 됐다. 주식형의 경우 사실상 KOSPI200지수를 추종하는 등 기본적인 구조의 인덱스펀드만 살아남았다. 주식형 액티브펀드 규모가 작고 자기자본투자(PI)에서의 주식 투자도 미미한데 이는 연도별 실적의 편차를 줄이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교보악사자산운용에 수조원의 자금을 위탁하고 있지만 실제 투입하는 상품 유형은 한정돼있다”며 “교보생명이 선호하는 상품만 잘 관리해도 경영 실패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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