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손 잡은' 성일하이텍, 재무부담 덜었다 제4공장 합작법인 설립 '비율·자본금' 미정..."2023년 보릿고개 잘 넘길 것"
박상희 기자공개 2022-12-16 07:21:44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5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성일하이텍의 캐파(capa, 생산능력) 확장세가 매섭다. 2020년 군산 제2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현재 3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최근 4공장 건설 계획도 밝혔다. 다만 4공장은 성일하이텍이 독자적으로 건설하는 게 아니라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고 합작사 형태로 설립한다. 재무적 부담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성일하이텍과 SK이노베이션은 13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성일하이텍과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내년 중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2025년부터 폐배터리에서 양극재용 금속을 회수하는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성일하이텍은 삼성SDI 등 대기업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한 적은 있지만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강명 대표가 설립한 성일하이텍은 삼성SDI와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8.81%(104만8340주)를 비롯해 삼성물산(4.9%, 58만2430주), 삼성벤처투자(0.09%, 1만589주)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설립하는 합작사(하이드로센터)는 내년 착공해 들어가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합작 비율 및 자본금 등은 미정이다. 이사회 구성 멤버 등도 정해진 바가 없다. 다만 합작사는 성일하이텍에서 경영 주도권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합작 비율은 미정이지만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성일하이텍이 합작사 경영활동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종속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회계법인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습식제련 공장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내 코발트·니켈·망간·구리·탄산리튬 등 5대 금속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선도업체다. 2차전지 산업 밸류체인이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로 확대되면서 성일하이텍은 지난 7월 코스닥상장에 상장할 당시 시장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투자 러브콜이 쇄도했다.
정철원 성일하이텍 제조부문장(전무)는 "기본적으로 자동차, 배터리, 양극재, 전구체를 등 2차전지 산업 밸류체인 내에 있는 회사와는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할 의사가 있다"면서 "단순히 재무적투자자(FI)로서 접근하는 곳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바운더리에 있는 업체를 파트너십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성일하이텍의 선택은 SK이노베이션이었다.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로서 자본력이 뒷받침된다는 것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SK이노베이션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수명이 다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지난해 12월 상업화 가능성 검증을 위한 시험 설비를 대전 환경과학기술원에 준공해 가동하고 있다.
성일하이텍 입장에선 SK이노베이션을 매출처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성일하이텍이 생산하는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리튬 등은 양극재에 들어가는 5대 원소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온을 통해 배터리 셀을 제조한다. 양극재는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과 함께 배터리 셀을 구성한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성일하이텍 합작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다. 윈윈할 수 있는 구조다.
성일하이텍은 SK이노베이션과의 합작사 설립을 통해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일하이텍은 2020년 군산 제2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 9월 2147억원 규모 하이드로센터 제3공장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성일하이텍 자본금의 8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성일하이텍의 현금및현금성자산(연결 기준)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할 경우 올 9월말 기준 918억원이다. 지난해말 229억원에서 4배 이상 증가했다. 앞서 7월말 대규모 상장 공모자금이 들어온 덕분이다. 제3공장에는 공모를 통해 조달한 1335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다만 공모자금을 모두 투입해도 3공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성일하이텍은 2022년 기준 전처리 공정을 수행해 블랙 파우더를 생산하는 리사이클링 파크를 8개, 습식 제련 과정을 거쳐 유가금속을 추출해내는 하이드로센터를 2개 보유하고 있다. 하이드로센터는 2025년 4개, 2030년 기준 5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리사이클링 파크는 2025년 16개, 2030년 3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
정 전무는 “3공장이 2024년 본격 가동에 들어가기 전까지 2023년 1년 간 ‘보릿 고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으로 잘 버텨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증가하는 전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제조 설비 투자 및 시설 증설로 인해 지속적인 현금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2019년 연결기준 약 370억원, 2020년 약 289억원, 2021년 약 212억원의 투자활동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올 9월말 기준 투자활동현금흐름 유출 규모는 125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성일하이텍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마이너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4공장까지 내년에 증설에 들어가면 재무적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으면서 재무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