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재단 리포트]삼성병원, '소송·수장교체' 거버넌스 정비 물꼬 트나강북삼성병원장 직무정지 소송, 의료사업총괄 한승환 사장 선임
최은진 기자공개 2022-12-21 0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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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은 공공성과 윤리성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운영 규제가 따른다. 개인이 하는 병의원 외에는 공익법인이나 재단으로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그 유형이 제각각이고 그나마도 정보가 잘 드러나지 않아 운영실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형 의료기관들이 협업자 혹은 투자자로 나서고 있지만 그 면면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벨은 국내 '빅(Big) 5'를 포함한 대형병원 등을 운영하는 의료재단을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의 의료사업이 거버넌스 변화의 기로에 섰다. 강북삼성병원에선 '원장' 불신임 소송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삼성서울병원 및 전체 의료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이 갑작스레 교체됐다.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병원 경영의 거버넌스 투명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 따라 관련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분위기다.◇'인사통' 한승환 대표 병원 순회 '업무파악'…인적쇄신 등 기대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북삼성병원을 이끄는 신현철 원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됐다. 지난달 강북삼성병원을 운영하는 주체인 삼성의료재단 및 육현표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된 '병원장 임명의결 무효 및 부존재 확인' 소송의 후속이다.
소송을 제기한 인물은 강북삼성병원의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오태윤 흉부외과 의사다. 병원장 임명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소송이 제기된 만큼 이에 대한 판결이 날 때까지 신 원장이 병원장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이 전체 의료사업을 총괄하는 인물을 갑작스레 교체했다. 작년부터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이끌던 임영빈 대표이사가 삼성생명 고문으로 물러나고 삼성웰스토리 및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대표이사를 맡던 한승환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 신임 대표는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이사로서 삼성그룹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장을 겸직한다.
한 대표는 인사발령이 나자마자 직접 병원을 둘러보고 관련 임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특히 직접적인 지배체제 하에 없는 강북삼성병원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배구조상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주체이지만 강북삼성병원은 삼성의료재단으로 각각 독립 돼 있다. 다만 한 대표가 삼성그룹 의료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이기도 한 만큼 강북삼성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강북삼성병원도 방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병원 내부적으로는 한 대표의 이력 등을 고려할 때 추후 인적쇄신 및 거버넌스가 변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대표는 삼성물산 경영기획팀, 삼성SDS 인사팀장 및 스마트타운 사업부장 등을 지내다 2016~2020년까지 삼성그룹 인력개발원 부원장을 지냈다. 주로 인사 관련 업무를 했던 인물이다.
작년부터 최근까지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및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 사장을 겸직했다. 삼성웰스토리의 일감몰아주기 관련 검찰수사 등을 방어하는 최전방에 서며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병원 내부적으로 벌어진 갈등 역시 인력 관리에서 비롯된 문제로 판단하고 한 대표를 급파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사회 장기근속·내부 출신 이사 전무 문제점 거론
우선 삼성그룹 의료사업은 3개 병원의 운영주체가 각각 다른 만큼 특정 조직 및 인물이 인사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근거가 없다. 특히 병원장 임명 권한은 과거부터 이사회가 갖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정관 상 규정이 미비돼 있는 상태다.
이사회 구성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된다. 10년 이상 재직한 장기 근속 이사가 많다는 점, 병원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 정작 내부 의사 및 임직원이 없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병원장 등 주요임원을 선임하는 절차의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기도 하다. 서울대학교병원 등 대학교 부속 대형병원들은 이미 원장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위해 공모 절차를 밟거나 내부 직원들의 투표를 진행하는 등 보톰-업(Bottom-up)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삼성병원 내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이미 거버넌스 투명화, 전문화 등을 위해 진일보한 이사회 구성을 갖추고 있지만 병원들은 그렇지 않다"며 "수천억,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대형병원의 경영을 누가 어떻게 하고 있는 지 내부 구성원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건 분명 변화가 필요한 지점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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