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인사 코드]'해외 경험' 눈여겨본 LS그룹②현지 시장 이해, 사업 효율성 제고…CFO 발탁 긍정적 요인
박동우 기자공개 2022-12-28 09:34:40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2일 16:0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에 LS그룹은 출범 20주년을 맞는다. LG그룹에서 분리된 이래 재계 20위권 안에 드는 기업집단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글로벌 시장 진출이 주효했다. 외국 기업을 인수하고, 현지에 직접 자회사를 세우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일부 임원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해외 근무 경험'이 눈에 띈다. 글로벌 사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린 성과와, 현지 시장을 잘 이해하는 역량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발탁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심현석·이상호, 'SPSX 인수' 사이프러스 경력
주요 계열사에 포진한 CFO 가운데 해외 사업 경력을 갖춘 인물로는 심현석 ㈜LS 경영관리부문장, 이상호 LS전선 재경구매본부장, 윤성균 LS전선아시아 경영지원부문장, 한상훈 E1 경영기획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주로 외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현지 법인을 총괄한 경험을 갖췄다. 한상훈 E1 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 LG상사 미국법인장으로 발령돼 2년 동안 재임했다.
심현석 부문장과 이상호 본부장은 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Cyprus Investments)에 몸담은 공통점을 지녔다. 심 부문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장을 지냈다. 이 본부장은 2009년 CFO로 부임한 이래 2013년까지 재직했다.
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는 LS아이앤디의 미국 자회사다. 2008년 LS전선이 북미 권역에서 가장 큰 전선 제조 업체인 슈페리어에식스(SPSX)를 인수할 목적으로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당시 9억달러(1조1495억원)를 투입해 SPSX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2013년 LS전선이 부동산 개발과 해외 투자 부문을 인적분할하면서 LS아이앤디가 출범했다. 차입 부담을 완화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LS전선은 보유한 지분을 지주회사 ㈜LS로 넘겼다. '㈜LS → LS아이앤디 → 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 → SPSX'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인수 초기 SPSX는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을 겪었으나, 2016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을 내는 등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공장을 통폐합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오랜 구조조정 노력이 깃들었다. 당시 사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에 재직했던 심 부문장과 이 본부장은 '비용 효율화' 실무 경험을 체득했고, 뒷날 ㈜LS와 LS전선 CFO로 영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LS전선아시아 윤성균, '베트남 주재원' 커리어
윤성균 LS전선아시아 경영지원부문장은 한때 베트남 하이퐁 시내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2010년 LS비나 재무를 총괄하는 지원담당 직책을 맡아 3년간 활동했다.
LS비나는 LS전선아시아의 자회사로, 1996년에 출범한 이후 베트남 전력 케이블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LS전선아시아의 연간 매출 가운데 70% 넘는 금액이 동남아 권역에서 나오는 만큼 LS비나가 사내에서 지니는 존재감은 남다르다.
윤 부문장은 2022년 상반기에 LS전선아시아 CFO로 부임했다. 베트남 현지 생산 능력(CAPA)을 보강하는 구상과 맞물려 LS비나 재직 이력이 경영지원부문장 기용에 우호적인 영향을 끼쳤다.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에 제3공장을 짓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2023년까지 3공장을 완공하는 데 1000억원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추산치를 제시했다. 자본적 지출(CAPEX) 확대에 부응하는 조달 방안 설계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시장 이해력과 재무 실무 경험을 겸비한 윤 부문장이 LS전선아시아 재무 총괄 직책에 적격이었던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재무 정책 수립에는 건전성 확립을 넘어 '사업 촉진' 관점도 투영된다"며 "LS그룹 계열사들은 세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만큼, 해외에서 근무했거나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물을 재무 임원에 기용하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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