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인사 코드]LS그룹 CFO 'CEO 역량검증 관문'③계열사 10곳 23명 중 14명 '대표이사' 발탁, 사업확장·위기대응 적격
박동우 기자공개 2022-12-29 09:23:21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3일 17: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S그룹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인물들은 퇴직 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다. '재무 총괄 임원' 직책은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을지 역량을 검증하는 관문으로 통한다. CFO들을 대표이사로 기용하는 건 재무 경력자가 신규 사업을 확장하고, 위기에 대응하는 구원투수 역할에 적격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LS △LS전선 △LS일렉트릭 △LS MnM △LS엠트론 △가온전선 △E1 △예스코홀딩스 △예스코 △LS아이앤디 등 그룹에 포진한 주요 계열사 10곳의 전직 CFO는 23명이다. 이들 중 14명은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됐다. 3명은 재무 총괄 직책을 이어갔다.
지주회사인 ㈜LS에서 경영지원부문장을 역임한 도석구 부회장은 'CEO 영전'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도 부회장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사내 곳간지기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 2016년 LS니꼬동제련(지금의 LS MnM) 대표이사로 발령됐다.
도 부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도약하는 비전 달성에 매진해왔다. 조세 심판을 거쳐 국세청에 낸 추징금을 돌려받고, 유효세율을 25% 이하 수준으로 관리하는 등 CFO 재직 시절 쌓은 능력도 발휘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LS전선의 재무를 총괄한 명노현 부회장은 올해 ㈜LS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7년에는 LS전선 CEO를 맡은 경험도 갖췄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신임을 얻은 덕분에, 구 회장이 맡았던 계열사 등기임원도 일부 넘겨받았다. 전장부품 제조에 특화된 LSA홀딩스와 LS오토모티브테크놀로지스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은 사례가 방증한다.
신사업을 수행하는 계열사 CEO 자리에도 재무 관리에 능통한 인물들이 기용됐다. 이철우 LS오토모티브 대표는 2000년대 LS전선에서 CFO를 지냈다. 2008년 LS그룹이 인수한 차량 전장부품 생산 업체 대성전기로 파견돼 경영을 총괄했다.
대성전기는 2016년 회사명을 지금의 'LS오토모티브'로 바꿨다. 이후 신성장동력 탐색에 매진했다. 2018년에 이(e)모빌리티 사업부를 설치하고 미래형 자동차 부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48볼트 컨버터', 자율주행차에 탑재하는 '전자식 변속 레버' 등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철우 대표는 내연기관 차량 부품 양산에 그쳤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넓히는 성과를 일궜다. 미래차 시장의 팽창과 맞물려 LS오토모티브는 실적 우상향을 이어갔다. 2020년 매출은 7593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9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1조원 돌파 목표를 잡았다.
운전자본 관리에도 공들였다. 현금창출주기(재고자산 회전기간+매출채권 회전기간-매입채무 지급기간)가 30일대로, 국내외 주요 자동차 부품사들과 견줘보면 우위에 놓였다.
올해 상반기에 LS일렉트릭이 전기차 부품 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출범한 LS이모빌리티솔루션의 수장도 CFO 출신이다. 김원일 대표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LS일렉트릭 경영관리부문장으로 활약했다. 김 대표는 자리에서 내려온 뒤 △LS오토모티브 기획재경부문장 △LS메탈 CEO 등의 직책을 맡으며 조직 운영과 신사업 설계 경험을 축적했다.
대표이사에 재무 중역들을 앉히는 배경으로는 CFO를 '기업 경영의 적격자'로 여기는 그룹 내부 인식이 거론된다. 자금 수지를 관리하면서 사업 전반을 살펴보고, 부서별 예산을 배정하는 역할이 조직을 총괄하는 CEO의 소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불황 등으로 기업이 위기에 처할 때 대응 전략 수립이 한층 용이할 거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재무 총괄 경험을 중요하게 판단한 만큼, 창업주 가문에 속한 인사도 CFO를 역임했다. 구자용 E1 회장이 대표적으로, 2000년대 초반 E1 기획재경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구자용 회장은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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