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을 움직이는 사람들]태양광의 무게 짊어진 김동관 부회장①그룹 미래 베팅한 태양광, 초창기부터 전략 기획 참여
김동현 기자공개 2023-01-25 07:39:12
[편집자주]
한화솔루션이 다시 한번 전환기를 맞았다. 화학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산업군을 담당했지만 주력 사업과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떼내고 태양광·에너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존속하는 사업군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앞둔 가운데 한화솔루션의 각 사업을 이끄는 핵심 경영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솔루션 사업의 핵심은 태양광이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의 합병으로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과거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적자로 높은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그러나 지난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대란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태양광 산업이 조명받으며 흑자전환을 넘어 더큰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단계 도약을 노리기까지 한화그룹이 기다리고 투자한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이 과정에는 오너 3세이자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전략부문 대표이사)이 있었다.
◇태양광 사업 문 연 김동관 '차장'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시기는 2010년이다.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서 처음으로 태양전지 상업생산에 성공하며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준비했다. 그해 8월에는 중국 솔라펀을 4300억원에 인수했고 이어 10월에 미국 1366테크놀로지(태양광 소재 기술 기업) 지분 6.3%를 인수해 태양광 관련 기술을 차곡차곡 쌓았다.
2010년은 김동관 부회장이 '차장'으로 한화그룹에 입사한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곁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던 김 차장에게 주어진 역할은 이제 막 시작한 태양광 사업을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실제 그는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발족한 태스크포스(TF)인 솔라사업단에 소속돼 태양광 전략 수립을 지원했다. 솔라사업단을 중심으로 한화그룹은 한화솔라아메리카(2011년 3월)·한화솔라에너지(2011년 4월) 설립,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2011년 4월) 등 중요 의사결정을 내렸다.
특히 지금의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을 만든 독일 큐셀 인수는 한화솔라원에서 기획실장을 역임하던 김 부회장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독식한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버티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한 큐셀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단번에 태양광 셀·모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김 부회장은 이러한 역할을 인정받아 지난 2011년 4월 한화 태양광 사업회사 한화솔라에너지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당시 차장 신분임에도 진화근 한화S&C 대표, 홍기준 한화케미칼 대표, 김현중 한화솔라에너지 대표, 남영선 ㈜한화 대표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만 기대와 달리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순항에 어려움을 겪으며 굴곡의 시기를 지났다. 태양광 셀·모듈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락하며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결국 2020년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2014년까지 ㎏당 20달러 수준이던 폴리실리콘 가격이 2019년 ㎏당 10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태양광 업황 자체가 좋지 않았다.
◇미래는 태양광, 사업 구심점 역할
폴리실리콘 생산은 멈췄지만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 자체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에 미래를 걸고 2010년대부터 투자를 이어온 만큼 큐셀을 중심으로 셀·모듈 사업을 이어갔다.
인수 당시 파산 상태이던 큐셀은 한화로 편입된 이후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한화그룹은 2015년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합병해 태양광 사업의 시너지를 높였고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큐셀의 영업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사업 전면에 나섰다. 그결과 넥스트에라에너지와의 1.5GW 규모의 모듈 공급 계약을 따내 수출에 성공하며 2015년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0년대 불안정한 태양광 업황 속에서도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을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너 3세인 김동관 부회장의 의지가 컸다는 평가다. 오너가가 미래 사업을 직접 이끄는 만큼 그룹 내에서도 사업의 영속성을 가져갈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2020년대 들어 폴리실리콘 생산 중단을 결정했지만 태양광 밸류체인 완성에 대한 의지는 지속해서 보여줬다.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으로 한화솔루션이 출범한 이후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아 해외를 중심으로 태양광 확대 전략을 수립했다.
폴리실리콘 사업성이 떨어지는 국내 대신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 워싱턴에 1만6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갖춘 REC실리콘 지분을 인수해 현지 생산을 계획 중이다.
REC실리콘 역시 폴리실리콘 시황 악화로 2019년부터 태양광용 제품 생산을 중단한 상태였지만 현재 가동을 재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특히 최근 한화솔루션이 IRA 시행에 따른 수혜를 누리기 위해 미국 현지에 '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공급망 구축을 발표한 만큼 두 회사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노르웨이 오슬로 증권거래소 상장사인 REC실리콘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최근 큐셀이 미국에서 완전한 태양광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25억달러(3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폴리실리콘 생산에 대한 판매권(오프테이크) 계약을 위해 한화솔루션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이 REC실리콘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인 만큼 REC실리콘의 폴리실리콘 생산 재개 시점에 맞춰 공급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모듈의 원소재인 폴리실리콘 공급망까지 확보해 미국 현지에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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