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오른 HMM 매각]정부, 차관급 회의서 ‘컨설팅 추진’ 확정컨설팅사 선정해 매각 본격화…연내 매각 목표, 기초체력 탄탄 ‘청신호’
고설봉 기자공개 2023-01-26 08:14:27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5일 08시1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 매각의 닻이 올랐다. 정부와 KDB산업은행 등은 HMM을 민간 기업에 매각해 경쟁력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해운 경기 둔화의 길목에 서 있는 올해 HMM을 민영화해 기초체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25일 정부와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일 관계 차관급 회의를 열고 HMM 매각을 위한 컨설팅 추진을 확정했다. 정부는 오는 27일까지 컨설팅 자문사를 선정하기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번 차관급 회의는 HMM 매각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부터 수립한 로드맵에 따른 결정이다. 정부는 산은 등과 함께 HMM 매각을 올해 완료하기로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매각에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최근 HMM이 처한 환경 변화 때문이다. 정부는 해운업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올해 HMM을 민영화해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현재 산은 및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 관리 체제로는 민첩하고 효율적인 경영전략 수립 및 회사 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엔데믹을 맞아 해운업계는 ‘코로나19 특수'가 꺼져가는 분위기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둔화하고 있다. SCFI지수는 지난해 1월 5100선까지 치솟은 바 있으나 지난 20일 기준 1029.75를 기록했다. SCFI는 지수 산출 시작일인 2009년 10월16일을 기준점인 1000으로 삼는다.
SCFI 지수 하락으로 HMM 영업이익도 올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해 SCFI 지수가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은 최대 2조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HMM의 매각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동안 매각 시기를 저울질하던 정부와 산은, 해진공 등은 올해가 지나면 HMM 매각 상황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연내 HMM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 잰걸음을 하는 모습이다.
HMM의 재무 건전성도 양호하다. HMM은 과거 부실 영향을 모두 털어내고도 남을 만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췄다.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거듭 갈아치우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 영업현금흐름과 현금보유고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높아 풍부한 유동성을 자랑한다.
2017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시작된 이후 첫 연간 실적을 발표한 2018년과 비교하면 최근 HMM은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산총액은 29조98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말 4조1214억원 대비 627.54% 불어난 수치다.
특히 이익잉여금 폭증에 따른 자본총액 증대가 자산총액 증가의 주된 요인이란 점이 고무적이다. 2018년 1조397억원에 그치던 HMM의 자본총액은 지난해 3분기 말 21조9106억원으로 2007.4% 늘어났다.
반면 부채총액은 크게 늘지 않았다. 2018년 말 3조818억원이던 부채총액은 지난해 3분기 말 8조743억원으로 16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인 부채비율은 2018년 말 296.41%에서 지난해 3분기 말 36.85%로 259.56% 포인트 개선됐다. 부채비율이 100% 미만이면 사실상 부채가 없다는 뜻이다.

영업실적도 탄탄하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을 기준으로 2018년과 비교해 보면 성장세가 가파른 것이 확인된다.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HMM은 5년만에 연간 10조원 가량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HMM은 2018년 연간 영업손실 5587억원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6867억원으로 불어났다. 약 5년여 만에 흑자전환은 물론 약 1654% 이상 영업이익이 늘었다. 또 2018년 순손실 7906억원으로 부실이 심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말 8조670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부실을 완전히 털어내고 순이익 1200% 가량 증가한 모습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 역시 무난하게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폭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원활하다. 지난해 3분기 말 9조33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연간 마이너스(-) 4169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개선된 수치다.
HMM 인수에 있어 인수합병(M&A)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보유현금도 넉넉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조3123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등 실적이 최고치를 찍을 전망인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1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 보유고가 넉넉한 만큼 향후 영업이익 일부 감소에도 운영비 등 기본 판관비 지출에 있어 안정성이 담보된 것으로 평가된다.

HMM은 국내 최대 해운업체로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전세계로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미주 서안은 물론 미주 동안과 유럽 등 장거리 정기선을 출항해 한국 수출 산업의 대동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과거 현대상선 시절이었던 2010년대 중반 해운업 불황과 경영 부실이 겹치며 펀더멘털이 약화됐다. 이에 정부는 2017년 산은을 통해 자금을 투입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현대상선 및 국적 선사 살리기에 나섰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HMM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HMM 최대 주주는 산은과 해진공으로 바뀌었다. 현재 산은이 20.69%, 해진공이 19.96% 지분을 보유해 1·2대 주주로 있다. 이와 동시에 HMM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부실기업 경영정상화를 심의·결정하기 위해 HMM에 채권이 있는 채권단이 주요 경영 현안을 직접 결정한다.
산은과 해진공 등이 민영화를 결정하면 HMM 매각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정부의 뜻이 HMM 민영화의 첫 걸음인 만큼 이번 차관급 회의의 결정으로 HMM 매각의 닻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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