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연초효과 긴급점검]채권시장 활황은 '남일' A급은 '각자도생'③연초 이후 37개사 수요예측 47조 집중, A급 이하 37%는 미매각
김슬기 기자공개 2023-02-13 13:27:12
[편집자주]
1~2월은 회사채 시장의 대목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활동을 재개하면서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수요예측 경쟁률이 상승한다. 올해 회사채 시장의 연초효과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정책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기관투자들이 수요예측에 엄청난 자금을 집어 넣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벗고 지원에 나섰던 게 무색할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연초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정부정책의 효용성 등에 대해 더벨이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9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이 뜨겁다. 특히 AA등급을 중심으로 자금이 모이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당초 계획보다 발행액을 늘리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AA급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발행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하지만 A급 이하의 비우량채에는 선별적으로 자금이 모이고 있다. 그럼에도 2월로 접어들면서 최근 A급을 중심으로 발행을 타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나마 IBK기업은행이나 KDB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기업어음(CP) 차환 지원 프로그램' 등을 믿고 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다만 아직 A급 회사채까지 온기가 돌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주택경기 침체로 시작된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등급 크레딧 스프레드의 축소폭이 AA-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A급 이하 회사채의 회복세는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 수요예측에만 47조 몰렸다…AA급에 몰리는 돈
더벨이 금융감독원 공시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올해 공모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곳은 총 37곳이다. 이들이 당초 계획한 공모채 모집 규모는 6조6350억원이었으나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11조6190억원으로 발행규모를 늘렸다. 당초 모집액보다 75%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채권시장 위축으로 공모채 발행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초 들어 AA등급의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모였다. 시장관계자들 역시 '연초효과'를 기대했지만 시장은 더욱 뜨거웠다. 수요예측에 모인 자금도 46조9710억원을 넘었다. 평균 경쟁률만 7:1이었다.
수요예측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모은 기업도 18곳이나 됐다. 포스코는 3500억원 모집에 3조9700억원이 모였고 LG화학 역시 4000억원 모집에 3조8750억원이 들어왔다. LG유플러스 역시 2000억원 모집에 3조2600억원이 모였다. 이들 기업은 인기에 힘입어 각각 7000억원, 8000억원,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LG이노텍이나 SK하이닉스에도 각각 2조7900억원, 2조5850억원이 모이면서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되고 있다.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기업들은 조달금리 역시 낮출 수 있었다. AA급 이상인 우량기업 중 언더발행을 하지 못했던 곳은 롯데렌탈, 롯데하이마트 두 곳 뿐이었다.
◇ A급의 각기 다른 성적표…1조 모인 SK렌터카·미매각 난 효성화학
AA급을 중심으로 자금이 모이는 가운데 A급 이하 공모채의 결과는 어땠을까.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37곳의 기업 중 A급의 신용등급을 가진 곳은 총 5곳이었다. A급은 신세계푸드, 효성화학, 하나F&I, SK인천석유화학, SK렌터카 등이었고 BBB등급은 JTBC, 중앙일보, HL D&I 등 3곳이다.
신세계푸드는 500억원 모집에 총 1950억원이 들어오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하나F&I도 800억원 모집에 6220억원이 몰렸고 SK인천석유화학 역시 1500억원 모집에 9700억원이 들어왔다. 특히 SK렌터카는 국내 신용평가사간 등급 스플릿(불일치)에도 불구하고 1조원이 넘는 수요가 들어오면서 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효성화학의 경우는 달랐다. 1.5년물과 2년물을 나눠 총 1200억원을 모집했으나 수요예측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미매각을 냈다. 투자기관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KDB산업은행이 700억원, 주관사인 KB증권이 3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00억원의 물량을 떠안았다. JTBC, HL D&I 등도 미매각이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AA급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면서 가격메리트가 사라지고 있어 A급에도 자금이 모이고 있다"며 "A급 회사채가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아졌다기 보다는 난이도가 높지만 선별적으로 사야 하기 때문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더딘 A-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폭…정책자금 도움될까
AA등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 시장에 돈이 모이면서 AA- 등급 회사채와 국고채 3년물 크레딧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반면 A-등급 회사채의 크레딧스프레드의 축소 속도는 더디다. 이 때문에 아직 A급까지 시장이 회복되기에는 속도가 걸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이스 P&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만 해도 170bp까지 벌어졌던 AA- 크레딧 스프레드는 이달 8일 80bp 수준까지 떨어졌다. A- 크레딧 스프레드는 2020년 10월 11일 200bp를 넘어섰고 12월 1일 264bp까지 올라갔다. 최근에는 220bp수준으로 집계된다. 레고랜드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A등급 이하의 회사채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LS, LS전선, SK매직을 비롯해 SK에코플랜트, GS건설, 신세계건설 등이 공모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그나마 믿을 구석은 정책지원이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산은과 기은의 회사채·CP매입프로그램이 7조원 이상 지원여력이 있다고 밝혔고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역시 확대 개편해 5조원을 신규 공급한다고 밝혔다. 다만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공모채 발행 계획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믿을 구석이 있어서"라며 "발행액의 절반 정도는 산은이나 기은이 인수를 해준다고 생각을 하고 시장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자금이 투입되면 증권사들은 인수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투자자들은 지방사업장이나 브릿지론 단계의 PF 등에 대한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어서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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