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유니콘 모니터] '자금조달 난항' 에이블리, 유니콘은 '다음 기회에'②자체 책정 몸값 1조2000억에 '싸늘', CB 발행으로 펀딩 승부수
양용비 기자공개 2023-02-13 08:09:16
[편집자주]
유니콘이 '스타'라면 예비유니콘은 '유망주'다. 그만큼 성장 잠재력과 혁신성이 높아 미래가 유망한 기업에게 붙여지는 타이틀이 예비유니콘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부터 매년 20~30개의 예비유니콘을 선발하고 있다. 더벨은 예비유니콘 선정 이후 회사별 상황과 로드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9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리즈C 투자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투자 라운드 시작 당시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책정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1조2000억원이었다. 해당 몸값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유니콘 반열에 오르게 된다.그러나 이전 투자라운드가 순항했던 것과는 달리 시리즈C 투자라운드는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진행한 펀드레이징에서 단기간 내에 대규모 자금 유치에 성공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시리즈C 라운드에서 유니콘이 되겠다는 목표에도 힘이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1조2000억원 밸류 ‘갸우뚱’, 9000억 거론
지난해 펀드레이징에 나서면서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책정한 밸류에이션은 시장에서 바라본 몸값과 차이가 있었다. 1조2000억원으로 시리즈C 투자라운드를 진행했지만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기업가치는 서서히 낮아졌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몸값은 8700억~9000억원으로 파악됐다. 2021년과 지난해 2차례 투자 유치를 하면서 인정받은 밸류에이션이 9000억원이었다. 시장에선 아직 유니콘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몸값이 낮아지는 사이에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대한 투자 심리도 식었다. 2019년부터 꾸준히 외형을 불린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이견은 거의 없다. 316억원이었던 매출이 2년 후인 2021년 934억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나며 사세를 순조롭게 확장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대해 선뜻 자금을 풀지 못하고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시리즈C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게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자금 유치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초부터 수익성 확보에 확신을 주지 못한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벤처캐피탈의 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지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트렌비와 발란 등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들이 당초 목표 금액보다 적게 투자를 유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매출 지표가 점점 우상향하고 있어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라면서도 “월 BEP 달성을 전망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적자 규모가 커 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투자 유치 과정에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환사채 발행 추진, 최후의 보루되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결국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발행 규모는 최대 300억원 수준이다. 이전 라운드에 자금을 투입한 기존투자사가 전환사채 매입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기업이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흔치않다.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자금을 유치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투자사의 입장에선 채권인 전환사채를 보유하면 상환전환우선주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우선주인 상환전환우선주는 이익에 대한 배당 권리만 행사할 수 있다. 전환사채는 채권이기 때문에 이익과 상관없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안정적이지만 반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가 더욱 커지는 셈이다.
또한 투자자는 리픽싱을 통해 주식으로 전환할 때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이 늘어나 기업가치가 떨어져도 이를 상쇄할 수 있다. 상환전환우선주보다 전환사채 투자가 투자사에게 더욱 유리한 방식이라는 의미다.
올해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이례적인 방식을 택해 투자 유치에 나설 정도로 자금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던 트렌비도 전환사채를 발행해 실탄을 마련했다.
또 다른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투자사가 RCPS 상환을 요구하려면 발행사의 배당 가능 재원이 있어야 한다”며 “CB는 발행사의 재원이 없더라도 상환 요구를 받아줘야 하는 만큼 투자자에게 유리하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투자 전략실을 신설하고 메릴린치 출신의 이상민 실장을 헤드로 영입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투자 전략을 강화하고 향후 글로벌 투자 유치까지 순차적으로 속도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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