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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로드 투 아시아]현대차그룹은 왜 인도를 '리부트' 무대로 삼았나①인건비·부지가격 저렴 반면 성장잠재력 무궁무진…브루몽 악몽 딛고 글로벌 진출 발판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0 07:40:14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시장 석권 전략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의 투트랙으로 이뤄져 왔다. 이중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빌드업'해준 지역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다. 인도 진출 성공은 현대차그룹이 다시 국제 시장의 문을 두드린 발판이 됐다. 신흥국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더벨이 현대차그룹의 아시아 시장 공략기와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6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늘 글로벌 시장에서 잘 나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첫 진출에서는 글로벌 시장 벽만 체감하고 돌아서야 했다. 길었던 과정 속 첫 번째 터닝 포인트로 삼을 만한 곳은 인도다. 1990년대 말미 인도 첸나이에 공장을 세웠다. 전략은 적중했고 진출 1년 만에 국민차 반열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왜 북미로 향했던 방향타를 인도로 고쳐 잡았을까.

◇브루몽 악몽 떨쳐내준 '경제적' 인도

'브루몽 악몽'은 현대차의 첫 글로벌 진출이자 자존심을 구긴 사례다. 1989년,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당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989년 캐나다 브루몽에 연 10만대 생산 규모의 공장을 건립했다. 정 명예회장은 "미국 없이는 글로벌 5위권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말로 계획을 밀고 나갔다. 하지만 품질이 떨어지고 판매량도 저조해 1993년 공장 가동을 멈췄다. 1996년에는 결국 브루몽 공장이 폐쇄됐다.

3년후, 현대차는 1999년 인도 남부 첸나이 시에 '상트로' 현지 생산공장을 열었다. 인도 법인이 설립된 때는 1996년이다. 북미 진출 실패 직후로 캐나다 브루몽 공장을 정리하는 동시에 인도 진출을 준비한 것으로 점쳐진다.

인도가 낙점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용하지 않을 수록 낡는 것 중 하나가 공장 설비다. 1996년 문을 닫은 브루몽 공장의 설비를 재활용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해외 공장을 건립해야 했다는 전언이다. 이때 이머징마켓 중심으로 차기 공장 후보 국가들이 거론됐고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이 후보에 올랐다. 현대차는 고심 끝에 인도행 티켓을 낙점했다.


브루몽 악몽으로 현대차가 까먹은 돈은 4000억원이다. 1996년 공장을 철수했는데 당시 4000억원의 실패는 당시 현대차 입장에서 뼈아픈 손실이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물가상승배수를 감안하면 현재 가치로 8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증발된 셈이다. 공시로 확인 가능한 마지막 해인 1998년 한해동안 영업이익이 3670억원, 당기순손실은 마이너스(-)331억원이던 때다.

인건비와 공장부지, 현지 부품 조달 등 모든 비용적 면에서 인도 시장은 매력적이었다. 인도 첸나이 공장은 증설을 거듭해 2002년 65만평 부지에 연 25만대 생산시설을 갖췄다. 법인 설립 후 6년간 투입된 자금이 9000억원이다.

현대차의 차기 글로벌 공장이던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연산 30만대 규모를 처음 설립하는 데만 1조3500억원이 들었다. 앨라배마주가 부지 210만평을 평당 10달러에 제공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부여했는 데도 인도 공장과는 격차가 있었다.

당시 기사들을 참고하면 인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건비는 우리나라의 4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인건비는 1990년대 후반 미국 인건비의 절반 수준에 도달했다.

◇성장 잠재력·값싼 고급인력·문호개방 '삼박자'

인도 첸나이 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명예회장.
또 다른 이유는 인도의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이었다. 1990년대 후반 인도의 인구는 약 10억명 수준으로 제2의 중국으로 불렸다. 인도 상류층 성장세도 2000년부터 4년 사이 3배 가량 확대된 2100만명으로 예상됐는데 고급 자동차 수요도 연 1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GDP 성장폭도 한해 8~9%로 점쳐질 만큼 보폭이 컸다.

성장 잠재력에 기대를 건 인력 고급화도 인도시장의 매력 중 하나였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은 인도에 과학기술 열풍이 불어닥친 때로 국립 대학 등 고등 교육기관이 여럿 설립됐다. 인도 노동자들이 영어를 구사한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실제로 당시 현대모터인디아(MHI)의 현지 임직원 대부분이 공고 이상을 졸업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대졸' 자격이다. 고급 인력들이 모두 현대차 공장으로 몰린 것은 아니지만, 인건비가 저렴한 고급 인력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현지 진출 기업으로서는 큰 장점일 수밖에 없다.

인도가 자국 성장을 위해 문호를 활짝 열어둔 것도 이점이었다. 현대차도 당시 현지 부품 공급율을 70% 안팎으로 관리할 만큼 인도에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집중했다.

실례로 인도 공장이 2000년대 초 연 생산량을 25만대로 증설하는 작업을 진행할 때 인도의 수출장려정책(Export promotion capital goods)에 큰 도움을 받았다. 자본재 수입 시 수출을 전제로 관세를 10분의 1까지 낮춰주는 제도다. 증설장비의 대부분이 이 제도의 수혜를 입었다.

위치도 인도를 낙점한 배경 중 하나다. 현대차는 인도 공장을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시장 등을 공략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명예회장이 2000년대 초 인도 공장을 방문해 서남아시아와 유럽으로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 약 6500만달러, 당시 한화로 850억원을 추가 투입해 생산규모를 연 15만대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인도 성공으로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 재진출할 동력을 얻는다. 인도 진출 2년 뒤인 2000년 미국 공장 진출 계획을 세웠다. 2002년 미국 앨라배마를 부지로 확정하고 같은 해 기공식을 열었다. 2005년 공장 설립으로 북미시장 재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인도가 현대차그룹의 '리부트' 키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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