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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move]사람 줄이는 EV시대, 현대차그룹은 왜 더 뽑을까①생산직, 라인과 함께 '세대교체'…경력 기술직은 SDV시대 창구로

허인혜 기자공개 2023-02-20 07:33:01

[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기업의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5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드와 폭스바겐, 르노,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통점은 뭘까.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 톱 그룹에 들면서 전기차 시대로의 대전환에 적극적인 곳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슬림화다. 자동화 중심의 EV시대에는 내연기관차 시절보다 훨씬 적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현대차와 기아는 반대로 대규모 채용을 예고했다. 부문은 완성차 기업들이 기를 쓰고 줄이는 '생산직'이다. 채용 규모도 과거 대비 최대 7배다. 미래 모빌리티 관련 경력직 채용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신규 인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배경은 뭘까.

◇현대차그룹, '젊은 생산직' 파이 키우는 이유는

현대차의 생산현장에서 '신규채용'으로 막내가 된 직원은 이제 10년차의 허리급 인력이 됐다. 2013년 100명의 신규채용을 마지막으로 현대차의 생산직 선발의 문이 닫혔기 때문이다. 그 뒤로 현대차의 생산직 정규직이 되려면 사내하청 근로자가 된 뒤 직고용에 도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기아는 2016년까지 신입에게 문을 열었지만 그 뒤로 5년간은 신입을 뽑지 않았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신규채용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 차원에서 신입 인력 충원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내하청 근로자 채용으로 경력직 수급이 가능했고, 전기차 시대로 전환된 뒤부터는 완성차 업계가 인력 채용보다는 감축에 집중해 왔다.

포드와 폭스바겐, 르노, 메르세데스 벤츠 등이 적게는 2000명에서 많게는 5000명까지의 인력을 줄여나가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와 올해만 직원의 20%를 내보내거나 내보낼 예정이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생산직 신규채용은 시대 역행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생산라인의 세대교체와 생산직 근로자 세대교체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미래차 시대 대비에 신규 인력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400명, 하반기 3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기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추가 채용을 예정하고 있다. 이번 생산직 채용 계획은 지난해 7월 노조 합의를 통해 마련됐다.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노후 생산라인 재건축 등의 전략과 함께다. 생산직 신규 채용이 미래차 시대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신규 인력들은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의 빈 자리를 채운다.

현대차그룹이 감당해야할 관리비용 역시 퇴직 인원을 감안하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서 올해 퇴직하는 생산직 인원만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의 생산직 평균 연봉은 2021년을 기준으로 9600만원이다.

생산직 초봉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채용 문이 닫히기 직전인 2012년 현대차에서 채용한 고졸 생산직의 초봉이 특근·야근 수당, 성과급을 제외하고 350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대기업 신입 대졸자 평균연봉자가 3481만원을 받았는데 비등한 수준의 연봉이 책정된 셈이다. 채용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 알려진 올해 기준 예상 초봉은 5000만~6000만원가량이다.

◇현대차그룹, 미래차 인력은 '언제나 환영'

경력직 방향타도 미래차에 고정돼 있다. 최근 3년간은 특히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경력직 채용을 대규모로, 상시 진행할 만큼 집중해 왔다. 커넥티드카, 클라우드플랫폼, 수소, 전기차 등의 인력 채용을 실시했거나 하는 중이다.

각사 인재채용 페이지에 따르면 현대차에서 진행 중인 경력직 채용은 147건, 기아는 24건이다. 연구개발(R&D)과 전략기술, IT 등의 부문에 채용공고가 몰려 있다. 특히 미래기술 관련 직종들은 기한을 '채용시까지'로 명시하고 있어 사실상 상시채용을 실시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대규모의 연구개발본부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전동화와 배터리, 차량 아키텍처와 소프트웨어 등 87개 분야에서 세 자릿수의 인원을 선발했다.

자회사 포티투닷(42dot)과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도 대규모 인력 채용을 감행했고 앞으로도 그만큼의 인력을 더 뽑겠다는 의지다. 포티투닷은 임직원의 70%가 개발자일 만큼 개발 부문에 공을 들였다.

현대오토에버의 채용 페이지에 따르면 경력채용 대부분이 소프트웨어(SW)와 IT 부문에 집중돼 있다.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인 경력직은 차량 SW품질 부문, AS부품시스템 DB운영 부문, SI개발, S/W아키텍쳐 부문, 디지털쇼룸 구축/운영 부문, 유럽법인의 시스템 개발과 운영 부문 등이다.

*현대오토에버 채용 페이지.

◇자리 지켜야 하는 과거 톱티어들, '게임 체인저' 등극한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판매량 최상위권 그룹에 이름을 올린 지는 몇해 지나지 않았다. 터닝포인트는 전기차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완성차 시장의 패스트 팔로어로 불렸지만 전기차 부문에서는 퍼스트 무버로 위치를 바꿨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랭크는 지난해 3위까지 성장했다. 전기차 시장으로 좁히면 글로벌 기업 중 6위지만 내수 충성도가 높고 가격이 싼 중국산을 빼면 3위로 점프한다. 또 전년대비 성장세가 40%를 넘어 향후 랭크 상승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오른 배경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선견지명이다. 정 회장은 자동차 기업이지만 어떤 전자회사나 ICT 회사보다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인재 채용은 정 회장의 미래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대를 넘어 '소프트웨어차(SDV)' 대전환을 예고했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등 IT 기술력 강화에 2030년까지 18조원의 투자도 예고했다. 자회사 포티투닷이 현대차그룹 내 TaaS 본부 인력을 흡수한 점과 현대차그룹이 신규·경력 인재 채용에 팔을 걷은 것도 SDV 전환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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