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동아ST, 공조해제 배경 '안정성 문제' 2018년 기술거래…전임상서 독성검출, R&D헤드 교체로 전략변경
최은수 기자공개 2023-02-20 12:38:1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7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동아ST(이하 동아에스티)의 공조가 기술반환으로 5년여만에 막을 내렸다. 양사가 기술거래를 했던 파이프라인 두개 중 한개에서 독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공조가 해제됐다. 다른 한 물질에선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동아에스티는 별도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론냈다.동아에스티는 최근 R&D 리더십이 바뀌며 종양·면역 질환 신약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이중항체 개발사인 카나프 테라퓨틱스를 발굴했다. 이러한 변화가 에이비엘바이오와의 딜 종료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같은 플랫폼서 태어난 두개 파이프라인 거래…독성검출 후 R&D 중단
에이비엘바이오와 동아에스티가 면역항암 이중항체 공동 개발을 위해 손을 잡은 시기는 2018년 1월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핵심기술인 '4-1BB'를 동아에스티에 기술이전하면서다. 암세포에 과발현하는 타깃과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물질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함께 타깃하는 기전의 이중항체다. 그러나 동아에스티는 2021년 기술이전받은 후보물질 중 하나에 대한 개발을 잠정 중단했다가 이번엔 전체 계약을 종료했다.
두 파이프라인의 개발 단계는 초기라 세부 암종을 특정하진 않았다. 다만 각 물질을 고형암과 혈액암으로 나눠 추후 전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후 최적의 적응증을 확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원숭이 대상 전임상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독성이 발견되면서 R&D 중단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항체의약품은 특정 항원을 항체를 통해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상세포의 손상 리스크가 따른다. 실험용 쥐의 경우 적은 용량으로도 체내 암세포를 충분히 타깃할 수 있지만 인간의 경우 더 많은 용량을 투여해야 한다. 항체 의약품이 소동물에서 대동물로 올라갈수록 안전성(Safety)이 강조되는 이유다.
다만 해당 물질은 임상 극초기에 해당하는 전임상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개발이 중단됐다. 나머지 물질의 경우 전임상 과정에서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해당 파이프라인 2종은 모두 에이비엘바이오의 독자 플랫폼 '그랩바디-T'를 통해 발굴됐다. 이 접점이 동아에스티의 개발 의지를 흔든 단초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독성 이슈가 제기된 파이프라인의 경우 리스크가 매우 컸기 때문에 조기에 중단한 것은 맞다"며 "다른 하나의 경우 전임상 데이터를 통해 추후 임상 확장을 도모할 수 있었는데 양사의 시각, 사업 전략이 다르다보니 임상이 진척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 후 데이터를 뒷받침할 논문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특정하긴 어렵다"면서도 "기술을 확보한 회사 입장으론 독성 이슈가 앞서 플랫폼의 문제일지, 아니면 이중항체가 갖는 모달리티 자체의 문제일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엣 나머지 하나를 진척시키기엔 비용 및 추후 실패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R&D 리더십 변화, 새 파트너 발굴도 기술반환 이끈 촉매 개연성
양사의 계약이 종료된 데엔 개발 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전임상 단계에 있는 물질을 기술이전했다가 이를 반환받는 사례는 본임상 단계에 있는 물질보다 많은 편이다. 투입 비용이나 시간 등 지출한 비용이 낮다보니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내릴 수 있다.
따라서 임상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최종권자인 R&D 리더가 바뀔 경우 계약 변동이 생기는 일도 적지 않다. 동아에스티는 2022년 베링거잉겔하임(Boeringer ingelheim), 다케다(Takeda) 등 빅파마를 거친 박재홍 사장을 R&D 총괄로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전반적인 임상개발 방침도 변화를 맞았다.
동아에스티가 박 사장 체제에서 또 다른 이중항체 개발 바이오텍과 접점을 만들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로 보인다. 작년 말 카나프 테라퓨틱스에서 또 다른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을 도입했다. 카나프 테라퓨틱스의 키맨은 제넨텍(Genentech), 23andMe, 산텐제약(Santen) 등에서 바이오항체신약을 연구한 이병철 박사다.
2019년 설립된 카나프 테라퓨틱스의 파이프라인은 항체와 사이토카인 융합 단백질로 전임상 후보물질이다. 종양미세환경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이용해 사이토카인을 종양 특이적으로 전달해 면역을 활성화 시키는 기전인 만큼 앞서 4-1BB를 타깃하는 에이비엘바이오의 물질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기전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새 리더십을 구축하고 항암 역량 강화에 나선 동아에스티로선, 문제가 제기된 파이프라인과 같은 플랫폼에서 나온 나머지 하나에 비용을 투입하기는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다른 파트너사로부터 새 물질을 들여오는 것이 안전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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