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오너십 해부]태광이 살린 고려저축, 알짜 계열사 등극①부산지역 부실신용금고, 이임용 선대회장이 인수…안정적 지배구조도 확보
이기욱 기자공개 2023-03-27 07:30:01
[편집자주]
길었던 저축은행업계의 호황기가 종료되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많은 저축은행들이 금리인상, 가계대출 총량 규제, 법정 최고금리 등의 악재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부실 채권 발생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형 저축은행들에게 위기는 더욱 강하게 다가올 전망이다. 중소형 저축은행들의 지배구조 현황과 대주주의 자금 지원 여력, 가능성 등을 살펴보고 이들의 위기 대응 능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7일 09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저축은행은 태광그룹의 금융계열사 가운데 주목도가 높은 곳이다. 흥국생명이나 흥국화재 등 타 계열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지분 구조 변화에 관련된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배당도 매년 꾸준히 실시하는 등 알짜 계열사로 거듭나고 있다.고려저축은행 지배구조 최대 쟁점이었던 이호진 전 태광 회장의 행정소송이 점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 전 회장 역시 이에 맞춰 사장단을 교체하는 등 새로운 체제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태광그룹 지원 아래 파산위기·IMF 극복…예가람저축은행 인수
고려저축은행의 시작은 1971년 설립된 항도흥업주식회사다. 항도흥업주식회사는 부산지역 상공인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설립 이듬해 항도상호신용금고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같은 해 대동흥업주식회사, 고려무진주식회사 등을 인수한 후 고려상호신용금고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옛 조흥은행 부산지점장 출신 허준영 대표가 대주주 및 대표이사로서 고려상호신용금고를 운영했다. 착실하게 성장해오던 중 1978년 문제가 발생했다. 외형 확장을 위해 부실 기업에 과다하게 대출을 실행했고 부실기업이 무너지며 고려상호신용금고 역시 부도 위기를 맞게 됐다. 당시 자산이 약 30억원에 불과했던 고려상호신용금고가 대출해 준 금액은 18억원에 달했다.
이에 1978년 10월 주주들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파산을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당시만 해도 상호신용금고는 예금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고 실제 파산이 될 경우 예금자들은 그대로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태광의 창업주의 이임용 선대 회장이다. 이 회장은 부산 문현동에서 태광산업사를 설립하며 태광그룹을 일궈낸 인물로 부산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태광은 부실에 시달리던 흥국생명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성공 사례도 있었다.
부산 지역 재계 인사들은 이 회장에게 고려저축은행 인수를 제안했고 이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 회장은 모든 부채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대신 주주들에게 소유지분과 회사에 대한 모든 권한을 포기하도록 했고 1978년 10월 고려상호신용금고를 태광에 편입 시켰다.
파산 직전이었던 고려상호신용금고는 태광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빠르게 경영을 정상화시켜 나갔다. 재무부는 태광의 자본력을 믿고 편입 이듬해 차입금 한도를 자기자본의 5배로 늘려줬고 1983년에는 3억3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재무구조를 더욱 견고히 했다.
이후에도 위기 때마다 태광의 지원은 이어졌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6월 14억원 유상증자가 이뤄졌으며 12월에는 51억원 유상증자가 또 한 차례 단행됐다. 1999년과 2000년에도 각각 4억원, 5억원 규모의 증자가 추가로 시행됐다. 1998년 40억원 수준이었던 자본금은 2000년 111억5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때의 자본금 규모는 현재까지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태광의 지원 아래 안정적으로 성장해나간 고려저축은행은 2006년 계열사인 대한화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가람상호저축은행(현 예가람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하기도 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아림·한중·플러스저축은행 등 3개 부실저축은행의 정리를 위해 설립한 가교저축은행이다. 태광그룹 편입 후 예가람저축은행은 고려저축은행과 함께 2저축은행 체제를 이루며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의 자산은 각각 1조4477억원과 1조6294억원을 기록했다. 두 저축은행의 자산을 단순 합산할 수치는 3조771억원으로 업계 10위권까지 올라간다.
◇대주주적격성 이슈로 지배구조 불안정…2심까지 이호진 전 회장 승소
고려저축은행의 지배구조는 다소 복잡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과거 이호진 전 태광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이원준씨가 다른 계열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준 씨는 이임용 전 회장의 장손으로 이호진 전 회장의 조카다.
고려저축은행의 최대 주주는 30.5%의 지분을 가진 이 전 회장이며 이원준 씨는 23.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흥국생명 등이 나머지 지분 46.3%를 나눠갖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이 전 회장의 지배력이 굳건한 상황이다.
변수는 이 전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2021년 10월 출소했다. 금융위원회는 형이 확정된 다음 해 후속조치로 이 전 회장에게 대주주 적격성 유지를 위한 요건을 충족시킬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금융위는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지분 10% 초과분에 해당하는 주식 45만7233주를 처분하도록 했다. 해당 명령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지분 9.99%만 남기게 되면 최대 주주는 이원준씨로 바뀌게 된다.

태광산업, 흥국생명 등 법인들의 지분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경영권이 넘어가지는 않지만 지배력이 흔들리는 것은 불가피해 진다. 이씨도 태광산업, 흥국생명의 지분을 7.49%, 14.65%씩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2021년 3월 금융위에 주식처분명령 취소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점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전 회장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월 1심에서 승소한데 이어 11월 2심에서도 승소를 이어나갔다. 서울고등법원 제9-3행정부는 금융위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며 이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사건을 맡은 대법원 특별3부는 지난달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를 개시했다. 만약 1, 2심과 마찬가지로 이 전 회장의 최종 승소가 확정되면 고려저축은행의 지배구조는 현 체제로 굳어질 전망이다.
이 전 회장 역시 이에 맞춰 지난해 금융계열사 CEO들을 교체하며 ‘새 판 짜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지난해 6월 예가람저축은행을 오랜 기간 이끌어왔던 박승철 대표가 사임하고 김필수 대표가 새롭게 선임됐다. 2021년 6월 취임한 이종수 고려저축은행 대표도 약 1년만에 이은우 대표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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