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지금]신용호 회장의 창업 정신…금융·문화로 이어졌다②종로 1번지에 선 민족자본가의 비전…교보문고로 지식과 문화 기여도
서은내 기자공개 2023-04-18 07:08:27
[편집자주]
교보생명은 '대한교육보험'으로 시작해 지난 65년 동안 선대 신용호 회장에서 신창재 회장으로 한차례 리더십 변화를 겪었다. 두 리더의 지휘 아래 교보생명은 한국 생명보험 시장에서 다양한 업적을 만들었다. 더벨은 교보생명그룹의 규모와 계열 구조, 리더십, 소유 구조, 사업 흐름 등을 짚어보고 지주로 도전을 꾀하는 교보생명의 위상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1일 13: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은 한 젊은 사업가의 '민족자본가'로서의 비전에서 시작된 보험사다. 신창재 현 교보생명 회장의 부친인 고 신용호 명예회장은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보험을 창안하고 1968년 '대한교육보험주식회사'를 출범시켰다. 당시 초대 사장이었던 신용호 회장을 포함 임직원 45명이 2층 건물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보험 독학, 세계 최초 교육보험 창안
신용호 회장은 1917년 전남 영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병마에 시달리며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지만 열흘에 한번 책 한권을 읽는다는 '천일독서(千日讀書)'를 통해 학문에 대한 열망을 채웠다. 스무 살이 된 해 중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펼치며 애국지사 이육사와 교류,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고 민족기업가의 꿈을 키웠다.
해방 후 신 회장은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민족의 미래다'라는 신념으로 생명보험의 원리에 교육을 접목해 창안한 것이 '교육보험'의 시초다. 교육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고, 보험을 통해 자립경제의 바탕이 될 민족자본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창립이념을 세웠다.
신 회장은 대한교육보험 창업 초기 보험 모집 현상금 제도로 직원들의 사기를 올렸으며 본사와 지사 실적을 주 단위로 살피며 진두지휘했다. 그는 1969년 보험인 최초로 국민훈장을, 1983년에는 세계적으로 보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공적을 세운 인사에게 수여하는 세계보험협회의 세계보험대상도 수상했다.
신 회장의 수완 아래 대한교육보험주식회사는 창립 9년만에 업계 정상에 올랐으며 창립 10주년인 1968년 총 보유 계약액 460억원, 연간 신계약 점유율 23%, 보유 계약 점유율 30%, 총자산 점유율 30%를 기록했다. 전산화 추진으로 1971년에는 보험 업계 최초로 보유계약 규모가 1000억원 돌파, 3년 후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 창립 9년만에 유능 경영인에게 대표 자리 넘겨
신 회장은 일찌감치 대표이사 사장 자리를 유능한 경영인에게 물려주는 전략을 취했다. 1967년 사장 자리를 창립 동지에게 넘겨준 후 자신은 이사회 회장을 맡아 보다 총괄적인 기획, 정책 결정 역할을 맡았다. 보험은 일선 설계사들의 고객 유치 업무가 시작이자 끝이라는 판단 하에 이사회 회장에 오른 후 현장 순회를 통해 경영철학 전파에 힘썼다.
1975년 상품, 기관의 대형화를 꾀하는 촉진대회를 개최한 이듬해 신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에 추대된다. 1995년에는 대한교육보험의 이름을 교보생명으로 바꾸고 회사 영업방향을 새로 설정했다. 1994년 증권사를 인수, 교보증권을 출범시키면서 교육보험을 내려놓고 종합금융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신용호 창업회장은 보험업계는 물론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다. 종로구 종로 1번지를 주소로 쓰고 있는 광화문 교보빌딩의 건립에는 신 회장의 손길이 깊이 닿아있다. 신 회장은 건축물이 사람들이 감상하고 사용하는 종합예술품이라 보고 자신의 건축철학과 대한교육보험 경영이념을 접목시키고자 했다.
노른자위 상권인 교보생명 빌딩 지하 공간에 적자가 뻔했던 서점을 개설, 교보문고가 시작된 것도 신 회장의 뜻에서 비롯됐다. 교보문고는 세종로의 명소로 자리잡았고 지식과 문화의 광장이 됐다. 1991년 게시를 시작한 광화문글판도 신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광화문글판은 계절마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로 시민들에게 친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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