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은 지금]신창재 회장의 등장, 경영 기조 바꿨다③점유율 하락 감내하고 이익 중심 전략 강조…잇따른 위기에도 안정적 경영
서은내 기자공개 2023-04-19 07:08:41
[편집자주]
교보생명은 '대한교육보험'으로 시작해 지난 65년 동안 선대 신용호 회장에서 신창재 회장으로 한차례 리더십 변화를 겪었다. 두 리더의 지휘 아래 교보생명은 한국 생명보험 시장에서 다양한 업적을 만들었다. 더벨은 교보생명그룹의 규모와 계열 구조, 리더십, 소유 구조, 사업 흐름 등을 짚어보고 지주로 도전을 꾀하는 교보생명의 위상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2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등장으로 교보생명은 경영 기조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교육'과 '민족'을 강조한 고 신용호 창립 회장의 리더십이 교보생명을 보험업계의 정상에 올려놓고 든든한 기반을 만든 힘이라면 뒤를 이은 신창재 회장은 부친의 철학을 이어감에 더해 회사의 추가 성장을 이룰 또 다른 리더십을 요구받고 있다.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보험사 대표로는 흔치 않은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서울대 의학박사 출신이다. 신용호 회장이 대표직을 넘겨준 1967년 이후로 지금까지 대표이사 자리는 수차례 바뀌었다. 신창재 회장은 1999년 말 대표직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기조에 변화를 가져왔다.
◇ 외형확대에서 내실성장으로 축 이동, 리더십 변화 요구
신용호 회장은 생전에 서울대의대 교수 출신인 맏아들을 대견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창재 회장은 경영수업을 거쳐 회장에 취임하기까지 아버지의 경륜과 지혜를 눈과 귀로 보고 듣고 또 직접 전수받았다. 40세에 교보생명의 공익재단인 대산문화재단 이사로 입사, 재단 이사장을 거친 후 1996년 43세에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첫 발을 들였다.
빠른 속도로 업계의 정상을 차지하고 외형 성장을 추구한 것이 선대 회장 시기 개척자적 경영 기조였다면 신창재 회장이 경영을 맡게 된 이후엔 경영기조에 변화를 줬다. 당시 국가적으로도 IMF구제금융 위기를 거치며 하루 아침에 문 닫는 기업이 속출, 가정 경제가 어려워지자 보험 해약자가 줄을 이었다.
교보생명 역시 이같은 외환 위기 후유증으로 큰 시련에 직면해 있었다. 신용호 명예 회장은 당시 병환이 깊어지고 있었다. 신창재 회장에게는 아버지의 유지를 받드는 동시에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큰 과제가 주어졌다.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이 시기 신창재 회장은 '외형경쟁'을 내려놓고 '내실성장'을 선택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보험업계는 보험 설계, 영업단의 불완전 계약들이 만연하고 무분별한 경쟁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2000년 회장 자리에 오른 신창재 회장은 이런 외형경쟁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당시 교보생명은 자산, 점유율 면에서 생명보험업계의 2위권에 위치해 있었지만 외형 유지는 안정적인 성장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다.
신창재 회장은 '고객 중심', '이익 중심'의 질적 성장 전략을 주문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실적을 갈아엎고 일찌감치 건전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잘못된 영업관행을 뜯어고치고 이익 위주의 패러다임을 장착했다. 마케팅 전략을 중장기 보장성보험 위주로 전환, 영업채널도 정예화했다.
결과적으로 회장 취임 당시 2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매년 4000억~6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또한 무디스 8년 연속 A1등급, 피치 10년 연속 A+등급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금융권 최고 수준의 신용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경영 기조가 정착된 결과 자산 규모 기준 업권의 순위 및 점유율 하락은 감내해야 했다. 2위에서 3위로 내려간 것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일어난 변화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규모(별도)는 117조원으로 생보험업계 3위이며 2위 한화생명보다 10조원 가량 더 낮다.
큰 성장 폭을 보이지는 못했으나 순이익(별도 기준)은 안정적인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업체로 꼽히는 한화생명은 2020년 1640억원, 2021년 4100억원, 2022년 3540억원 등으로 오르내림이 있었던 반면 교보생명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안정적으로 39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 평가는 진행 중…FI와 갈등 매듭·불확실성 타개 과제 풀어야
신창재 회장은 최근 세계보험협회로부터 '2023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을 수상했다. 1996년 부친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최초로 부자 기업인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광을 안았다.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은 보험 분야의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신용호 회장에게 붙었던 수식어가 '세계 최초 교육보험 창안자' '국민교육진흥 구현'이었다면 신창재 회장에게는 '변화혁신과 통찰 리더십' '사람중심 경영'이라는 문구가 함께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내실성장을 주도해 장수기업의 토대를 다졌다는 평가다.
세계보험협회는 신창재 회장을 일컬어 "전사적 변화혁신을 통해 고객만족 향상, 재무안정성 제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사업모델을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물론 신창재 회장에 대한 평가는 현재진행 중이다. 최근 생명보험업계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해있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며 자금 유출, 지급 보험금 증가로 유동성이 감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오너십 면에서도 재무적투자자와의 갈등을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같은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신 회장에게 쏠려 있다. 신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복합 불확실성 환경에 대비, 디지털 시대 성장 동력을 가시화하자'는 경영방침을 밝혔다. 국내외 경제 환경, 정세 변화를 고려,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하고 상황에 맞는 계획을 재점검하는 '연동계획(Rolling Plan)'실행을 내세웠다.
고객 중심 마케팅은 더 강화한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먼저 제공한다는 의미다.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외부 데이터를 확보해 최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자는 실행안이다. 영업 현장에서는 완전 가입, 보장 유지 서비스를 충실히 실천하며 고객 중심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자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또 보험 비즈니스와 관련된 스타트업과 협업,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을 통한 전략 투자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개방형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주문하고 있다. 건강증진과 지식성장 플랫폼 초기 모델을 출시해 문화, 헬스케어, 교육 분야에서 양면시장 플랫폼 구축을 시도한다는 새로운 계획도 내놨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보유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가계부채 리스크 현실화에 대비하는 등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보유자산 수익률을 제고하고, 재무적 투자 목적의 벤처캐피털(VC) 역량 확보 등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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